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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화랑]단순성과의 교감 새로운 추상정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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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28,129호 편집팀⁄ 2009.07.28 23:40:27

김성호(미술평론가) 추상, 뜨거움과 차가움의 사이 작가 강경구는 구상과 비구상의 편 가름과 그에 대한 논의가 이 땅의 미술 현장에서 활발하던 시대에 학업기를 거쳤다. 구상회화의 최전선에서 수년의 세월을 활동했던 경험이 있고, 이후 추상의 본질 탐구에 대한 갈증으로 최근까지 오랜 기간 추상회화에 매진해온 만큼, 구상과 비구상의 영역에 관한 한 양자를 오고가는 창작 세계의 진폭이 매우 넓고 유연한 작가라 할 것이다. 그런 까닭일까? 그가 펼쳐보이고자 하는 그의 추상세계는 일관되게, 50년대의 유럽에서 등장했던 앵포르멜(informel)의 유형처럼 선묘의 오토마티즘(automatism:自動記法), 낙서처럼 만들어진 기호체계, 뒤섞이는 물감층이 일구어내는 화면의 물성 탐구의 흔적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앵포르멜이 주창하는 비정형(非定形)·무정형(無定形)이라는 것이 구상·비구상을 초월하여 모든 정형을 부정하고 공간이나 마티에르(mitiere:질감) 탐구에 천착함으로써 새로운 조형미학을 창출하려 했던 것이라는 점에서 강경구의 작업의식과 교차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모한 작업의식은 물론이고, 그의 추상작업 안에서의 구상·비구상의 유연한 결합에 대한 모색이 그것이다. 그의 작업이 추상에 기초하되 구상의 흔적을 드러내는 ‘윌리엄 드쿠닝’ 식의 추상표현주의 작업을 연상케 하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강경구의 추상은 화면을 구조화시키고 수학적 비례를 탐구하던 ‘신조형주의’류의 ‘차가운 추상’의 전통과는 애초부터 별리하면서 앵포르멜이나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뜨거운 추상’의 맥락에서 작업을 모색해왔다는 점에서 반쪽의 추상 전통을 잇고 있다. 반쪽의 추상 전통? 그것은 그의 작업을 이해하려는 매우 긍정적인 출발점이다. 세상을 질서의 규칙으로 드러내려는 차가운 추상의 이지적 측면에 대항하고, 세상을 대면하는 작가의 격정적이고도 주관적인 표현의지를 드러내는 뜨거운 추상의 감성적 측면은 그의 작업을 읽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10여 년 간의 강경구의 작업들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추상 계열의 반쪽 추상의 전통으로부터 출발한 그의 작업이 다른 반쪽인 차가운 추상을 만나온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무엇보다 비정형을 추구하는 앵포르멜 전통이 종국에 아무 것도 표현하지 않고 단지 마티에르나 공간 인식의 차원으로 추상의지를 실현했던 것처럼, 강경구 역시 텅 빈 공간과 균질화된 마티에르층을 드러내는 형식적 변모를 시도해왔던 것이다. 형식적으로 그것은 마치 행위의 격렬함을 드러내던 ‘잭슨 폴록’이나 ‘한스 호프만’의 추상표현주의로부터 절대주의적 화면, 혹은 색면추상(Color-Field Abstract)으로 귀착해온 ‘마스 로드코’의 추상표현주의를 만나게 되는 경험과 같은 것이리라. 주지하듯이, 뜨거운 추상이 도달한 절대주의 추상이나 색면 추상은 차가운 추상이 종국에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진정한 현대미술의 출발 지점을 일반적으로 한국전 이후 정신적 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50년대의 추상운동으로 정초하듯이, 당시 서구로부터 직접 유입된 앵포르멜이나 추상표현주의의 움직임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실험적 미술의 발흥이란 지점에서, 또한 동양의 정신주의와 한국적 전통과의 만남 혹은 한국식 정착이란 지점에서 다층적으로 모색된 ‘모노크롬(monochrome)’은 추상미술의 대표적인 양상이었다. 강경구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절반의 단색주의(half-monochromism)’는, 한국에서의 앵포르멜 정착 과정에서 새롭게 잉태된 위와 같은 모노크롬의 역사가 다층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작업은 보다 더 근원적인 추상인식에 골몰하는 개인적 체험의 소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뜨거운 추상과 차가운 추상이라는 추상의 본질적 측면 앞에 연고 없이 덜렁 던져진 아티스트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고, 나아가 뜨거운 감성적 측면을 바탕으로 하면서 차가운 이지적 측면과 싸워 생채기를 남긴 작가의 내밀한 고백과도 같은 것이다.

모노크롬의 본질에 깊숙이 도달해 있지 않지만 접근해 있는 단색의 유형,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절반의 단색주의’는 작가가 직접 언급하는 ‘가장 단순한 작업’에 이르고자 하는 어떤 유형의 중간적인 상태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가 이미 미술사에 존재하고 있는 절대주의 추상의 유형이나 색면추상의 극치인 모노크롬을 다시 재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단순한 작업 유형인 모노크롬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왜 ‘가장 단순한 작업’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것이 무엇일까? 작가는 아직도 그것을 찾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필자로서도 알 수가 없다. 그의 작업과 연관하여 단지 가늠할 수 있다면, 그것은 회화의 과정을 ‘화면과의 싸움’이라는 식의 비교적 전통적인 미술인식을 폐기처분하지 않으면서도 그로부터 언제든 탈주할 수 있다는 열려진 작가의 인식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유추해보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다. 물감층을 끊임없이 화면 위에 끌고 다니는 것, 붓을 버리고 신체적 드로잉을 감행하는 것, 서체적 드로잉을 전면에 대두시키는 것, 마티에르의 층을 극대화시켜보는 것, 다양한 색을 부활시키면서도 모노크롬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 작품 완결의 시점을 극소치로 줄여보는 것, 작업에 투여하는 행위의 과정을 극대화하거나 반대로 극소화시키는 것, 캔버스를 버리고 개념만을 남기는 것, 평면을 버리고 다른 매체를 찾아보는 것…. 그러나 이것은 단지 작가가 언급하는 가장 단순한 작업을 이미저리(imagery) 차원의 형식적 단순함으로 풀어보는 맥락의 것들이다. 강경구가 추구하는 단순성의 미학은 결코 외형적 단순함이 아니며 추상적 본질 속에서 오랜 시간을 더듬어온 과정의 어떤 것이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 변모되든 절반의 단색주의 작업은 ‘가장 단순한 작업’을 향한 앞으로의 작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구(姜景求)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술과 졸업 개인전 1994년 예맥화랑(서울) 1996년 웅전갤러리(서울) 1996년 경상남도 문화예술회관(진주) 1998년 윤갤러리(서울) 2000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서울) 2002년 Galerie Forum(비스바덴, 독일) 2003년 터치아프리카미술관(일산) 2003년 관훈미술관(서울) 2004년 가산화랑(서울) 2005년 서종갤러리(양평) 2005년 한전플라자갤러리(서울) 2006년 위드화이트갤러리(서울)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자기변명전 회원 서울 방법작가회의 회원 연암공업대학 강사 역임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국립진주산업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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