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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만 있고 아동인권은 허술한 민법

법무부 민법 개정안에 나타난 친권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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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9호 박성훈⁄ 2009.10.13 16:29:19

친권자에게는 자식을 징계할 ‘권리’가 있는가? 현행 민법에서는 ‘예스’다. 양육을 위해서라면 법원의 동의를 얻어 자식을 교정기관에 맡길 수 있다는 점도 현행 민법에 보장된 내용이다. 또한, 자식은 친권자가 원하는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징계권’, ‘거소 지정권’이란 명목의 법 내용들은 인권 단체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자식을 키우는 사람의 권리만 강조돼 있을 뿐 자녀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다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아동을 보호의 객체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도 능동적으로 권리를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2003년에 한국 정부에게 아동의 견해를 존중할 수 있도록 입법조치를 권고한 적이 있다. 최근 법무부가 민법 개정안을 내놓았을 때 인권단체에서 관심을 보인 것은 단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거소지정권 및 징계권에 친권자 책임 강조해야” 법무부가 지난 7월 입법 예고한 민법 개정안에는 인권단체의 기대와는 반대로 친권자 중심 규정이 그대로 남았다. 1958년 민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던 규정 그대로 이어져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가인권위원회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인권위는 9월 24일 법무부 장관에게 “아동 권리 보호”를 주문했다. 인권위는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 표명’이라는 권고안을 내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민법 개정안’이 친권제도 등의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어 아동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친권자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한 ‘거소 지정권’과 ‘징계권’을 문제 삼았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에는 “자는 친권자의 지정한 장소에 거주하여야 한다”,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권위는 이 같은 규정들이 지나치게 친권의 권리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동은 보호의 대상이면서도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요구할 권리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흐름도 친권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만큼, 거소 지정권과 징계권 규정을 친권자의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고 미성년자의 권리 주체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요점이다. 인권위가 문제 삼은 규정은 ‘징계권’, ‘거소 지정권’뿐만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 제909조의 2 제3항에는 단독 친권자 사망 시 생존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때 법원의 직권, 친족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해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됐다. 그런데 협의이혼 시 자녀 양육 문제 등 현재도 보장되어 있는 법원의 직권개입이 거의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성년자 보호의 공백 이에 인권위는 법원의 직권개입 실효성을 제고하는 보완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의 의사표명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명시하고, 스스로 의사표현한 내용이 법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나이인 의견청취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의사표명권을 보장하고 있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이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개정안’의 후견인 임무 대행자 선임 규정(제909조의 2 제6항)이나 친권상실 규정(제924조)에는 자녀 의사 고려 규정이 없다. 이에 인권위는 아동의 의견을 존중하고 청취하는 명문 규정을 둘 것을 권고했다. 현행 15세로 된 의사청취 연령도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을 보면, 연령이 지나치게 높고 ‘아동 이익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12세 이상 아동의 경우는 의사를 직접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전문가 지원을 통해 아동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의사를 확인하는 제도도 당부했다. 그리고 인권위는 후견인 감독 제도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다. 물론, 현행법상 후견인 감독 기능은 친족회에 있다. 하지만 친족 간의 유대 약화 등으로 친족회의 후견인 감독 기능은 거의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부모의 이혼 등으로 방치된 아이를 후견인이 제대로 돌보지 않아도 친척이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성년자 후견인 지정 시 본인 의사 반영해야” 이번 개정안 제909조의 2 제5항에 따르면, 법원은 4촌 이내의 친족이나 적합한 사람 가운데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법원의 후견 기능을 높여 아동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하거나 친족회를 자녀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제3의 후견 감독인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1차 민법 개정안에는 ‘성년후견제도’의 도입으로 대표되는 후견 제도의 전면적 개선이 눈에 띈다. 제도의 변화에 맞추어 후견인 제도 역시 대폭 수정된 내용을 담고 있다. 성년 후견과 미성년 후견으로 크게 나뉘있는 후견인 제도는 공히 지정되지 않으면 법정 후견이 개시되어, 혈연 중심으로 정해진 순위에 따라 정해져 현실적인 친밀도, 양육 현황 등이 반영될 여지가 없었던 규정들이 삭제됐다. 또한 허울뿐인 친족회 규정이 삭제되고 후견감독인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어 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견인의 가족을 감독인으로 선정할 수 없게 한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민법 개정안에서 새로 도입된 성년 후견과 미성년 후견이라는 개념에서 미성년 후견에 관한 규정에는 아동의 권리를 근간으로 하는 친권·양육권·후견에 관한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성년 후견인은 한 명 이상을 정할 수 있고 자연인이 아닌 법인도 가능하며 피후견인의 의사가 충분히 고려하도록 한 반면, 미성년 후견인에게는 적용되지 않게 돼 있다. 우리나라는 자녀의 보호와 관련하여 부모의 권리라는 관점을 인용해 친권·양육권이라는 제도를 두고 후견은 보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논의 과정에서는 친권과 후견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법 개정 없이도, 자녀의 보호·양육과 관련하여 친권·양육권 및 후견에 관한 법원의 입장은 조금씩 변화해왔다. 실례로, 한 국회의원이 이혼 시 자녀의 양육 방법과 관련하여 부부 공동양육을 권장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는 현행법 아래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 재판장이 세 번에 걸쳐 조정 기일을 정해 당사자들을 설득하여 공동양육을 선택하게 한 일도 있다. 진선미 변호사는 “가정법원의 후견적 기능 강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민법 개정과 함께 전문 조사 인원 확충, 전문 법관 육성, 아동복지 관련 기관과의 연계, 의식전환을 위한 재교육 등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현실적 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법상 성년 19세, 금치산·한정치산 용어 없앤다 법무부 1차 민법개정, 무엇이 바뀌나 오는 12월에는 법무부가 마련한 첫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올해 2월 교수·변호사 등 37명이 모여 ‘민법개정위원회’를 꾸려 지금의 116개 조문에 이르는 1차 민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무부는 사회의 실정에 맞도록 매년 개정안을 마련해 2012년까지 모두 네 번에 걸쳐 민법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9월 18일 1차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30일 공청회를 열어 여론수렴 작업을 마쳤다. 1차 민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에는 어떤 게 있나? 먼저, 성년 연령을 지금의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만 19세가 된 대학생들은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결혼을 하거나 근로 및 금융 관련 계약을 할 때에도 별도의 부모 동의가 필요 없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은 만 19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청소년보호법도 만 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사회·경제적 참여를 확대하고 법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성년 연령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 법률행위를 전혀 할 수 없는 ‘금치산자’, 법률행위가 일부로 제한된 ‘한정치산자’ 용어가 민법에서 사라진다. 금치산자는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중증 정신질환자 등을 뜻하고, 올바른 판단에 장애를 겪는 중증 간질 환자 등을 한정치산자라고 표시해왔다. 민법 개정 후에는 금치산자의 대체어로 성년후견이란 말이 쓰인다. 한정치산은 한정후견·상속 등의 특정 사무를 돕는 특정후견, 후견 기간을 정해두는 후견계약 등 네 가지의 법적 후견인을 두도록 된 것이 이번 개정 민법이다. 개정안에는 성년후견을 받는 사람도 일용품 구입 등 일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고, 한정후견을 받는 사람은 가정법원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일정액 이하의 금융·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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