보헤미아 민족음악의 상징 스메타나·드보르자크·큐브릭

이종구(이종구심장내과 원장·예술의전당 후원회장) 전 세계적으로 음악은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을 뿐만 아니라, 소수민족들에게는 민족의 정신과 독립을 지키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쇼팽(Chopin)의 음악은 폴란드가 러시아의 지배에 대하여 항의혁명을 일으켰을 때 국민의 애국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리스트(Liszt)도 음악을 통해 헝가리의 전통음악을 살리고 국민의 사기를 드높여주었다. 리스트의 영향을 받은 헝가리의 바르토크(Bartok) 역시 민족음악을 발전시켰으며, 헝가리의 혁명(1848) 영웅 코수스를 위한 작곡을 하는 등 애국 음악인이 되었다. 체코의 옛 지명인 보헤미아는 1620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400년 간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았다. 그러는 동안 대도시와 학교에서는 체코의 언어와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체코의 음악인들은 자기 국민의 전통과 애국심을 지켜주는데 중요한 몫을 했다고 한다. 체코 국민 애국심의 상징 ‘나의 조국’ 작곡한 스메타나 19세기에는 많은 보헤미아 출신 음악인들이 활동하였으며, 그 중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인으로는 스메타나(Smetana, 1824~1884)와 드보르자크(Dvorak, 1841~1904)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애국심이 강한 음악인으로서 체코 국민들에게 민족적 자부심과 희망을 심어주는데 크게 기여한 사람들이다. 스메타나는 교향시 ‘몰다우(Moldau:Vltava 강의 독일어 이름)’, ‘나의 조국(Ma Vlast)’, 그리고 오페라 ‘팔려 간 신부(The Bartered Bride)’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곡가이다. 특히 6악장으로 된 ‘나의 조국’은 체코 국민들에게는 애국심의 상징이 된 음악이며, 체코의 유명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큐브릭(Kublik)과 체코 필하모니의 음반은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스메타나는 오스트리아 제국이 지배하던 보헤미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프라하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1848년에는 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음악학원을 설립하였다. 두 딸이 연달아 사망하자, 그는 음악 교육을 그만두고 작곡에 전념하였으며, 두 딸의 짧은 인생을 추모하듯 슬프고도 짧은 음악(Piano Trio in G minor)을 작곡하였다. 1856년에 그는 스웨덴의 예테보리(Gothenburg)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실내악을 연주하고 지휘하다가, 1863년에 프라하로 돌아와 체코 음악을 전공하는 음악학교를 설립하였다. 1874년에 그는 이미 당시 유행하던 매독으로 귀가 들리지 않았으며, 이런 상태에서 6악장의 교향시 ‘나의 조국’을 작곡하였다. 그는 청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심한 이명(耳鳴)이 발생하여 아주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며 “미칠 것 같다”고 친구에게 토로하였다. 1876년에 그는 자서전 격인 현악 4중주(E minor)를 작곡하였는데, 3악장의 고음(high E)은 자신의 끊일 줄 모르는 이명을 반영한 것이다. 스메타나는 처음으로 체코의 전통과 특성을 살려 음악을 작곡한 사람이다. 그는 체코의 전설과 주제로 여러 개의 오페라를 작곡하였는데, ‘팔려 간 신부’가 대표적인 예이며, 그는 체코의 많은 춤곡과 멜로디를 작곡에 반영시켰다. 우주에 최초로 전달된 드보르자크의 ‘심포니 9번’ 스메타나로부터 바톤을 승계받은 작곡가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인데, 그도 체코의 테마를 많이 인용하여 세계적인 작곡가가 되었으며, 또한 체코인들에게 긍지와 애국심을 심어준 애국자라 할 수 있다. 1969년에 미국의 우주인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 때 그는 드보르자크의 심포니 9번을 듣고 있었다. 그리하여 드보르자크의 음악이 최초로 우주에 전달된 것이다.

