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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운전하고 여성만 타는 ‘핑크 택시’언제쯤 운행하나

각 부처 “11월부터 운행”…채산성 낮고 여성 운전기사 부족해 실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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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3호 박성훈⁄ 2009.11.10 11:20:22

행정안전부·국토부 등이 11월부터 여성 전용 ‘핑크 택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약속대로 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택시 손님 중 남자가 더 많고 또 여성 운전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에서, 과연 여성 운전기사가 몰고 여성 손님만 태우는 핑크 택시가 출범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핑크 택시는 이미 러시아·독일·두바이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여성문화집단 ‘이프’는 핑크 택시 도입을 요구해왔다. 인터넷 토론 공간인 다음 아고라(agora.daum.net)에서도 핑크 택시 도입을 둘러싸고 열띤 찬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디 ‘acacia’는 “택시를 타면 불편하고 억울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핑크 택시가 있다면 반드시 이용하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훈이’도 “택시 기사가 저지르는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이 많다. 택시 이용해본 여성들 중 대부분이 택시 기사한테 당할(?) 뻔한 경험이 한 번 이상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머리국밥’은 “택시 안에 핑크 택시라는 인증 마크를 달아주고, 제대로 된 평가와 검사를 거쳐 시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빠이롯’도 “부산 ‘등대콜’ 택시의 경우 시에서 인정한 모범 개인택시 기사만으로 구성돼 있어 안심하고 탈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반드시 이용하겠다” 대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 반면, 이 택시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이디 ‘거흥’은 “심야 운전을 하려는 여성 택시 기사가 몇 명이나 되겠나. 심야에 귀가하는 모든 여성 손님을 받으려면 인력이 극히 모자란다”고 밝혔다. 30년 경력의 택시 기사라는 ‘하늘아래’는 “가끔 언론에 택시 기사 성폭행 사건이 나오면 모든 운전기사들이 매도된다. 사회의 어느 계층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마치 택시 기사들만 그런 듯이 보는 시선이 안타깝고 통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여자만 타고 다닌다는 핑크 택시가 범죄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브리엘’은 “핑크 택시는 마치 이 차는 여성 택시기사가 운전하고 있으니 ‘제 차를 털어주세요’라고 광고하고 다니라는 것”이라며 핑크 택시 기사가 오히려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11월 말 도입” 발표는 했지만… 여성 전용 택시가 네티즌들의 구설에 오르게 된 배경은 정부의 발표에서 시작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 22일 정책 포털 홈페이지에서 여성의 심야 안전 귀가를 보장하기 위해 이르면 11월쯤에 여성 전용 택시를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여성 전용 택시가 ‘생활공감 정책’이라며 “이르면 연말쯤 ‘경차 및 여성 전용 택시’가 운행된다”고 공지했다. 국토해양부도 11월 말부터 심야 여성 전용 택시 같은 브랜드 택시가 시작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8월 20일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운송 가맹사업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이른바 ‘택시 운송 가맹사업’의 면허기준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11월 28일부터 택시 운송 가맹사업자는 가입한 법인 또는 개인택시를 통해 여객 특성에 따른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실시하고 있는 콜 서비스 이외에 심야 여성 전용 택시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를 개발해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법안에 따른 면허 발급 권한은 시·도지사가 갖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이 법안 발표 당시에는 심야 여성 택시 같이 전문화된 택시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 운송 가맹(프랜차이즈)사업은 일정 숫자 이상의 법인택시와 개인택시를 가맹점 형태로 보유해 운영하는 방식이므로, 택시의 전문화와 브랜드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안에 핑크 택시 시작도 불투명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가맹사업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에는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르면 여성 전용 택시가 11월부터 나올 것이라고 정부 부처는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사실상 올해 안에 등장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토부의 한 택시 정책 담당자는 “11월 28까지 제도개선안을 확정짓겠다는 것이었지 11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게 아니었다”며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부가 서비스를 도입하는 시행규칙 법령을 법제처와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운수 가맹사업은 여성 전용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노약자 같은 통행 약자들을 포괄해 이들을 위한 운송 수단을 도입하는 내용”이라며 “가맹사업은 민간업체가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절차까지 포함하면 택시 사업자 선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활공감 정책의 하나로 여성 전용 택시를 직접 거론한 행안부 관계자도, 일단 제도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각 지자체에서 실제 서비스가 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여성 전용 택시 서비스는 아직 시행되기 힘들다. 법의 취지는 전문·브랜드 택시를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요금 차별화 같은 제도적 근거는 마련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시작되려면 시도별 운수업자들이 운행을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 부처도 “여성만을 위한 택시는 사실상 어려워” 정부 안에서도 여성 전용 택시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심야 여성 택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누구든지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여자만 타는 택시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야 택시 이용자는 남성이 훨씬 많은데 여자만 탈 수 있는 택시 사업을 하라고 하면 뛰어들 사업자가 많지 않을 수 있다”며 “택시에 여러 부가 서비스를 강화하도록 하는 가맹사업을 이용하면 사업자 모집이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경차 택시와 여성 전용 택시 등을 연말까지 서비스하기로 발표했다”면서도 “제도적 근거까지 마련한다고 해도 운수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부실해 사실상 서비스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영업 중인 여성 택시 운전기사는 1159명이다. 전체 운전기사 13만6027명에 비교한다면 여성 운전기사가 극히 적음을 알 수 있다. 여성 기사가 운전하고 여성만 타는 핑크 택시의 실현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요인 중 하나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부의 이헌영 부장은 핑크 택시 정책에 대해 “여성 전용 콜택시, 여성 전용 택시, 여성 기사가 모는 친절 택시 등 지난 7년 사이에 나온 택시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며 “이번에 정부에서 나온 핑크 택시 아이디어도 기존 아이템을 포장만 바꿔 내놓은 정책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핑크 택시가 등장하기 전이라도 여성 손님들이 콜택시를 이용하면 탑승 시간과 승차 거리, 목적지 등이 모두 기록에 남기 때문에 택시에서 일어나는 여성 대상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꼭 테러리스트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일상적 테러’에 노출돼 있다고 불안해하는 여성에게는 핑크 택시가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정부의 말대로 실제로 핑크 택시가 등장하기까지는 아직도 넘을 고비가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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