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핸드폰이 연결되고 핸드폰으로 무선 인터넷을 하는 융합상품이 속속 선을 보이면서 인터넷-통신 환경에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애플사의 ‘아이폰’으로 상징되는 스마트폰의 국내 상륙에 따라 ‘휴대폰+인터넷’이란 강풍이 불고 있으며, 국내 핸드폰 통신시장의 양강인 KT와 SKT가 관련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듯, 고래 싸움은 새우에게 이익을 준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기 때문이다. 핸드폰 통화를 값싼 인터넷 전화와 연결시켜 통화료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KT가 ‘쿡앤쇼’(QOOK & SHOW) 상품으로 선방을 날리자, SK텔레콤(SKT)도 유사한 상품인 ‘T존 요금제’를 새로 내놓았다. 나에겐 어떤 상품이 더 이익을 줄까? 업계 동향과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지를 점검해본다. 10월 14일 KT가 내놓은 FMC(유무선 융합) 서비스인 ‘쿡앤쇼’에 대해 SKT는 재빠르게 반응했다. SKT는 KT의 FMC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10월 21일 자사 가입자가 지정한 지역 한 군데에서 휴대폰으로 다른 사람 휴대폰에 전화를 하면 인터넷 전화 요금을 적용해주는 FMS(Fixed Mobile Substitution, 유무선 대체) 상품 ‘T존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에 덧붙인 설명에서 SKT는 공공연하게 KT FMC의 단점을 들추어냈다. KT의 가정용 FMC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무선랜 AP(Access Point)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SKT는 또한 “음성통화를 하는 대다수 고객들은 FMS 서비스만으로 충분한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인터넷 데이터 서비스가 추가로 필요한 고객은 무선랜(Wi-Fi) 모듈을 탑재한 휴대폰으로 FMS를 이용하면 되는데 왜 굳이 별도의 FMC 장치를 설치해야 하느냐”고 어깃장을 놓았다. 스마트폰 상륙 따라 국내 업체들 발빠른 움직임 두 통신사가 경쟁적으로 새 상품을 내놓는 배경에는 통신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미국 2위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10월 26일(한국시간 27일), 3분기 무선 데이터 매출이 41억 달러로 전년보다 28.9% 증가했고 관련 서비스 매출액도 5%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의 무선 데이터 증가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AT&T의 3분기 무선데이터 매출액은 18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33.6%(36억 달러)나 늘어났고 서비스 마진율 역시 38.5%까지 높아졌다. 단말기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 시장에서 휴대폰 단말기 시장은 정체 상황인 반면, 애플의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형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는, 경기침체 때문에 올해 2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6% 줄어든 반면, 스마트폰은 27%나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아이폰의 상륙을 맞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모델 5가지를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정부는 지난 9월 말 ‘무선 인터넷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까지 스마트폰 보급을 현재의 50만 대에서 400만 대로 늘리고, 무선 인터넷 가입자 비율도 현재의 10%에서 40%로 증가시킨다는 내용이다. 계획의 세부 내용은, 무선 인터넷 요금을 내리고 스마트폰 보급을 늘리는 것 외에, 무선망 개방 확대, 스마트폰 콘텐츠 산업 활성화로 이뤄져 있다. 정부는 이 계획에서 무선 인터넷 요금 인하를 위해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와 무선랜 및 와이브로 간 결합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동 중에는 휴대전화 이동통신망이나 와이브로 서비스를 통해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고, 한 장소에 머물 때는 휴대전화로 무선랜에 연결해 유선 초고속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KT는 이 같은 흐름을 전격 수용했다. KT 이석채 회장은 FMC 서비스인 쿡앤쇼 발표회에서 “그동안 통신시장의 성장동력이 음성통화였다면 미래는 데이터 통신의 시대”라며 “단기적으로는 (매출액 감소에 따른) 손해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요금 혜택을 보는 가입자가 증가하게 되면 앱스토어 수익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국내 유선뿐 아니라 무선랜 지역 점유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KT는 1만2814개에 달하는 국내 무선랜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KT의 과감한 도전에 대해 SKT가 똑같은 상품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SKT는 무선랜을 이용한 무선 데이터 통신 방식 대신 이미 갖추고 있는 이동전화망을 활용해 가격과 서비스로 KT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SKT는 FMS 