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들면서 첫 서리가 내렸다는 소식에 가을은 한층 더 깊어가고 있다. 남녘에서는 벼 수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풍작에 따른 쌀값 폭락 조짐에 농심이 멍들고 있다는 ‘즐거운 비명 소리’까지 겹치고 있다. 벼뿐만이 아니고 사과·배·밤 등 갖가지 오곡백과들도 풍작을 구가하고 있을 정도로 올해는 풍년 가을을 맞게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한결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일 년 열두 달 중 10월은 이런 가을 풍년을 수확하는 달을 상징하기 위해 더러는 ‘왕자의 달’이나 ‘풍요의 달’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꽃 피는 봄을 ‘계절의 여왕’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이처럼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일러주기도 하는 10월은 들과 산의 오곡백과와 함께 각종 뉴스들도 풍성하게 쏟아져 나오는 계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갖가지 큼직한 사건 사고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10월은 국민도 익히 알고 있듯이 한 해의 나라 살림인 예산을 심의하는 정기국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새해 예산심의를 위한 필수과목인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갖가지 실정에다 비리 및 부실 등이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서 불거져 나오는 바람에 평소보다는 각종 대형 뉴스들이 더 많이 불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10·28’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끼어 있어 ‘이벤트성’이나 ‘인기 끌기’ 등의 폭로성 및 튀기기성 발언들도 적지 않아 보여 더한 느낌이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되어 24일까지 20일간(법정시한) 계속되는 이번 국감의 대표적 이슈는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미디어법 시행 여부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실시된 국감에서 드러나 보도된 큰 뉴스감으로는 정부의 신종 플루 수입 백신 300만 개 확보 보도가 거짓이었다는 뉴스가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플루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고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KoDiMA)이라는 민간단체에 사업육성기금 250억 원을 빨리 내주도록 압박했다는 보도가 두 번째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그 뒤로는 정운찬 신임 총리의 대학교수 시절 고문 겸직 사실에 대한 거짓말이 문제로 보도된 것을 비롯하여, 또다시 드러난 농·수협의 악성 비리, 한국철도공사(KTX) 등 공공기관들의 여전히 뿌리 깊은 비리, 일부 시민단체들의 정부 보조금 횡령사건, 병력비리 사건 등 평소엔 좀처럼 알 수 없었던 크고 작은 갖가지 충격적인 사건이나 문제점들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심정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러나 권리를 일단 공직자들에게 위임한 국민들로서는 당장은 어떻게 해볼 엄두도 나지 않아 금후의 국회 처리 과정이나 결과만을 기다리며 지켜볼 따름이다. 이런 불편한 심정 속에서도,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부부 동반 만찬에서 집권 초기의 어려웠던 경험을 바다의 파도에 비유해 소개한 내용이 뒤늦게 보도되어 국무위원 부부들에게는 물론 일부 국민의 마음에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김 여사의 파도 비유 이야기는 “바다에도 파도가 치기 마련이고 파도가 쳐야 바다 밑에도 산소가 공급돼 고기가 살 수 있다”며 “겉으로 보기에 조용한 바다는 고여서 썩는다. 국정에도 파도가 치기 마련이니까 그냥 꿋꿋하게 가는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참석자들만을 위한 말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도 ‘인내심’을 강조한 뼈 있는 말로도 들릴 수 있다. 늘 국민을 염두에 둬야 할 대통령 부인이 한 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