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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고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 ‘사교육비 절감’

정부 출범 1년 반 입시학원 두 배 증가…각종 불법·비리행위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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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28,129호 박성훈⁄ 2009.07.28 23:38:17

정부가 아무리 공교육 강화를 외치고 외쳐도 사교육 시장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학파라치 등 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은 억세지고 있지만, 학원가는 불경기 없이 늘 호황이다.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은 이명박 정권이 내건 교육공약이었지만, 지금의 교육현실은 공약과는 반대로 ‘학교만족 절반, 사교육비 두 배’로 내달리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사교육비 절감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지만, 실상은 오히려 사교육이 만연해지는 세태를 보이고 있다. 강남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사교육 열풍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의 입시학원과 영어학원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적으로도 개인과외가 25%, 입시학원이 12%가량 늘어나는 등 극심한 불경기에도 사교육 시장은 계속 팽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의 입시학원은 2007년 12월부터 2009년까지 1년 하고 반 년 동안 374개에서 826개로 120.9%(452개) 증가했다. 이 시기에 서초구도 225개에서 392개로 74%나 늘어났다. 불과 1년 반 만에 강남 학군에서만 입시학원 개수가 559개에서 1218개로 두 배를 뛰어넘은 것이다. 학원은 강남에서 서울 전역으로, 서울에서 전국으로 점점 뻗어나간다. 마치 강남이 사교육 열풍을 선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같은 기간 서울의 입시·검정 및 보습학원 숫자는 6596개에서 7716개로 17% 증가했다. 전국 평균도 12.2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목중·특목고에 대비, 9명 미만의 소수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교습소도 266개에서 503개로 약 90% 증가했다. 서울지역에서는 41.3%, 전국적으로는 35.1%가 증가한 모습이다. 학원뿐 아니라 입시과외도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2007년 12월에는 3만5711건이었으나, 2009년 6월 4만4662건으로 25.1%가 늘었고, 서울만 따로 떼어봐도 7152건에서 8444건으로 18% 증가했다. 영어교육에서도 비슷한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교과과정 이외의 회화·작문과 공인 영어시험을 대비하는 영어학원은 강남구 지역이 134개에서 275개로 105%, 서초구에서 100% 증가했다. 강남을 통틀면 2배가 넘는다. 외고 출신 지원자에 대한 일부 대학의 우대와 국제중에 들여보내기 위한 학부모들의 학구열 탓이다. 권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엘리트 교육정책이 교육 특권층이 밀집한 강남구에 엄청난 사교육 수요를 창출했으며, 이런 현상은 서울에서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강남 사례로 미뤄볼 때 사교육의 전국적인 증가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사교육, 시험문제 관련 불법 만연 온라인 교육업체들의 사교육 시장 점유현상도 심상치 않다. 특히 이들 사교육업체들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각종 비리도 서슴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 및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2008년 전체 사교육 시장 규모는 20.9조 원으로 추정되며, 2007년 규모(20.04조 원) 대비 약 4.3% 증가했다. 이는 2008년 우리나라 1년 예산(약 257조 원)의 8%에 해당한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회원 수는 한국 입시생의 절반인 280만 명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거대해진 사교육 시장에서 이들의 비윤리적 행동이 저질러지는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 교육업체 ‘메가스터디’에서 발생한 시험문제 사전 입수 사건은 사교육의 폐단을 시사한다. 메가스터디는 문제지를 사전 입수해 문제 풀이 동영상을 만든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메가스터디에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를 시험 전에 넘긴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교육방송(EBS)의 외주 PD가 전국연합학력고사 문제를 한 입시학원에 사전 유출한 혐의로 입건된 일이 발생했다. 2000년 2월에 설립된 메가스터디의 경우 시가총액이 현재 1조3000억 원대에 이르며, 지난해 매출은 2023억1400만 원, 영업이익은 675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시험문제가 유출되는 일은 공공연한 일”이라며 “관례처럼 묵인되고 있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비슷한 유형의 큰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사건은 2007년에 발생한 김포외고 입시비리 사건이다. 당시 이 학교 입학홍보부장은 시험이 예정된 날 새벽 서울 목동의 한 학원장과 학부모에게 시험문제 대부분을 이메일로 보냈다. 유출사건이 있었던 목동의 이 학원은 유명세를 타 사건 이후에 오히려 더 성업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공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학교 교사와 사교육을 맡은 학원 간의 밀착은 공공연하게 존재한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대표는 “학원들은 돈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일부 교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아 모두 ‘윤리성’을 잃었다”며 “문제가 있는 교사들은 교단에서 내려오게 하고 학원에도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영어 유치원, 국립대 등록금의 4배 일부 영어 유치원비가 많게는 연간 2000만 원에 육박해 국립 대학 등록금의 4배를 넘고 있다. 