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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중징계, 금융권 보신주의 우려

금융권, “수년 지난 투자실적 끄집어내 사망선고 내린 것은 잘못”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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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5호 박현군⁄ 2009.09.15 16:39:32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를 최종 확정받았다. 죄목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부임하던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기간 중에 미국 월가에서 출시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를 일방적으로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위험관리 규정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황 회장의 지시로 우리은행이 양 금융상품에 투자한 결과 90% 가까이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최종적으로 KB금융지주 회장직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를 확정받았다. 황영기 회장 직무정지 중징계 확정 금융감독원 제재위원회는 지난 4일 직무정지 상당이라는 징계 수위를 결정한 후 이를 금융위원회에 올렸고, 금융위원회는 그보다 더 구체적으로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실질적인 징계를 내렸다. 본래 금융사 임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라는 징계가 최종 확정되면, 그 순간부터 임원이 관장하던 모든 업무는 강제로 정지되고 회사를 퇴직해야 한다. 또 직무정지를 당한 임원은 선고일로부터 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활동하지 못한다. 황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선고받은 ‘직무정지 상당’은 당장 KB금융지주 회장 직을 건들지는 않지만, 황 회장이 임기를 마친 시점부터 5년 간 금융사 임원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KB금융지주 회장직의 연임도 당연히 물건너 간 것이다. 반면,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한 내용은 비록 3개월 간이지만 황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서 강제적으로 모든 업무를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역시 향후 5년 간 금융사 임원이 되지 못하는 것도 같다. 4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황 회장에 대해 충분한 소명과 제재위원들 간의 찬반 논란 끝에 이 같은 징계를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에 대한 이번 조치는 은행법 54조 “금융기관장이 해당 금융회사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제재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한 것. 황 회장에 대한 이번 조치는 그가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기간 중에 당행이 월가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의 파생상품에 총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이 중 1조1800억 원의 손실을 본데 대한 책임이다. 이는 동 기간 중 우리은행이 관련상품에 투자해 잃어버린 총 손실금액 1조6200억 원의 73%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CDO와 CDS에 투자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며 “그 과정에서 위험관리 규정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의 잘못이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해서 덮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황영기 회장 측은 소명을 통해 “세계적 금융위기로 발생한 불가항력적 투자 손실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투자과정도 적법했다”면서 강하게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재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황영기 회장 이후 우리은행의 사령탑인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에 대해서는 주의적 경고에 그쳤다. 이 같은 금융감독원의 결정으로 타격을 입게 된 곳은 우리은행이 아닌 국민은행. 오히려 우리금융지주는 황영기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우리은행 임직원 40여 명이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KB지주는 이번 조치로 인해 그룹의 최고 수장이 도덕성과 능력 등 금융 경영인 자격에 흠집이 남에 따라, 대외신인도 하락 방지 등을 위한 다각적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영기 회장의 직무정지라는 금융위원회의 제재 결정이 최종 확정되었더라도, 황 회장은 3개월 후 KB금융지주 회장이라는 직위를 수행하는데 법적으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 다만 이후 황 회장은 5년 간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을 뿐이다. 이는 황 회장의 현직이, 문제가 됐던 우리은행이 아닌 KB금융지주인 점이 고려된 조치이다. 그러나 황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재로 KB금융지주 회장직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현재 황 회장이 취할 수 있는 행보로 KB금융지주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현 제재결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것과 KB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보고 그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보신주의 확산 주장 한편, 황영기 회장의 직무정지가 결정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복지부동·보신주의 풍토가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황영기 회장이 당시 과하게 공격적으로 투자한 측면도 있었지만 그것은 개인의 스타일”이라며 “더군다나 KB금융지주 회장 직위에 있는 사람을 2년도 더 지난 우리은행장 시절의 행위를 소급해서 징계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업이라는 것이 기업과 개인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은 뒤 투자활동을 통해 돈을 불려 고객들에게 더 많은 돈도 돌려주고 회사도 수익을 남기는 사업”이라며 “수 년 전의 투자활동 과정에서 벌어진 결과들을 소급해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다면 금융업계의 경영자들이 한껏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더 큰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금융권 관계자들은 황 회장 직무정지 사건으로 받은 충격을 지난 변양호 신드롬에 빗대 황영기 신드롬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변양호 신드롬이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으로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재판에 회부된 이후 공무원 사회에서 더 이상 앞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된 사건을 지칭한다. 변양호 재판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불러왔듯이, 황영기 퇴출선고가 금융권 임원들의 보신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CDO·CDS 투자 실패는 단지 황 회장 징계를 위한 구실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황영기 자체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현 정권 수뇌부의 내부 알력 과정에서 황영기 회장의 인맥이 밀리면서 유탄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설이다. 황영기 회장은 전 정권 말기에 우리금융지주 회장 및 우리은행장에서 강제로 물러났지만,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이명박 캠프의 금융 전문가와 KB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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