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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서거정국, 정치권 판세에 미치는 영향

여야, 겉으론 화해 무드…속으론 복잡한 수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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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2호 조신영⁄ 2009.08.25 10:34:39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으로 정국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한국 정치사의 두 거목이 사라져 정국 기상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 불허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권은 노 전 대통령이 몰고왔던 ‘서거정국’의 트라우마로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해 무드’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이에 반해, 야권은 ‘구심력’ 역할을 해온 김 전 대통령의 부재가 가져올 여러 가지 변수들에 숨죽이고 있는 상황. 일단 여야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면서 ‘DJ 서거’ 정국이 가져올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거정국’에서 화해(?)한 與野 여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앞에서 일단 모든 전쟁을 중단한 채 추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유족들의 뜻대로 ‘국장’을 전격 수용하는 등 전 정권과의 화해를 적극 모색하는 모습이며, 야권 역시 이에 대한 거부감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충격 속에서 미디어법 무효를 위한 ‘100일 장외투쟁’을 중단했다. 민주당은 장례행사 지원 등 후속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난 8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을 접객하는 등 ‘상주’역할에 매진했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 김 전 대통령 서거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아 미디어법 투쟁이 잠시 중단됐을 뿐이며, 종전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번 서거정국을 계기로 9월 정기국회에 정상적으로 등원해 정국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것이 10월 재·보선에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당분간 정치일정을 자제하면서 추모 분위기를 이어 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당 지도부는 DJ의 생전 업적에 대해 전례 없이 높은 평가를 내놓으면서 정국의 화해 무드를 조성하는데 당력을 모으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19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현대 정치의 한 축인 김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은 큰 정치적 손실”이라며 “고인이 줄기차게 집념을 불태우던 남북통일에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고,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사명은 국민통합과 남북통일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9월 정기국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을 감안, 향후 야당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장외투쟁을 중단한 만큼 애도기간 이후 장외투쟁을 재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DJ 서거정국, 민주당에 미칠 파장 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성격 자체가 다르지만,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무게감을 감안하면 정치권에 몰고 올 파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더욱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당의 대주주를 잃은 민주당 내 역학구도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의 공백을 메우려는 정치세력 간에 치열한 수싸움과 ‘이합집산’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상주를 자임하고 나선데에는 ‘민주진영’의 적통이자 새로운 구심점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는 자신들이 ‘포스트 DJ’ 시대 야권의 리더임을 자임하며 ‘민주당 중심의 야권통합’을 추진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통합론’을 외치는 민주당과는 달리 민주진영 인사들은 대부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선 친노 인사들은 친노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원외 인사라는 점에서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으나, 이 진영에 유시민 전 장관이 참여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어 민주당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 정세균 대표가 ‘서거정국’을 통해 당내 입지를 다지고 대권 후보로 도약할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데, 10월 재보선에 당내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출마한다면 이 역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근태·손학규 전 의원 등이 재보선을 통해 복귀하면, 당내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원 문제 역시 골칫거리다. 민주당은 대통합론을 위해서 친노 인사를 비롯해 정 의원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당내 일부에서는 친노 인사들을 받아들일 때 정 전 의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론 서로가 ‘상극’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정 의원의 당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친노, 거물급 인사 복귀, 정동영 전 의원 거취 문제 등으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호남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 전 대통령의 명성을 물려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후계자, 이른바 ‘포스트 DJ’가 없다는 점에서 호남 분열론이 나올 수도 있다. 서거정국, 10월 재보선에 영향 미칠까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진영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함께 민주당의 주가가 상승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과 소통하는 민주당의 모습이 향후 정국을 이끄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평생 동안 이룩하려고 노력해온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 관계 발전이 민주당의 모토와 맞닿아 있는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부분들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이를 활용할 경우 정국 주도권 확보가 용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민주당의 정국 주도권 확보가 가능할 경우 민주당은 당 내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등원론의 명분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0월 재보선 ‘승리’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한나라당의 부담감은 크다. 당내 공천 갈등이 예고되는 가운데, 서거정국이 10월 재보선으로 옮아갈 경우 참패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10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경남 양산 출마 문제를 두고 친이-친박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런 당내 이해관계를 푸느라 ‘시간 낭비’를 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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