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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00만시대, 이주노동자는 서럽다

임금체불·인권침해 여전히 만연…다문화가정 2세, 외모 달라 따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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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4호 박성훈⁄ 2009.09.08 10:56:51

나라에서 다문화가족을 강조하고 있다. 거리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우리나라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를 실시한 지도 5년이 지났고, 재외동포에 대한 방문취업비자 발급 제도도 실시 중에 있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에서도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출신의 고려인과 이주 노동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등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폐쇄성은 여전하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생활편의 제공과 인권보장 장치는 미비한 실정이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를 포용하려는 노력과 개선이 없다면 앞으로 닥쳐올 인구 대재앙의 파고를 넘기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주 노동자 임금체불·인권침해 여전 경기도 안산의 시화지구 등 공업지역에 가면 고시원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이는 다행이고, 컨테이너나 비닐 하우스 등 주거용이 아닌 열악한 시설에 거처하는 경우도 있다. 이주 노동자 4명 중 한 명이 주거용 건물이 아닌 컨테이너나 비닐 하우스 등을 ‘기숙사’로 삼아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낮은지를 방증한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단체 협의체인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가 지난 6월 수도권과 충청·전라 지역의 이주 노동자 53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6%가 공장 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이들 중 40%(전체의 25.1%)는 ‘기숙사’가 컨테이너나 비닐 하우스 등 임시 건물이라고 답했다. 외노협은 공장 내 기숙사가 주택법상 비주거시설이 대부분이고, 위생이나 편의 면에서 건축법상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24%는 기숙사 공간이 비좁다고 답했고, 19%는 냉난방 시설이 열악하다고 답했다. 다쳤거나 아팠을 때 셋 가운데 한 명은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했는가 하면, 임금체불이나 폭언·폭행 등 사내에서 이루어지는 인권 침해도 여전하다. 37.7%가 ‘일한 것보다 월급이 적었다’고 답했으며, 21.8%는 ‘월급이 한 달 이상 밀린 적이 있다’, 29.7%와 10.8%는 각각 ‘폭언’과 ‘구타’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일하다 다치거나 아팠다는 187명 중 절반(99명)은 산재 처리하거나 공장에서 병원비를 받았지만, 66명(37.7%)은 자신이 치료비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26일 열린 ‘한국사회 성·인종차별 토론회’에서도 “이주 노동자 여성은 임신 및 에이즈 검사 등을 받으며 입국 때부터 인종·성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서양에서 온 여성이면 사회에서 대우를 받지만, 동남아 출신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지도 않고 무시한다” 등 현실을 꼬집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근로계약 이해 못한 노동자도 있어 이주 노동자가 하루 평균 10시간58분 일하며 받는 월평균 임금은 116만 원이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을 고국으로 보내고 나면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빠듯하다는 게 외국인 노동자들의 하소연이다.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일부만 이해했다’(49.5%)거나 ‘이해하지 못했다’(11.6%)고 답해 대부분이 근로와 관련한 필수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고용돼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알선업체 등에 지불한 비용(송출비용)은 평균 2635달러(약 326만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베트남이 3791달러로 가장 많았고, 스리랑카 1875달러, 몽골 1628달러 등의 순이었다. 외노협은 “많은 송출비용은 이주 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옥죄어 결과적으로 이들을 노예 상황으로 내몬다”며 “정부는 현지 조사에 나서 송출 비리가 나타난 국가에 대해서는 인력 도입을 중단하는 등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이주 노동자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을 받는 한국인 노동자를 해고하고 최저임금의 이주 노동자를 쓰는 공장이 크게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주 노동자들 “보험료 부담 커요” 이 외에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절박하게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보험제도이다. 보험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이다. 물론 이주 노동자 대부분은 의무적인 보험에 대한 가입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국내에서 취업하는 경우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보험뿐만 아니라 귀국비용보험에까지 가입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국민연금까지 부담하는 것은 너무 과중하다는 하소연이다. 100만 원 남짓한 월급에서 10만 원을 보험료로 떼내고 나면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는 절박한 호소이다.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주 노동자와는 거리가 멀다. 국민연금은 월급의 9%를 사업장에서 4.5%, 본인 4.5%의 비율로 납부하게 되어 있다. 이주 노동자의 월평균 급여를 생각할 때 5만 원 상당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본국으로 돌아갈 때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돌려받지만, 당장 생활에 필요한 한 푼이 아쉬운 이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귀국비용보험은 불법체류를 방지하고 귀국에 필요한 항공료 등의 경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H2 비자 소지자는 근로 개시일 80일 이내에 이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각 지역 귀국시 필요한 비용(항공료 등)을 감안한 국가별 고시금액을 일시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즉,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H2 비자 소지자는 60만 원을 일시금으로 지불해야 하므로 첫 월급의 50% 이상을 귀국비용보험 가입에 지출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과 귀국비용보험으로 인해 이주 노동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근로자 본인이 가입돼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체류기간 동안 납부한 보험료를 귀국 때 환급받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민족 배타성, 다문화가정 정착 걸림돌 이주 노동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고, 그들의 현실적 경제 상황을 고려한 융통성 있는 보험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이민족에 대한 배타성은 다문화가정의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취학연령대 자녀 2만4,867명 가운데 6,089명(24.5%)이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더라도 ‘조금 다른 외모’ 때문에 따돌림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다문화가정 자녀 중 초등학생 1,800여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9.6%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이나 차별·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피부색·외모가 다르거나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미셸 씨는 “이주 노동자들은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자유롭게 옮겨다니면서 활동하려고 하지만 법 등의 제약으로 기본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인종·피부색·종교 등에 대한 차별의 시선이 한국 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 여성인 레티마이 투 씨는 “똑같이 국제결혼을 해 서양에서 온 여성은 사회에서 대우를 받지만, 동남아 출신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지도 않고 무시하는 경우를 생활 속에서 많이 겪었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다문화가족협회 정혜실 공동대표는 “정부의 다문화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와 난민 가족이 배제되는 등 차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족법은 배제와 소외 낳는 법” 정 대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배제와 소외를 낳는 차별적인 법”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 자녀들은 진학과 직업의 자유가 없어 공장에서 단순노동직으로만 살도록 한국 사회가 강제하고 있다. 새터민에게는 정착금·직업교육 등 혜택을 주지만, 난민에게는 오직 체류자격만 보장할 뿐 어떠한 정책적 지원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한국어 배우기 시간은 대개 주중 오전 시간에 진행돼 직장이 있는 외국인 남성 배우자들은 사실상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다문화정책이 결혼이민자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춰 시행돼 성적인 평등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전광희 인구학회 회장은 “우리 사회는 세계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문화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고 이민족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 이라며 “일상에서 세계화 수준을 향상하는 것이 다문화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최우선적 과제” 라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국내 외국인 100만 시대’와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세계화’란 그저 허울 좋은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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