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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김정일 면담 남북관계 풀리나

현대아산 유성진 씨 송환, 금강산·개성 관광 본격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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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1호 박성훈⁄ 2009.08.18 14:10:03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8월 10일부터 북한 평양을 방문해 극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면담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이고, 북한이 지난 7월 초 이후 대남관계에서 침묵을 지켜왔던 점으로 미뤄 대남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현 회장의 방북 성과이다. 현대그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만남으로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가 싹튼 것처럼, 현 회장의 방문이 남북 경협 재개의 신호탄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현 회장 평양 방문의 전격 성사, 김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방북 이후 남북 간에 냉랭한 분위기가 가시고 있는 점 등이 이번 방북의 성과이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에게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부는 현 회장의 방북을 ‘사업적 차원의 민간 방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사실상 정부의 ‘민간 특사’ 역할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추진하자는 우리 정부의 요청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정은, 평양 체류 거듭 연장하기도 만남이 성사되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잇따르기도 했다. 현 회장은 당초 2박3일의 방북 일정을 두 번에 걸쳐 이틀 연장한 바 있다. 현 회장은 2005년에도 김 위원장을 면담하는데 5일이 걸렸다. 현 회장의 김 위원장 면담이 늦어지는 것은 김 위원장의 ‘뜸 들이기’ 전략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김 위원장의 이번 전략은 2000년 8월 2차 남북 장관급회담 당시 남측 수석대표였던 박재규 통일부 장관을 만날 때에도 당초 일정보다 늦게 면담했던 ‘십팔번’이다. 당시 박 장관은 일정을 하루 연장한 뒤 평양에서 원산까지 열차로 왕복 16시간을 이동한 후에야 김 위원장을 만났다. 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방북, 평양에 머물다가 강원 원산의 동해함대 해군기지로 이동한 뒤에야 김 위원장과 면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일에는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의 해군대학을 시찰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함흥을 방문한 뒤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원산 등의 지방을 시찰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원산 현지시찰에서 송도원 야외극장을 돌아보고 극장관리 운영지침을 내렸으며, 공연을 관람하고는 대중적인 예술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지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인민군 제974군 부대 산하 군인가족 예술소조 공연과 중대 군인들의 예술소품 공연도 관람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당시 함흥에 있는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했고 오후에 함흥대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관람했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현 회장이 함흥으로 간 이유를 시사한다. 현 회장이 함흥까지 갔다면 김 위원장이 그곳에서 만나기 위해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통의 전언도 들린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흥에서 원산으로 이동해 송도원 청년야외극장을 현지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보도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이동에 따라 현 회장도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함흥과 원산 지역까지 이동한 것으로 대북 소식통이 전하기도 했다. 유성진 씨 137일 만에 송환 유성진 씨는 현 회장이 평양을 방문한 지 4일째인 13일 파주 도라산 출입국사무소에서 송환됐다. 억류된 지 137일 만이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북측이 오후 5시 10분쯤 유 씨 신병을 현대아산 측에 인계했다”며 “오후 5시 20분쯤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유 씨의 신병이 인계됐다”고 밝혔다. 유 씨는 이날 오후 7시께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소감을 밝히고 서울로 귀환했다. 유 씨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나흘째인 이날 남북합의서에 따라 북측으로부터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은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석방 문제가 첫 번째 화두였다. 현대와 북측이 이미 물밑 접촉을 통해 이 문제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했음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현 회장은 방북 직전,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석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가서 잘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의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개성 관광의 향방