드보르자크는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에 속해 있던 프라하 근처의 시골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고깃간과 여관을 운영하면서 치터(Zither) 연주자로 살고 있었다. 드보르자크는 9세 때 프라하의 유일한 음악(오르간)학교에 입학하였는데, 교육은 독일어로 이루어져 드보르자크는 독일어가 서툴러서 고생하였다. 1866년에 그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잘하게 되었으며, 스메타나가 지휘하는 보헤미아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피아노를 가르쳐야 했고, 또 작곡을 하기 위해 1871년에 그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드보르자크는 한 제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그녀가 좀 더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백작과 결혼을 하게 되자, 그 슬픔을 달래기 위해 가곡시 ‘Cypress Trees’를 작곡하였다. 1873에 그는 첫 애인의 동생과 결혼하여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1877년에 그는 프라하의 한 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가 되었다. 이때 그의 작곡은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요하네스 브람스(Brahms)의 추천으로 비엔나의 짐록출판사와 계약을 맺는다. 그는 보헤미아의 민속음악을 주제로 한 슬라브 무곡(Slavonic Dances)의 작곡을 의뢰받고, 마침내 이것은 큰 성공을 이루게 된다. 드보르자크의 명성은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보다 영국에서 먼저 퍼지기 시작했다. 독일의 음악계가 보헤미아 사람인 드보르자크를 차별대우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본 마리아의 고통을 표현한 ‘Stabat Mater’(1880)는 영국에서 대성공을 이루었으며, 그는 영국으로 아홉 번을 초대받아 자신의 작곡을 지휘하면서 큰 환영을 받았다. 그의 심포니 7번도 영국에서 위탁을 받아 초연하였다. 1891년에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으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수여식에서 케임브리지의 총장은 라틴어로 드보르자크를 소개하였는데, 라틴어를 배우지 못한 시골 출신의 드보르자크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1892년에 그는 뉴욕의 음악원장으로 취임하여 1895년까지 뉴욕에 살았다. 그는 미국의 흑인 음악 작곡가들을 만나 그 영향을 받아 심포니 9번(신세계로부터)을 작곡하였으며, 이 곡은 1893년에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초연되었다. 미국에 있는 동안 그는 현악 4중주 E flat과 유명한 첼로 코체르토(B minor)도 작곡하였다. 보헤미아 민족음악의 상징 ‘3총사’ 드보르자크가 영국과 미국에서 크게 성공을 이루자, 자기 조국인 오스트리아에서도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프라하로 돌아와서 1901년부터 1904년에 사망할 때까지 프라하 음악원장을 지냈다. 아마도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음악계는 소수민족 출신인 드보르자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인이 되자 더 이상 경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63세에 별세한 드보르자크는 모두 115개의 작곡을 남겼다. 이 많은 음악 중에서 지금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으로는 심포니 9번 외에도, 첼로 콘체르토(OP 104), 슬라브 무곡(OP 46), 현악 4중주(OP 96), 바이올린 소나타(OP 100)와 피아노를 위한 유머레스크(OP 101) 등을 들 수 있으며, 이 음악들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명곡들이다. 드보르자크는 일생 동안 자신이 보헤미아인임을 잊지 않고 그들의 권익을 위해 싸웠다고 한다. 독일인 출판사가 더 많은 악보를 팔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독일어로 표시하는 것을 적극 반대했으며, 자신의 이름을 보헤미아어로 표시하는데 성공하기도 하였다. 체코 사람들은 1차대전 후 1918년에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독립을 찾았다. 그러나 이것도 오래 가지 못하고 히틀러에게 점령을 당하였다. 히틀러가 패전하자 다시 소련군에게 점령을 당하고, 1948년에 공산당이 집권하자 또 한 번의 시련을 당한다. 그러나 지금은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독립된 공화국으로 탄생하여 400년 이상 된 독립의 꿈을 이루어냈다. 스메타나·드보르자크·큐브릭은 모두 민족의 상징으로 존경을 받았으며, 그들의 음악은 보헤미아가 민족적 전통과 혼을 지켜오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