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인사동의 갤러리 미술관가는길을 찾았다. 최연우 작가의 개인전이 시작되는 첫 날이다. 갤러리는 막바지 전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작가를 만나기 전 작품을 먼저 감상했다. 모든 작품이 등나무줄기 또는 비슷한 재료로 얽히고설키면서 엮어져 하나의 형상을 나타낸다. 바구니 등을 만들 때 쓰는 직조기술(공예기법) 같은 방법이다. 전통적 재료와 제작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느낌은 현대적이고 강렬하면서도 신비스럽다. 작품을 보면서 작가는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이고 여성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의 첫인상은 아주 강렬했다. 최 작가가 하는 작업은 세심함이 필요하지만 정신력이 강하기에 이런 작업을 할 수 있고, 최연우이기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작업은 아마존에서 잉태돼 그곳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그곳 원주민들과 함께 작업하고 전시도 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최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은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 관심을 끌 수 있는 무엇인가를 목표로 하는 작업이다. 최 작가는 “이전에 작업할 때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던 중 삶에 있어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예술을 추구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 아마존에 혼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곳에 순수예술이란 없었다”며 “어느 날 문양이 새겨진 바구니를 나무줄기 등으로 직접 만들어 벽에 걸어 놓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예술품이니 사용 않고 소장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들었다. 미술, 예술은 바로 이런 데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날 이후 최 작가는 예술을 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그를 예술인으로 돌려놓은 계기였다. 그 때가 2000~2001년이었다. 그는 그들의 미술을 배우자는 생각에 원주민들로부터 직조 기술을 배우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작품은 처음엔 반추상이었다. 그 뒤 얼굴 초상을 만들었고 가장 처음 만든 초상이 가수 강산에의 초상화였다. 최 작가의 작품은 이미지가 중요 감상 포인트다. 무엇보다 나무줄기나 갈대 같은 식물 재료를 사용해 만지기도 쉽고 느끼기도 쉽다. 이번 전시에는 부처의 모습을 서양 여자에 빗대어 만든 작품, 뭉크의 절규를 연상케 하는 아이의 모습 등 다양한 작품이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눈을 만든 작품으로 그 눈동자 안에는 작가 자신이 있다. 최 작가는 “다른 사람의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바라보는 자신이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이렇듯 눈은 안팎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눈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1991년 대학 졸업 뒤 미국으로 건너가 LA 도심지와 멕시코의 스튜디오를 거점으로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독특한 인상을 남기는 최 작가의 작품은 최근 몇 년 새 한국과 미국, 멕시코 미술계에서 남다른 호응을 얻었다. 최 작가는 “앞으로는 비현실과 현실을 합친 초현실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나의 작업이 다른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쳐 더 나은 작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를 많이 하고 싶다는 최 작가는 그 이유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작업이 퍼질수록 아마존 정글 속 원주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최 작가와 대화를 하는 내내 처음의 강렬했던 인상과는 달리 그의 마음에는 원주민 같은 순수함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