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한 살 노처녀 오은수. 직장 상사는 ‘칙칙한 오은수’라고 놀려대며 안 그래도 처진 어깨를 늘어뜨리게 하고, 신입사원은 열정과 정의로 굴러들어와 박힌 돌을 가차 없이 흔든다. 여기에 충격적인 두 가지 소식이 은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바로 ‘결혼은 무덤’이라고 외치던 전 애인의 청첩장과 절친한 친구의 깜짝 결혼 발표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때 은수에게 난데없는 남자 복이 터진다. 술자리에 우연히 동석해 ‘원 나이트 스탠드’를 즐긴 ‘연하남’ 태오와 직장 상사가 소개해준 평범한 자영업자 영수가 그들이다. 이게 웬 남자인가 싶지만, 이제 ‘서른 한 살씩이나’ 먹어버린 별 볼일 없는 직장 여성으로선 선택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윤태오·김영수라는 객관식 선다형 문제를 받아든 것처럼 은수는 그들의 이름들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마음이 가는 것과는 별개로 이 두 남자를 재게 되는 은수. 그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1월 13일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는 31살 노처녀 오은수의 일과 사랑 이야기다. 이 뮤지컬은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며 인기를 얻은 정이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로 인기를 얻은 <달콤한 나의 도시>는 지난해 6월에는 TV 드라마로 SBS에서 방송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대본과, 상상력을 극대화한 무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으로 2009 창작 팩토리 우수작품 제작지원에 당선된 이 뮤지컬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주)오디뮤지컬컴퍼니, (주)쇼플레이, (주)이다엔터테인먼트 4사가 공동으로 제작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11월 17일 프레스 시연회에서 하이라이트를 공개한 <달콤한 나의 도시>가 소설·드라마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가상 인물인 ‘위치’를 등장시킨 것이다. 위치는 의문 대명사 ‘which’에서 차용한 이름으로, 공연의 사회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위치는 공연을 진행하거나 직접 상황에 개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등장 인물들은 위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연출자 황재헌은 “원작을 읽어보고 고민하다 ‘위치’를 포함시켰다. 극의 재미를 더하고 일인칭과 삼인칭 관점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리고 이날 들려준 <31살짜리 신데렐라> <사무실 풍경> <저 깊은 바닷속 한 마리 인어처럼> <동거가 왜 이럴까> <특별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두려워> <저 깊은 바닷속 한 마리 인어처럼 Rep> 등의 뮤지컬 넘버는 뮤지컬보다 대중가요에 가까운 느낌이다. 처음 들어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 좋다. 작곡은 <파리의 연인> <연인> <온에어> 등 각종 인기 드라마 OST와 김경호·이승기·이승철 같은 톱 가수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박세준 감독이 맡았다. “전체적으로 모던록과 포크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박 감독은 “오프닝과 엔딩이 각각 물속과 빗속에서 막을 올리고 내리기 때문에 ‘아쿠아적’인 사운드로 시작해 ‘아쿠아적’인 사운드로 끝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우형·박혜나·이정미·에녹·송용진 등 탄탄한 배우들과 앙상블들의 젊은 기운이 넘치는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는 12월 31일까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공연 문의 02-1544-5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