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의 남성 환자가 3일 전부터 여러 차례 실신한 끝에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이 환자는 약 한 달 전부터 운동을 할 때 호흡곤란 증상이 왔으나, 나이 탓에다 운동 부족이려니 하여 그냥 지냈다고 한다. 응급실 내원 당시 환자의 심전도에 나타난 심장의 박동은 정상이 아니었다. 즉, 우심방의 동방결절이라는 곳에서 발생한 전기가 심방으로 전파된 다음 특별한 전기전달조직인 히스 속을 통하여 심실로 전달되어야 되는데, 심방의 전기 자극이 심실로 전달이 안 되는 3도 방실차단 소견을 보였다. <그림1>의 심전도를 보면, 심방에서 전기 전파가 일어나면서 나타나는 작은 P파(↑)가, 심실로 전달되어 심실이 수축할 때 나타나는 큰 파형(QRS;이 기간 동안 심실이 수축함)과 관련 없이 따로 나타나, 심방과 심실 사이의 전기전달조직이 차단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방실차단 시에는 심실의 수축이 분당 40회 이하로 느리게 박동하여 호흡곤란과 실신 증상이 나타난다. 아울러 이 환자는 맥이 느린 현상(서맥)에 따른 위의 증상 외에도, 심장박동 후 이완 시기가 느린 현상이 발생하고(심한 QT 연장), 심실조기수축으로 심실세동(torsades-de-pointes)이 발생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그림2>.
일반적으로 심장박동이 분당 60 이하의 느린 현상을 서맥이라 한다. 서맥이 있는 사람에게서 이따금 실신이나 어지러움 증상이 반복되면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증상이므로 정밀검사가 필요하며, 매우 유의해서 관찰해야 한다. 서맥과 관련된 증상으로는 실신 외에도, 정신을 잃을 것같이 느끼는 전실신(presyncope)에서부터 만성적이면서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중추신경계의 혈류 부족에 의한 어지러움·지각장애·피로감·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3도 방실차단 등 고도 방실차단의 경우에는 심장 수축 후 길어진 이완기(연장된 QT 간격)와 관련된 심실세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런 경우 심장마비라 불리는 급성 심장사(sudden cardiac death)가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정상적이던 사람이 갑자기 실신하면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런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인공 심장박동기, 가전제품·휴대폰 써도 영향 없어
이와 같은 서맥성 부정맥이 있는 환자는 심장박동기를 삽입하여 치료할 수 있다. 인공 심박동기는 서맥성 부정맥 환자에게 삽입하여 심장 박동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기구(그림3)인데, 왼쪽이나 오른쪽 앞가슴의 위쪽 피부 아래에 전지가 내장되어 있는 발전기(generator)와 심방 또는 심실에 부착하는 도선(lead)을 삽입하게 된다. 인공 심박동기는 약 2~3일 입원하여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입원 후에 국소마취한 다음 왼쪽이나 오른쪽의 상부 가슴에 약 3~4cm 정도를 절개하고 정맥으로 전깃줄 도관(lead)을 삽입한 다음 발전기에 이 도관을 연결하고 발전기를 피부 아래에 묻어주면 된다. 시술 시간은 일반적으로 약 1~2시간이면 끝난다. 인공 심박동기 삽입 환자들이 주의할 점이 있는데, 삽입한 후 1~2개월 동안은 심박동기가 삽입된 쪽의 팔을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무리한 사용은 피해야 한다. 인공 심박동기는 전자파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일상생활에서 쓰는 전자제품(전자레인지·전기오븐·휴대폰)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MRI 검사는 절대로 금해야 하며, 꼭 촬영해야 하는 경우에는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비행기 탑승은 허용되며, 공항 검색대에서 박동기 카드를 보여주어 확인 절차를 거치면 통과할 수 있다. 다른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박동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미리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공 심박동기의 수명은 약 7~8년이다. 환자의 심장 박동이 종종 정상적일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 인공 심박동기는 이를 인지하여 박동을 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심장 박동이 많이 발생하면 배터리는 작동하지 않아 인공 심박동기의 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