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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밤섬 수상무대 환경 논란

서울시 “철새들에 피해 없어” vs 환경단체 “공연 못하게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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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1호 박성훈⁄ 2009.10.27 14:49:26

10월 19일 개장한 한강 밤섬 앞 수상무대(플로팅 스테이지)가 생태계 위협 논란에 휩싸였다. 자연생태경관 보호구역인 밤섬 바로 앞에 시끄러운 공연을 하는 무대를 만들어 철새들의 생체 리듬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소음이나 빛이 철새들의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러한 태도는 그간 밤섬 철새를 보호한다며 밤섬을 가로지르는 서강대교에는 추가로 조명을 설치 않았던 태도와 비교한다면 이율배반적이라고 환경운동가들은 지적한다. 플로팅 스테이지는 밤섬을 가로지르는 서강대교의 남단 물 위에 떠 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연회복 의지를 밝혀온 서울시는 밤섬을 자연생태경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야간 조명이 철새들의 잠을 깨우지 않도록 생태계에 신경을 써왔다. 그런데 돌연 밤섬 바로 앞에 조명과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질 수상 공연무대가 설치된 것이다. 환경전문가 “야간 밴드 공연, 야생동물에 피해” 수상무대에서는 당연히 밤 시간대에 공연이 열리기 때문에 공연 과정에서 나오는 빛과 소리가 야생동물의 휴식에 지장을 줄 것으로 환경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면적 535㎡ 규모의 대형 수상무대 맞은편 한강 둔치에는 22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스탠드가 설치돼 있다. 대형 공연이 가능한 구조이다. 무대 양옆에는 음악분수가 설치돼 야간에 조명과 음악을 틀 수 있다. 무대의 앞과 옆에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이 설치됐고, 영상스크린을 활용해 멀티미디어 쇼가 상연된다. 대규모 공연을 열 때에는 이런 기존 시설에다가 대형 스피커와 부분 조명처럼 빛과 소리를 증폭시키는 장치들이 추가된다. 서울시는 10월 19일 수상무대 개관행사를 연 뒤 10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에 음악 공연, 레이저 쇼를 연다. 이에 대해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수상무대와 관객석이 밤섬에 너무 가까워 야간공연 때 불빛과 밴드 음악이 밤섬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밤섬을 가로지르는 서강대교에 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또 소음을 줄인다며 유리막까지 설치한 서울시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강운하백지화 서울행동의 신재은 활동가는 “서울시는 2007년까지 지속적으로 밤섬 생태계를 모니터링했으며, 그 결과 생물 개체수가 줄고 있음을 우려한 바 있다”며 “생태계를 보존하고자 하는 정책과 상충되는 공연시설은 밤섬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새들 생체 리듬 깨지면 안 올텐데…” 밤섬은 도심에서 가까운 드문 철새 도래지로, 겨울이 되면 기러기·오리 등이 수천 마리씩 날아든다. 요즘 밤섬 인근에서는 민물가마우지 떼가 물고기 사냥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11월 이후 겨울이 깊어갈수록 철새들이 더욱 많아져 온통 새 천지가 된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해오라기·괭이갈매기·민물가마우지도 밤섬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오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밤섬은 철새들이 긴 여행을 하다가 잠시 쉬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며 “다음 여행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주변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빛을 비추면 새들의 일주주기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한 곳에 새가 머물려면 주변에 일정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한강 물 위에 넓은 공연 무대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새들의 공간을 인간이 파고들어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밤섬 옆을 시끄럽게 지나다니는 모터보트와 수상택시도 진동과 소음에 민감한 새들에게 해롭다고 경고했다.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는 10분 간격으로 수상택시가 밤섬 곁을 오간다. 레저용 모터보트와 제트스키도 하루에 수 차례씩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밤섬 근처를 지나간다. 서울시 “수상무대 공연소음·불빛 문제 없어” 하지만 서울시는 수상무대에 생태적 유해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조성하면서 사업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친 결과 공연장이 밤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는 주장이다. 시의 설명에 따르면, 수상무대는 개폐형 돔(dome) 구조여서 내부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으며, 중소 규모 공연은 돔을 닫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5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형 공연을 해도 둔치 쪽 문만 열기 때문에 뒤쪽인 밤섬 쪽으로는 공연 소음이 나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무대에서 약 500m(무대에서 밤섬까지의 거리) 떨어진 마포대교 수변부에서도 공연 소음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무대가 돔 형식이라 내부의 소리가 앞 쪽으로만 나가고 옆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돔을 닫으면 100m 가량 떨어진 ‘물빛광장’에서도 공연 소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상무대에 설치된 조명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유해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관상 설치된 발광소자(LED) 조명도 전면과 측면으로 향해 있어 밤섬 쪽으로는 빛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경을 위해 레이저빔을 쏘더라도 하늘을 향하기 때문에 밤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멀티미디어 쇼에 쓰이는 무대 중앙부의 대형 스크린도 프로젝트를 앞에서 비추면 밤섬에 영향을 줄까봐, 스크린 뒤에서 빛을 쏘는 리어(rear) 스크린 방식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밤섬 생태계를 수상무대가 망치리라는 반대 입장에 대해 한강공원사업 추진 당시 환경 자문을 맡았다는 환경문화시민연대의 용수택 회장은 “환경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삶을 위해 개발이 허용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환경단체들 “가처분 신청 내 공연 막겠다” 왜 굳이 자연생태구역 앞에 수상무대를 설치했냐는 질문에 대해 서울시는 “전체적 공간 디자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는 여의도 한강공원을 조성하면서 밤섬 인근에 물빛광장과 피아노물길 등을 조성했다. 물빛광장의 물은 인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일일 2,800t씩 용출되는 지하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위치적으로 밤섬 인근이 아니면 안 됐다는 설명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전체 시설 중 문화시설이 선진국 비율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며 “문화 시설을 넓히고 외국 관광객의 기억에 남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수상무대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들은 밤섬 앞 수상무대를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겠지만, 만약 대형 공연을 수상무대에서 연다면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서라도 이를 막겠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입장이어서, 앞으로 수상무대를 둘러싼 결전이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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