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생명보험사 상장 첫 번째이다. 상장 첫날인 8일 동양생명의 주가와 거래량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매수 주문이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로써 보험주는 8개 손해보험주와 1개의 생명보험주로 구분됐다. 그런데 동양생명의 이날 상장 이후 장외 시장에서 상장 대기 중인 대한생명·금호생명·흥국생명 등의 주가도 인지도에 따라 올라가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의 절대강자인 삼성생명은 오히려 조금씩 하락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생명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동양생명·대한생명·금호생명 등이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은다면 결국 삼성생명을 겨냥한 생보대전이 벌어지게 되고, 삼성생명의 시장점유율은 깎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양생명 생보사 상장 1호 유가증권시장 생명보험 첫 번째 종목은 동양생명이 차지했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29일과 30일 대우증권을 통해 1075만2339주를 공모하여 4404억9100만 원을 조성했다. 이는 전체 지분의 11.3%에 해당하는 금액. 동양생명 보통주는 액면가 5000원이지만, 첫날 거래 시작 금액은 2만2000원에서 형성됐다. 이는 지난달 공모청약 당시 형성된 가격의 최고가이다. 동양생명의 이번 상장 목적은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벽으로 여겨진 빅3(삼성생명·교보생명·대한생명)를 넘어서고 그룹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위한 2가지 목적의 자금 마련 차원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9월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후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당시 주식시장의 저조로 상장을 포기하고 ,6월 3일 청구서를 다시 제출했었다. 동양생명이 최초 상장을 추진하던 지난해 말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업체인 뉴 센추리 파이낸셜(2위)과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10위)의 파산으로 비롯된 세계적 금융 시스템 붕괴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주식시장, 특히 금융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을 기록했었다. 이와 관련, 동양생명은 “자본의 안정적 확충과 규모의 대형화를 위해 상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에는 적당한 시기에 반드시 상장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었다. 동양그룹 현금 역조 심화 동양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 삼성생명·대한생명·교보생명 등 생보 빅3에 이어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4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농협생명과 푸르덴셜 등 외국계 보험사들까지 고려하면 차이는 벌어진다. 하지만 동양생명의 그룹 내 위상은 동양메이저·동양매직·동양금융증권 등 다른 계열사보다 풍부한 현금 보유량과 안정된 사업구조로 그룹의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동양그룹은 동양생명에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신설해 동양금융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통괄하게 만들었다. 또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를 주축으로 하는 비금융 계열사들 중 동양메이저·동양시스템즈·동양매직 등 3개 사가 지난해 말 세계적 금융위기 상황에서 보유한 현금 및 예치금이 204억 원에 불과한 위기를 겪었고, 결국 그룹 자체가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됐었다. 이를 빨리 졸업하기 위해서는 자금 마련이 필수적인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현 회장은 계열사 매각을 결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M&A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동양그룹의 비금융 계열사들은 시장에 내놓더라도 만족할 만한 값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동양생명·동양종합증권 등 금융 계열사의 사업으로 그룹을 유지하는 형편에서 이들을 매물로 내놓을 수는 없는 일. 결국 동양그룹이 택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동양생명의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인 셈이다. 대한생명도 상장 추진 대한생명은 한화그룹 차원에서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사실상 동양생명보다는 외형, 조직력,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대한생명이 더 큰 먹잇감이다. 대한생명은 삼성생명·교보생명 등과 함께 생보사 3강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벌 그룹의 배경, 설계사 조직력, 운용자산의 안전성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이 2강을 형성하고 그 뒤를 교보생명이 추격하는 모양새로 보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투자자들은 대한생명 상장에 더 큰 관심을 보였었다. 그러나 대한생명은 내년 2분기경에 생보업계 두 번째 상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증시에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그룹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대한생명 상장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사실 대한생명의 상장은 경영난 타개, 업계 1위 등극 등 대한생명 자체의 경영적 판단이 아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탄 마련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즉, 대한생명이 상장 과정 중 공모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은 대한생명에 재투자되지 않고 그룹 곳간에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생명 상장은 자사 혹은 소속 기업집단의 경영적 위기 돌파를 위한 것이 아닌 만큼, 동양생명에 비해 투자자들의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한생명의 주가는 대략 9000원에서 1만2000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