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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맹렬 기세…현대 “올테면 와봐!”

일본차 “반일감정 없게 조금씩만 팔겠다”에, 현대 “국내시장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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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3호 이재화⁄ 2009.11.10 11:16:53

캠리를 비롯한 도요타 자동차의 국내 상륙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도요타가 국내 시장에 중형 세단 캠리를 비롯한 차량 4종류를 내놓은 뒤 열흘 남짓 만에 500대가 팔리는가 하면, 예약 판매도 4000대를 넘는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500대는 도요타의 한 달 판매 목표치다. 올해 전체적으로 국내에서 일본차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엔화 상승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2010년 경영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차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6월과 9월을 제외하고 매달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다. 렉서스·인피니티의 판매부진이 이어졌고, 작년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던 혼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이나 판매가 줄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도요타의 캠리가 거둔 성적은 놀랄 만하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입증된 도요타 차의 성능과 내구성, 그리고 대폭 인하한 가격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독특한 판매전략 역시 한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차의 강점은 무엇인가 일본차의 매력은 내구성과 합리적인 가격,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차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10년 이상을 거뜬히 탈 수 있는 내구성이다. 여기에 더해 저렴한 가격은 국산 중형급 이상 차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성능도 중요하다. 해외에서 캠리를 경험한 사람이 이 차를 찾는 이유다. 도요타 = 도요타의 2.5ℓ 캠리는 중형 승용차의 세계 표준이다. 도요타는 1980년에 캠리를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 6세대 모델까지 출시했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세계 시장에서 400만 대 이상이 팔린 베스트 셀러 차량이다. 캠리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감이다. 핸들링이 부드럽고 승차감이 좋다는 평가가 많다. 최대 출력은 175마력이며, 최대 토크 23.6㎏·m의 뒤처지지 않는 성능에다 측면 커튼 에어백, 운전석 무릎 에어백까지 기본으로 제공해 안전성을 높였다. 차체 자세제어장치(VSC) 같은 안전 장비도 안정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뛰어난 연비도 주목할 만한데, 도요타는 흡·배기 밸브의 개폐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지능형 듀얼 가변 밸브 타이밍’(Dual VVT-i) 기술을 적용해 리터당 12㎞의 높은 연비를 낸다. 1.8ℓ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가 장착된 3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없어서 못 파는 차다. 한국에 공급되는 3세대 프리우스는 한 달에 100대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물량이 달리기 때문에 주문 뒤 받는 데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린다. 2.5ℓ급 미니 스포츠 유틸리티(SUV) RAV4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 300만 대를 돌파했다. 저마찰 설계를 적용한 RAV4의 2.5ℓ 엔진은 최대 출력 182마력에 최대 토크 24.1㎏·m 성능에다가 캠리와 같은 밸브 타이밍 기술이 적용됐다. 주행 성능이 좋고, 리터당 12.3㎞의 높은 연비를 낸다. 자세제어장치 같은 안전 장비들을 기본 사양으로 갖췄다. 혼다 = 혼다는 국내 시장에서 어코드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는 엔화 상승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작년만 해도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넘은 베스트셀러다. 혼다의 지난 10월 판매량 529대 중 절반 이상이 어코드다. 혼다의 어코드는 도요타의 캠리와 영원한 라이벌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어코드와 캠리를 두고 갈등할 정도로 비슷한 가격대와 성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어코드 2.4ℓ 모델은 캠리보다 100만 원 가량 비싸지만, 캠리보다 실내공간이 넓고 핸들링과 코너링, 고속주행 안정성 같은 남성적 특성이 있어 젊은 남성에게 인기가 많다. 반면, 캠리보다 핸들링이 묵직하고 가속 변속 때 승차감이 거칠어, 여성 운전자들은 어코드보다는 캠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신형 어코드 2.4ℓ는 3590만 원이며, 최대 출력 180마력에 최대 토크 22.6㎏·m의 성능을 자랑한다. 연비는 캠리보다 조금 낮은 리터당 10.9㎞이다. 3.5ℓ 모델은 6기통 엔진을 상황에 맞게 변화시켜 고출력과 고연비를 이뤄냈다. 혼다의 CR-V는 전 세계에서 250만 대나 팔린 차다. 국내에선 2005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수입차 전체 베스트 셀링카 ‘톱3’에 들면서 올 9월까지 1만1279대가 팔려 수입 미니 SUV 중 당당히 1등이다. 올해 새로 내놓은 ‘뉴 CR-V’는 가격을 인하해 국내에서 10월 한 달 동안 150대가 팔렸다. 2010년 모델은 서스펜션을 보완해 승차감에 안정을 더했으며, 전체적인 차 높이를 낮추고 디자인도 강화했다. 무엇보다 이전 4륜구동이나 2륜구동 모델이 각각 3910만 원, 3560만 원이었던 데서 3690만 원과 3390만 원으로 값이 크게 내려 가격 경쟁력이 향상됐다. 도요타가 국내에 내놓은 차 가격은 캠리 3490만 원, 캠리 하이브리드 4590만 원, 3세대 프리우스 3790만 원, RAV4 3210만∼3490만 원 수준이다. 혼다 2.4ℓ 어코드는 3590만 원, CR-V는 3390~3690만 원대다. 현대의 신형 쏘나타 값이 2500만~2800만 원, 그랜저 티지(TG) 2.7ℓ가 3700만 원, 투싼 아이엑스(ix)가 2500만~2800만 원, 뉴 싼타페의 최고급 사양이 3500만 원 가량인 것을 생각하면, 국산차와 일본차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도요타 “너무 많이 팔지 않겠다” 이런 인기에도 일본차 업체들은 신중한 태도다. 도요타는 올해 한 달 500대 판매 목표를 변경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런 태도는 국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10월 뉴CR-V 발표회 자리에서 “한국 소비자의 일본차에 대한 반감을 조심하고 있다”며 “물량 공세로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도요타코리아 관계자 역시 “판매 확대보다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 확대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태도는 국내 시장에 장기적으로 안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캠리의 성공적 출시와 혼다가 거둔 성적(2008년 1만 대 돌파)을 보면 이런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차 “도요타·혼다 올 테면 와봐!” 자동차 애호가 사이에선 캠리 열풍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선 현대·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언급하며 국산차를 옹호하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캠리 열풍’의 원인을 국내 자동차 업체의 잘못으로 돌리는 의견도 있다. 이들의 불만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소비자와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을 병참기지 삼아 해외에서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 소비자들을 소홀히 대해왔다는 볼멘소리다. 현대자동차 측에서는 이런 인식에 대해 ‘5년 전 이야기’일 뿐이며 현재는 수출 차량과 내수 차량 간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설명한다. 수출 대상국의 현지 법규 등에 맞춰 선택사항이 추가되는 것 일 뿐 국내 출고 차량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캠리 열풍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별일 아니라는 자세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쏘나타가 월 2만 대 판매되는 상황에서 캠리의 월 500대는 어차피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에 신형 YF쏘나타는 1만7906대가 팔렸고, 현재 출고 대기 물량만 5만 1000여 대나 된다. 현대차는 최근 캠리와 쏘나타의 비교시승 이벤트까지 벌이고 있다. 직접 비교해도 하나도 꿀리지 않으며, 승차감이나 드라이빙 재미에서 캠리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또한 내년 1월에 새로 내놓을 2.4ℓ YF소나타, 그리고 내년 말 출시할 그랜저 신형 모델로 캠리의 고급 모델에 대항할 계획이어서, 중형차 시장에서 한일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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