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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폐지 후 재벌 노림수 은행소유 아닌 지배구조 안정

재벌은행론에 여론 돌리고 보험·증권사 통한 오너 일가 지배구조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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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28,129호 박현군⁄ 2009.07.28 23:30:25

한국 경제를 강타할 핵폭탄이 국회에서 발사됐다. 7월 23일 국회는 임시총회에서 미디어법과 함께 금융지주회사법을 통과시켰다. 미디어법의 경우 날치기·대리투표·무효투쟁 등 정치적 파장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금융지주회사법은 조용히 국회를 빠져나와 한국 증시·금융계·재계에 지대한 심리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금산분리 반대 및 총력저지 입장을 피력했던 민주당·창조한국당·민주노동당·진보연대 등 야당들은 “현재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에 의해 날치기된 미디어법의 무효화”이며, 금산분리 문제는 추후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와 학계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포 절차인 대통령 서명과 법제처의 관보 게재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의 은행 지분 제한 4%서 9%로…재벌은행의 전조? 이번에 통과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산업자본 즉 대기업 그룹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현행 4%에서 9%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연합·좋은지배구조연구소·경제개혁연대 등 경제시민단체들은 “금산분리로 금융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소유 제한 한도가 4%나 9%나 미미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측면에서 언뜻 보기에 경제개혁연대 등의 주장은 과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5% 미만을 가지고 경영권을 지배했으며,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산분리 ‘완화’를 ‘폐지’라고 주장하거나 재벌은행·삼성은행에 대한 공포를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재벌 그룹이 은행에만 부여된 지급결제 기능을 사실상 사유화하려면 해당 은행에 대한 경영권을 완벽히 확보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도 단순한 대출 확대 및 혜택 증가 차원이 아니라, 일각에서 제기하듯이 지급결제 기능을 활용한 재벌 오너 일가에 대한 무한한 자금 대여, 부실 계열사 및 유전 등 고(高) 리스크 사업진출시 자금 퍼주기 등 비합법적인 일을 편법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재벌그룹이 최소한 은행지분의 90% 이상을 확보하여 2대주주가 재벌 최대주주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감사권 및 이의제기 등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김상조 교수도 “물론 당장 9% 지분을 가지고 삼성은행이니 현대은행을 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여 년 동안 재벌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4%에 묶어놓은 것을 현재 9%로 풀었다는 자체가 중요하며, 이는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여론을 조성한 뒤 9%에서 30%, 50%, 100%까지 소유한도를 늘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성문법령만을 따질 경우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제한하는 법이 없는 국가도 있지만, 이는 오랜 전통과 관행으로 만들어진 불문율에 따라 알아서 질서가 잡히기 때문에 만들지 않은 것일 뿐, 사실상 전 세계 어느 곳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재계의 입장은 다르다. 특히 정부는 금산분리의 필요성과 김상조 교수의 반박에 충분한 공감대를 나타내면서도 이번 금산분리 완화에 나섰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친이명박계 의원들을 리드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의 이같은 이율배반적 행위에는 국민·하나·제일·한미·외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해외매각에 대한 뼈저린 후회 및 반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 당국, “강력한 감시·감독 체제 정비할 것” 지난 1996년 이후 삼풍백화점 붕괴와 한보그룹 부도 등으로 한국의 관치 중심 금융·경제 시스템이 연달아 붕괴되면서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IMF에 의해 금융시장이 강제 개방되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지분 대다수가 외국 투자자들에게로 넘어갔다. 제일은행은 홍콩에 적을 둔 중국계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에 넘어가 SC제일은행으로 바뀌었고, 한미은행은 씨티은행에 흡수 합병됐다. 그 외에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지분의 2/3가량을 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처음부터 재일교포에 의해 설립된 일본계 은행이다. 다만, 대형 시중은행들 중 우리은행과 농협만이 국내 자본에 의해 유지된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지분 70%를 예금보험공사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언젠가는 매각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본래 2006년에 민간에 매각하고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했지만, 당시 국내 자본 중에 매각할 곳이 없었고, 해외 매각은 국민 정서 및 국가적 금융 구조의 안전성을 고려할 때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법령 개정을 통해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우리은행의 지분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갖춘 자본들 중 금산분리 관련 법령상 산업자본에 해당되지 않는 곳은 없었다”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 금산분리 절대수호에 앞장섰던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재벌은행을 위한 금산분리 폐지는 절대로 불가하다”며 “다만 우리은행을 해외 자본이 아닌 국내 자본에 매각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약간의 