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CNB화랑]배빈아, 하늘이야기

  •  

cnbnews 제130호 편집팀⁄ 2009.08.11 10:27:22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아무 것도 눈에 치이지 않는 곳에서 위를 올려보면, 하늘이 의외로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잠시 응시하고 있으면, 하늘만치 오묘하고 광활한 것도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바다 속 같은 고요 속에 침몰하여 있는 하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예술이고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쪽빛으로 물든 하늘 색깔에 눈이 부시다. 맑은 시냇물에 헹구어낸 듯이 맑은 빛살로 그득한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하늘, 저쪽 가장자리까지 좇아가면 무엇을 만날까, 어떤 동네가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에 잠길 때도 있다. 푸른 하늘을 보기만 하여도 마음에 드리운 그늘을 씻어내고 와락 안기고 싶은 벅찬 느낌이 든다.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고, 곧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우리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먼, 그리운 연인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배빈아의 시선은 그런 하늘에 쏠린다. 그는 몇 년 전부터 하늘을 테마로 삼아왔다. 광활한 천상의 세계를 바라보며 묵묵히 그려왔다. 그녀가 그린 하늘은 갠 하늘만은 아니다. 잔뜩 낀 구름이 하늘을 장악해서 적셔버린 것도 있고, 노을이 진 풍경, 바람을 타고 하염없이 어디론가 동동 떠가는 구름, 그런가 하면 빛에 산란하는 광채 띤 하늘까지를 두루 구경할 수 있다. 정말 볼거리가 지천으로 널린 곳이 하늘이 아닌가 싶다.

하늘의 표정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하늘의 표정을 그림으로 촘촘히 잡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배빈아가 그래서 궁리한 것이 어느 한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는 것이다. 유동적인 흐름을 잡아낼 수 없을 바에는 차라리 하늘의 한 부분 혹은 노을이 지는 무렵이나 청명한 순간만을 집중적으로 옮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작가는 근래에는 더 적극적으로 하늘에 ‘표현’을 개진시킨다.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만든 모습으로 하늘을 형용한다. 단순히 하늘 그림이 아니라 하늘에 작가의 심상을 얹어 전달하려고 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중략)… 좀 더 주관적으로 자연을 표현했거나 자연에 삶의 이야기를 투사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중략) 그가 하늘에 유난히 관심을 갖는 까닭은 하늘에는 시간의 구속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공간의 구속도 없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다. 하늘은 그런 점에서 ‘자유’를 표상하고 ‘무한’을 상징한다. 그런 하늘은 삶의 굴레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우리에게 희망이 되어준다. 갇혀 있으며 자유롭고, 내재해 있으면서 넘어서고, 바라보면서 날아가는 것은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비상을 꿈꾸기’를 멈춘다면 사람들은 육체의 외투를 영영 벗어버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배빈아에게 하늘은 어떤 의미일까? 혹시 비상을 상징하는 창문 같은 이미지는 아닐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하며 삶을 나누는 하늘이 있기에, 또 그에 관한 동경이 있기에, 그토록 하늘 풍경을 안간힘을 쓰고 추적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작가 노트 배빈아 하늘이란 대상은 초자연적인 것에서 독자적인 존재를 거쳐 인간의 감성과 연결되는 존재로 그 의미를 확장해왔으며, 이는 하늘이 감성의 표현 공간으로서 적절한 대상이고 무한한 표현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임과 동시에 모든 이에게 보편 타당하면서도 인간의 유한성과 자연의 무한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근작들에서 보이는 하늘에 투영되는 왜곡된 구조물들은 인간이 존재의 중심에 있지 않고 자아의 중심과 주변 사이에서 혼란스럽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아의 중심에서 기울어져 있다가도 때론 진리의 일견이 찾아오며 모든 것이 마구 섞여 있는 혼돈스런 세계,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융합되지 못하는 한계를 상징한다. 이를 통해서 인간과 자연은 조화와 부조화, 유한함과 무한함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관계라는 것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배빈아 BINA BAE 한양대학교 미술교육학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학과 박사과정 개인전 8회 MANIF 구상대제전(예술의전당) Art Seoul(예술의전당) 경향신문사 초대전(정동 경향갤러리) 공간의 생산전(성남아트센터) 분당미술제(성남아트센터) Golden Eyes Art Fair 2008 - 대형작품 특별전 부문(COEX 인도양홀) 그 외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다수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San Diego 시청, 성남시청 (현)한국미술협회, 분당작가협회, 분당미술제 운영위원 한양대학교 출강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