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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실패의 주범은 ‘AIDS’

새롭게 주목해야 할 경영자산은 ‘실패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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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7호 김대희⁄ 2009.07.21 15:29:44

“매년 출시되는 신제품의 십중팔구는 목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난다.” (로버트 맥매스, 실패박물관 설립자) “성공경험은 기록으로 남겨 공유하고 싶어하나, 실패경험은 책임이 두려워 숨기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교수, 실패학 창시자 ) “경영자가 연전연승했다면 새로운 것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 빨리 인정하고 냉정히 그 원인을 분석하여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는 많은 반면, 실패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으려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성공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어야 함에도 실패는 성공의 그늘에 가려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패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다, 관련 당사자들에게는 잊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도 한몫 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패를 분석하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패는 시장과 고객의 본질은 물론 기업 스스로 깨닫지 못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패는 물론 경쟁자의 실패까지도 성공의 밑거름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마존이 e-book(킨들) 사업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해 고전했던 파나소닉 등 경쟁사들의 실패사례를 면밀히 분석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의 경영실패는 혁신기술의 부재나 소비 트렌드의 변화 등 외부 요인뿐 아니라 안일함·자만 등 조직 내부의 잠식 요인에 의해서도 초래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가장 큰 요인으로는 ‘AIDS’ 즉 Avarice(과욕), Inertia(타성), Delusion(착각), Self-absorption(자아도취)가 꼽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영실패의 주범 : AIDS’ 보고서를 통해 “실패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기업의 경영자산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욕과 타성·착각·자아도취가 실패의 주요 원인 경영실패의 주범 가운데 먼저 ‘과욕’(Avarice)에 대해서는 사업 확장에 대한 의욕만 넘치는 기업들이 가용자원과 경쟁우위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사업 다각화를 감행하여 시너지 창출에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통상 선두기업일수록 사업영역을 확대하려는 유혹(일명 ‘알렉산더의딜레마’)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의 경우 1970~80년대에 저가 상품을 판매하고 시계에서 향수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에 라이선스를 준 결과 수익성이 떨어지고 브랜드 가치마저 실추됐다. 과거에 안주하는 ‘타성’(Inertia)으로 인한 대표적 실패 사례는 모토로라의 위성전화 ‘이리듐’이 꼽혔다. 이리듐은 1998년에 모토로라 주도로 47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50억 달러를 투자한 위성전화 서비스다. 하지만 단말기 교체가 필요 없고 요금도 이리듐의 절반 수준인 로밍 서비스가 나오면서 44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모토로라가 로밍 기술의 대체 가능성을 느꼈으면서도 ‘스타텍’ 성공 신화에 취해 있어 이리듐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모토로라는 2001년 보잉사로부터 단돈 2,500만 달러를 받고 이리듐을 매각해 무려 94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착각’(Delusion)은 신제품이 고객의 인식까지 변화시킬 것이란 안일한 판단에서 비롯한다는 설명이다. 펩시의 경우 에비앙 같은 투명 음료가 인기를 끌자 무색 ‘크리스털 펩시’를 개발했으나, ‘갈색이 아닌 콜라는 맛과 청량감이 떨어질 것’이란 소비자의 선입견을 깨지 못해 1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코카콜라 역시 1985년에 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뉴코크’를 내놨지만, 출시 석 달 만에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쳐 시장에서 철수하고, 기존 콜라를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산했다. 석 달 동안 코카콜라에 걸려온 항의 전화와 협박 편지는 40만 통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맛뿐 아니라 코카콜라의 상징성, 브랜드에 대한 애정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제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자아도취’(Self-absorption)는 제품 혁신을 선도하려는 생각에 도취돼 소비자 여건이나 시장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고 과속 경영을 감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이 필기 인식 기능을 구현해 내놓은 세계 최초의 PDA ‘뉴튼’은 불분명한 고객층과 복잡한 사용법, 불편한 휴대성 등으로 고전했다. 보쉬는 12종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커피 메이커 ‘벤베누트B30’을 개발했으나, 복잡한 작동법 때문에 가정용으로 보급하는데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실패과정의 경험과 노하우 적극 활용해야 연구소는 “실패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기업의 경영자산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실패의 경험이 사장되지 않도록 철저히 분석하여 이를 새로운 도전의 디딤돌로 재활용하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실패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성공의 기회를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P&G는 정수제 ‘PUR’로 인해 상업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봤지만, 이를 비영리사업으로 전환시켜 CSR(개도국 원조)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연구소는 또 “도전에 수반되는 실패를 장려하고 용인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실패하는 것보다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욱 해롭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혼다가 매년 가장 처절한 실패를 한 연구원을 뽑아서 약 100만 엔을 지급하는 ‘올해의 실패왕’ 제도를 운영하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실패를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두려움 없이 도전하도록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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