사교육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에서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면 1년에 1000만 원 이상 드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라고 한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모 영어 유치원의 경우 점심, 스쿨버스 요금을 포함한 수업료가 월 98만 원이고, 6개월 간 재료비 20만 원, 교재비 40만∼60만 원이다. 월 110만 원씩 연간 1300만 원이 이 학원에 지불되는 것이다. 2009년도 기준 국립대의 평균 연간 등록금도 416만 원 정도이다. 아이들 영어교육에 드는 비용이 국립대학 등록금의 4배를 넘는다. 교육시장은 불황일수록 호조를 보이는데, 최근 경기 영향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은 더욱 성황을 이어가는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비가 가계지출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현상은 경기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교육비 지출은 탄력성이 낮으므로 경기가 나빠져도 줄이기가 쉽지 않아 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김동성 한국교원단체협의회 대변인은 “사교육 기관들이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이용해 지나친 교육비를 받고 있다”며 “특히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주는 조기교육에 대해서는 교육청 단위로 사교육의 한계와 범위를 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1조3295억 원이 증가한 18조7230억 원으로, 전체 교육비 39조8771억 원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사교육비의 증가는 공교육을 믿고 있는 중산층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며 “공교육의 강화를 위해 학생들 간의 경쟁보다 교사와 학교 간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불발 거듭한 사교육비 절감 정책 입시학원이나 개인과외가 이처럼 증가하는 이유는 극심한 불황에 손쉬운 창업으로 사교육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도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사교육비 증가라는 부작용만 낳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며 새로운 정책들을 내놓았다. 초중고교 학사 운영 및 대입 자율화, 국제중 및 자율형사립고 설립, 학교 정보 공개, 학업성취도 평가, 영어몰입교육 등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정책들은 대부분 사교육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정책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처럼 임기 내에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기는커녕 엄청난 사교육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사교육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지난해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만도 2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초중고생의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4.3%가 늘어났으며, 특히 정부가 공교육 강화에 중점을 기울인 영어 교과의 사교육비는 11.8%나 증가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 3000원에 달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이 같은 사교육비 지출은 가계에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계층 간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갈수록 벌어져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교육비가 오히려 늘었음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07년 20조 원을 약간 넘었던 사교육비는 2008년엔 20조9000억원으로 4.3%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교육정책이 사교육을 팽창시키고 입시학원을 살찌웠음을 수치로써 확인해준다. 이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추진한 영어몰입교육 조기 실시,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국제중과 자율형사립고 등은 입시열풍을 부채질했다.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초등학생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얘깃거리도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핵심 서민대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특단의 사교육 대책’은 당과 정부, 청와대의 의견이 서로 엇갈기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특정 계층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 무자비한 경쟁체제 탓에 거의 모든 아이들이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부모 역시 자녀들을 그런 경쟁체제 속에서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이들의 고통엔 눈감은 채 살인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버둥댄다. 이런 경쟁체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임기응변의 대책만으로 사교육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쟁을 기조로 한 현재의 교육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혁신만이 왜곡된 교육구조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이다. 결국 사교육을 잡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교사들의 실력을 높이는 대책을 포함해서 공교육의 내실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사교육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방과후학교 육성, 교원평가제 도입 등 다양한 방법도 강구해볼 수 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강구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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