서비스 설명회에서 “해외에서 FMC는 데이터 서비스에 강점이 있어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기업이라면 도입할 만하지만, 음성통화를 주로 하는 개인 고객에게는 우리의 FMS가 더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SKT-KT, 서로 상대 밥그릇 ‘만지작’ KT는 이러한 SKT의 대응을 ‘도발’이라고 비난했지만, 상대의 밥그릇에 손을 대며 먼저 치고 들어간 쪽은 KT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이동전화 요금을 값싼 인터넷 전화(VoIP) 수준으로만 받겠다는 KT의 FMC 서비스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갖고 있는 SKT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내 밥그릇에 손을 대는 상대방의 밥그릇을 SKT가 그냥 놔둘 리 없다. 이번에는 KT의 주 수익원을 SKT가 공략하는 양상이다. SKT의 FMS 서비스는 유선전화 사용자를 이동전화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SKT의 FMS는 사용자가 할인 지역으로 설정한 ‘T존’(사무실이나 가정)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면 인터넷 전화 요금을 적용해주겠다는 것이다. T존에서는 유선전화를 사용할 필요가 없게끔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이순건 마케팅기획본부장은 “유선전화를 이동전화로 대체할 수 있는 FMS 서비스가 출시됨에 따라 휴대폰으로 집 전화와 인터넷 전화 같은 유선통신을 대신할 수 있다”며 “SKT의 강점인 무선 경쟁력을 유선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물론 고객에게 저렴한 고품질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상품”이라고 말했다. KT 측은 이에 대해 “FMS 서비스는 FMC와 상관도 없고 대응도 안 되는 상품”이라며 “상품 이름도 우리의 FMC를 염두에 둔 작명으로 보이는데 SKT의 FMS는 기존의 KT ‘드라마존 요금제’, LG텔레콤의 ‘기본존 요금제’, SK텔레콤의 ‘TTL 지역 할인 요금제’와 다를 바 없으며 단지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SKT “일단 현상유지하면서 미래도 지배” 음성통화 요금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SKT로서는 유무선 통합 서비스 및 스마트폰의 도래가 마냥 반가울 리 없다. SKT는 현재의 이동전화 가입자의 이탈을 막고 또 한편으로는 무선 데이터 콘텐츠 확보를 위해 나서고 있다. SKT는 최근 1초당 과금 체계 도입과 T존 서비스 확대 등의 대책을 세우며 다음 수익 모델이 확실해질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T는 무선 데이터 시장 확보를 위해 이미 지난 9월부터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섰다. SKT는 T스토어라는 휴대폰용 애플리케이션 오픈 마켓을 개설해 운영 중에 있으며, 개발자와 일반인 1000여 명을 모아 SKT 오픈 마켓 사업정책 발표회를 열었다. 또한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무료 배포하고 개발자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우수 콘텐츠의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최근 SKT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FMC 서비스 제공 계획을 부분적으로 발표했다. SKT는 “현재 음성통화 사용자는 FMS만으로 충분한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데이터 서비스까지 필요한 고객은 무선랜 모듈이 탑재된 휴대폰으로 FMS 서비스를 이용하면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영업사원처럼 음성과 데이터 사용량이 많고 활동 반경이 넓은 일부 고객들을 고려하여 기업용 FMC 서비스도 곧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T는 이를 위해 이미 데이터 중심의 FMC가 가능한 스마트폰을 10월에 출시했으며, 인터넷 전화 음성 모듈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연내에 출시하는 한편, 내년 1분기에는 일반 폰에도 인터넷 전화 모듈을 탑재한 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데이터 송수신 위주의 시장에서도 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무선 인터넷 환경도 크게 달라져 아직까지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데이터 통신 사용자의 비율은 미미하다. 아직은 가격이 비싸고 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관련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값비싼 스마트폰 대신 일반전화에 와이파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인 사용자에게 스마트폰의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기의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휴대폰 보조금은 이동통신사들의 과다 경쟁을 막기 위해 점점 없어지는 추세이다. 