또 지난해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북한의 ‘12·1 조치’로 중단된 개성관광 재개도 협상 의제에 올랐다. 이 사업들은 현대아산의 핵심 사업이기 때문에 재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현재 금강산엔 현대아산 직원 51명과 협력업체 직원 31명 등 82명이 상주하고 있다. 현 회장도 지난 4일 고 정몽헌 현대그룹 전 회장의 6주기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 “호텔 등 관광 시설은 당장이라도 관광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11월 18일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이후 195만5,951명이 다녀갔고, 한때 하루 관광객 2,000명을 돌파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뚝 끊기며 현대아산의 매출 손실은 이미 1,500억 원을 넘긴 상태이다. 여행사와 운송업체 등 협력업체 매출손실까지 포함하면 2,100억 원 이상이다. 때문에 지난해 7월 1,084명이던 직원은 현재 411명으로 줄었다. 같은 관심사인 개성 관광은 2007년 12월에 시작됐다가 지난해 11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측이 갑자기 12월 1일자로 전면 차단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중단됐다. 이로 인해 현대아산은 800억 원 가량의 매출손실을 안아야 했다. 왜 ‘현정은’을 메신저로 택했나 남북 당국이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대표 등이 아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메신저로 택한 배경은 시점상으로 현 회장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에 물꼬를 틀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란 의견이 다수이다. 우리 정부는 대북 사업의 주체인 현대그룹 총수를 통해 현안을 논의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대북특사로 거론돼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중병에 빠져 특사를 맡기 힘든 상황이란 점도 현 회장을 북한에 보내게 된 배경이란 분석이다. 여기에는 대북 사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에 대한 북측의 심적인 부담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89년에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방북하여 금강산 관광 및 시베리아 공동개발 등의 의정서를 맺은 이후 20년 동안 북측과 현대는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명예회장은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면담했고,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도 김 위원장과 면담했다. 정 회장의 타계 이후에는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두 차례 만났다. 현대그룹의 한 전직 임원은 “북측과 현대그룹의 오랜 인연에다 현대그룹이 대북사업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대한 북측의 부담감 등이 현 회장을 메신저로 받아들였고, 우리 정부도 이를 수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정은-클린턴의 닮은 점 현 회장의 북한 방문은 6일 전에 있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그것과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자국민 석방이라는 목적으로 방북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두 미국인 여기자를 구출하러 갔고, 현 회장은 현대아산 직원 유 씨의 석방을 위해 평양에 갔다. 외국에 억류된 자국민을 구해내야 하는 정부의 임무를 민간인이 대신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를 보는 양국의 시선과 평가도 비슷하다. 한국 정부는 현 회장의 방북을 ‘사업 차원’으로 한정했고, 미국 정부도 클린턴의 행보를 철저한 ‘개인 활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부 모두 자국 내 보수세력의 비판을 의식한 발표였지만, 사실상 정부 특사 역할을 했다는 게 공통된 평가이다. 모두 북측이 먼저 초대를 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차이점은 클린턴과 현 회장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이다. 클린턴이 평양에 도착해 억류됐던 두 여기자를 비행기에 태워 순안공항을 이륙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채 하루가 안 됐다. 이 짧은 시간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일행은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시간 15분가량 만났으며, 이후 2시간가량 이어진 만찬도 함께했다. 하지만 현 회장은 10일 2박3일 일정을 잡았다가 이후 두 번이나 일정을 늘렸다. 명확한 이유는 여전히 전해지지 않고 그의 동선 역시 거의 파악되지 않아 평양에 있을 거란 막연한 추측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북한 언론의 보도도 많이 달랐다. 중앙통신은 5일 오전 미국 전직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클린턴 일행이 항공편으로 평양을 떠났다고 보도했다가 다시 출발 사실을 보도하는 등 혼선이 있었다. 하지만 현 회장의 방북 행보에 대한 북한 언론의 보도는 소극적인 부분에 그쳤다. 이제 남은 것은 연안호 송환 문제 유성진 씨가 풀려난 가운데, 지난달 30일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나포된 800연안호 선원 4명도 여전히 억류 상태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해사 당국 간 채널을 통해 (연안호와 관련하여) 문의했지만 북측은 오늘도 통보할 내용이 없고 조사 중이라고만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번 유 씨의 석방을 계기로 연안호 선원들의 송환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다. 유 씨 석방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연안호 선원의 송환은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안호 문제는 앞서 북한 측에 나포됐던 우리 측 선박과 비교해보더라도 사실상 풀어줄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2005년 4월에 NLL을 넘은 황만호는 불과 닷새 만에, 2006년 12월에 무단 월경한 우진호도 18일 만에 남측으로 송환됐기 때문이다. 다만 유씨 의 석방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진전이 더딜 경우 연안호 선원 억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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