예외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당시 심 의원이 제안한 약간의 예외란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등 연기금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제 공정거래법 개정안만 통과되면 어느 정도 법령정비가 완료된다”며 “이후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 산업은행의 민영화, 외환은행의 매각도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재벌들의 무분별한 은행 활용을 통한 금융건전성 저해 우려에 공감되는 측면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4% 이상 소유할 경우에 대한 경영권 감시 및 허가 등 강력한 감독과 견제체제를 시행령·감독규정 등 하위법에서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기업자금의 자본확충을 받은 은행들은 대출여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같은 기회가 기업의 자금난 해소, 투자 촉진, 일자리 확대 수순을 밟아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면 경제위기 탈출의 동력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산업자본, 은행 소유 아닌 영향력 확대 그러나 일각에서는 “9% 지분을 가지고 은행 소유, 지급결제 시스템의 사유화 주장은 억지에 가깝지만 그래도 문제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팍스넷과 네이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논객은 “9%를 가지고 재벌은행, 지급결제 기능 사유화를 우려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자사 혹은 경쟁사가 신수종 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 모금, 회사채, 차입금 확보 등이 필요할 때 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은행의 심사 결정에 자신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 주도의 재벌 그룹 구조조정에 재벌 9% 지분이 대입되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짐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은 주채무계열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건전성 회복을 위해 유휴자산 및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종용하고 있고 기업들은 불가를 외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만약 두산그룹·금호아시아나그룹·한진그룹·롯데그룹 등이 주채권은행들의 경영권 9%를 확보해 이사 1명씩을 파견한 상태라고 가정한다면 청와대·정부·금융위원회가 요구하는 은행 주도의 재벌개혁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9% 한도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기준”이라며 “예를 들어 삼성그룹·신세계그룹·CJ그룹이 국민은행을, LG그룹·LIG그룹·희성그룹·GS그룹이 하나은행을 각각 9%씩 보유하게 된다면 범 삼성가가 국민은행 지분 27%, 범 LG가가 하나은행 지분 36%를 보유하는 셈이어서 사실상 경영지배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금융 계열사 통해 오너 지배력 강화 하지만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의 대표적 케이스로 거론되는 재벌은행의 가능성은 금산분리 폐지로 인한 이론적 상징성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 가능성은 아직 없다. 그보다도 정반대의 상황인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가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이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증권사·상호저축은행 등이 제조업 및 서비스 업체들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삼성에버랜드·삼성물산 등을 자회사로 둘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동양생명이 동앙시멘트·동양메이저를, 대한생명이 한화건설·한화리조트 등을 계열사로 거느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통과로 이 같은 규제가 한꺼번에 철폐된 것이다. 이는 삼성그룹·동양그룹·한화그룹 등 주요 재벌 그룹들의 지배구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동양그룹은 동양시멘트 등의 유상증자에 동양생명의 참여를 통해 지분구조 확립과 계열사 자본확충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도 생명보험사 빅3에 속하는 대한생명을 통해 새롭게 지배구조를 정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수종 사업 투자와 김승연 그룹 회장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생명의 운용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번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허용과 관련하여 삼성그룹보다 더 주목받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후계자 신동빈 부회장은 대권 승계 이후 그룹의 주력사업을 쇼핑·관광과 금융의 양 날개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동빈 부회장은 금융적 측면에서 대한화재 인수 후 롯데손해보험 출범, 코스모투자자문 인수를 이뤘다. 또 CJ증권·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증권사에 나도는 등 증권사 인수를 향한 신 부회장의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23일 국회에서 미디어법 이슈에 밀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무방비로 통과됐으며, 금산분리 폐지와 관련 재벌은행에 대한 우려론에 밀려 정작 제2금융권 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는 이슈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정작 재벌들의 일차적 노림수는 재벌은행 탄생이 아닌 계열 보험·증권사를 통한 지배구조 안정이라는 분석이다. 또 팍스넷의 한 논객은 “증권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법적으로 허용된 이상 재벌은행은 더 이상 재벌 그룹들의 관심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며 “한국은행·금감원 등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견제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증권사들이 예금통장과 같은 CMA·장기저축형 상품 등의 출시 및 현금인출 서비스 확충 등으로 은행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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