또한 이동통신사 측에서도 각종 요금인하 압력으로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줄 여력이 없기 때문에 시장선점 차원에서 차선책으로 와이파이가 탑재된 휴대폰을 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는 KT테크를 통해 휴대폰에 와이파이 기능을 장착한 ‘에버 F-110’을 11월에 출시한다. SKT는 이보다 조금 늦은 내년 1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도 내년 상반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와이파이 휴대폰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와이파이 칩을 내장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려움은 없다”며 “이동통신사의 요구가 높기 때문에 FMC용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무선 데이터 사용 환경 개선 대책이 시장에 효력을 발휘하는 속도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음성통화보다 비싸고 매력이 없는 데이터 요금에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들은 수익 감소를 우려해 데이터 요금인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러다 결국 정부가 나서면서 요금인하가 단행됐다. 정부의 조치로 사업자에 따라 일반 무선 데이터 요금을 최대 88% 인하하거나 월정액 사용한도를 확대하고 월정액 요금 자체를 인하하는 등 다양한 인하 방안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새 요금제가 적용되는 11월부터는 무선 인터넷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2015년까지 무선 인터넷 매출 규모를 전체 이동통신 산업의 현재 10%에서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이 시장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어떤 효과를 발휘하느냐에 따라 FMC 서비스로 선제공격에 나선 KT와,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SKT 사이에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어떤 서비스가 내게 더 좋을까 두 가지 서비스를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휴대폰 사용 패턴이다. 고정된 장소에서 음성통화 위주로 사용한다면 SKT의 FMS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스마트폰이나 와이파이 탑재 휴대폰을 이용한 메일 전송과 콘텐츠 다운로드가 많은 사용자는 FMC 상품이 적합할 듯하다. FMC·FMS 두 서비스 휴대폰에서 휴대폰으로 전화할 때는 모두 10초당 13원, 휴대폰에서 유선전화롤 할 때는 3분당 39원의 요금이 적용된다. 하지만 무선랜 지역에서 콘텐츠를 다운받는 등 데이터 통화를 할 때에는 FMC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FMC의 경우 무선랜을 통해 데이터 통화료를 내지 않고 콘텐츠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FMC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무선공유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야외에서도 무선공유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휴대전화로 인터넷 전화를 쓸 수 있다. 이를 위해 KT는 11월부터 네스팟 지역에서 무선 인터넷을 공짜로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반면, FMC 단말기로 무선랜을 이용하는 인터넷 전화 사용은 아직 개선할 점도 있다. 인터넷 전화는 기존 유선 전화보다 통화 음질 면에서 개선돼야 할 점이 있고, 또한 무선공유기의 사용 범위가 20m 안팎이라 이 범위를 벗어나면 통화를 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음성통화료 절감을 위해 FMC 상품을 선택하기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출고가 68만 원에 달하는 FMC 전용 휴대폰 값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약정 가입을 하면 공짜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다. FMC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단말기를 새로 구입하고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는 점을 감수할 수 있다면 사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SK텔레콤의 FMS 서비스는 별도의 단말기 구입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기존 SK텔레콤 사용자가 T존 할인요금제를 추가 선택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FMS의 경우 서비스 지역 안에서 통화를 하다가 그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끊김 없이 통화를 할 수 있고, 할인받을 수 있는 통화 반경도 최소 50m에서 최대 수km에 이른다. 그러나 이 상품은 기존 SK텔레콤의 지정번호 할인요금제 및 지역 할인요금제의 확대 적용과 별 차이가 없어, 새 서비스를 기대하는 사용자가 FMS 서비스를 위해 SKT에 새로 가입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요금할인 효과는 SK텔레콤이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200분 통화를 하는 표준요금제 가입 고객은 음성통화료가 월 40%(기본료 2000원 반영 시 30%) 가량 할인된다. 월평균 전화요금이 2만1600원 나오는 사람은 약 8640원의 통화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요금제에 가입하기 위해 2000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절감액은 6640원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유무선 통합 시대에 핸드폰 이용자는 자신의 사용 패턴을 잘 파악하여 그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절약 효과를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