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대통령 되도록 보좌하는 게 희망” 청와대는 지난 9월 5일 경내 영빈관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8월 31일 개편된 참모진의 새 출발을 다짐한다는 의미에서 비공개 국정 워크숍을 열고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선임행정관 이상의 고위급 참모들이 참석해 열린 워크숍은 오전 8시 ‘대통령실의 역할과 근무하는 자세’에 대한 정 실장의 강연으로 시작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동영상 관람,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특강으로 이어졌다. 정 실장은 강의에 앞서 새로 임명된 수석비서관 및 비서관들을 일일이 소개했으며, 홍보기획관실과 대변인실이 통합된 홍보수석실의 새 ‘수장’이 된 이동관 홍보수석에 대해 “이번 개편에서 막강한 ‘슈퍼 조직’이 탄생했으며 그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웠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8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선보인 청와대 3기 참모진 진용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가 당시 이동관 대변인의 홍보수석비서관 임명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청와대 참모진 일각에서는 “이 대변인이 홍보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겨 오히려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막상 인사 내용을 개봉해본 결과 과거 참여정부 시절보다 더 막강한 홍보수석실 기능과 역할을 담당할 슈퍼 조직의 리더로 그가 부상하는 양상이다. 홍보수석실 산하에 대변인실의 언론 1,2비서관실을 통합해 언론정책을 총괄하도록 하는 동시에 홍보기획관실 소속의 비서관실을 흡수했으며, 특히 사상 처음으로 임명된 1, 2대변인과 춘추관장 등도 관할해 6명의 비서관을 두는 거대한 조직을 만든 것은 ‘이동관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미디어법이 헌재 판결 뒤에 본격적으로 시행돼 언론시장에서 ‘빅뱅’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동관 수석이 언론 및 홍보·공보 정책을 함께 맡게 됨에 따라 엄청난 파워를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에 토를 달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수석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도 각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방송·통신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부 기자로 잔뼈 굵은 정통 언론인 출신 물론, 정치권에서는 이 수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업무 능력이나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데에는 이견이 적으며, 특히 ‘이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고 직언도 서슴지 않는 남자’로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초대 대변인에 발탁된 뒤, 지난해 6월 이른바 ‘수입 쇠고기 파문’으로 청와대 참모진이 전면 개편됐을 때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례에서도 그의 위치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홍보수석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으며,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진영에 뒤늦게 공보특보로 합류했다. 그러나 폭넓은 대언론 관계와 특유의 정치 감각으로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뢰를 받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정권 핵심으로 부상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사실상 공보 업무를 총괄하며 이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하는 등 두터운 신임을 받았으며, 치열한 취재 경쟁의 대상이 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대변인을 맡아 자칫 불협화음을 일으키기 쉬운 대언론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통령 취임 뒤 1년 6개월 간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업무 능력을 발휘했으며, 특히 지난해 쇠고기 파문, 독도 사태 등에 이어 올해 전직 대통령 조문 정국 등 어려운 국면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하고 정확히 의중을 읽어 특유의 순발력과 카리스마를 살리면서 ‘대통령의 입’으로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그는 올 들어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회복에 큰 기여를 한 친(親)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수석의 입지가 강화되자, 청와대 일각에선 ‘막강’ 이 수석과 홍보수석실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홍보수석실은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던 조직으로, 외견상 체제는 흡사하지만 위상은 그때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시각이다. 이 수석은 10월 29일 익명의 청와대 ‘핵심 관계자’를 인용하는 부정확하고 확인 안 된 언론 보도 때문에 청와대 이미지가 훼손되고 국정 운영에도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언론의 익명 보도 관행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홍보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실명으로 코멘트할 것”이라며 “앞으로 ‘관계자’는 홍보 라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본인부터 솔선수범해 앞으로는 일체 익명의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언론의 익명 보도 관행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청와대 일각에선 견제 목소리도 이어 그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 달라”며 “핵심 관계자가 저를 주로 지칭하는 것으로 아는데, 초기에 그렇게 했다가 이제는 아무나 핵심 관계자로 부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은 그동안 자신이 일부 익명으로 브리핑을 한 것과 관련해 “취재 편의상 흐름을 알도록 해주기 위해 그런 것이지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익명 뒤에 숨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 수석은 “앞으로는 민정 라인 관계자, 정무 라인 관계자,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 메시지기획관실 관계자, 이렇게 써 달라”며 “그렇지 않은 코멘트는 조작한 코멘트로 이해하겠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이 수석의 이 같은 조치는 자신을 견제하는 일부 비판 세력의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한편으론 이 수석 특유의 자신감에서 나오는 정면돌파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 수석은 자신의 희망을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지난 9월 15일 춘추관에서 자신이 편집인을 맡고 있는 청와대 어린이신문 ‘푸른누리(kidnews.president.go.kr)’의 어린이 기자 30명과 ‘심층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앞으로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어 이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알려 달라”는 다른 질문에 대해 이 대통령이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은 이런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어 일에 완벽함을 요구한다. 그 기대에 맞추는 게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을 거쳐 정치부장·논설위원 등을 지냈으며 한국기자상, 서울언론상,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이 수석은 지난해 4월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 출마를 희망하는 등 정치에도 뜻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