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호 조신영⁄ 2009.12.07 14:04:55
4대강 사업에 이어 세종시 수정 문제를 놓고 당·정·청 등 여권과 범야권이 총력전으로 맞붙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논란이 된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히자, 야권은 강력 반발하며 장외투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 의원 전원은 세종시 수정에 강력히 항의하며 의원직 사퇴를, 민주당은 세종시 원안 추진과 함께 4대강과 미디어법 재개정, 부자 감세에 따른 지방재정의 악화 등에 대해 직접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대국민 홍보전에 돌입하고, 이를 지지하는 모든 정당·정파와 연대하여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울 방침이다. 이 대통령이 오리무중인 정국 타개를 위해 광폭행보를 걷고 있지만, 오히려 야권 반발의 불씨만 지핀 꼴이 됐다.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 무엇을 말했길래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27일 밤 10시부터 2시간 넘게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난 대통령 후보 시절 세종시 문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한 것을 공식 사과하고, 앞으로 세종시 수정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내 임기 중 부처를 옮기는 것도 아닌데’라고 편안하게 생각하려 한 것도 사실이지만, 자고 나면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은 나를 생각해서 ‘임기 중에 부처를 옮기는 것도 아니니 그냥 편하게 해라. 차기 대통령이 책임지면 안 되느냐’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라고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해 원안 추진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대선 당시 대운하 공약을 해서 당선됐고, 국민들은 (대운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지지해준 것”이라면서 “대운하는 당선된 후 반대 여론이 많고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 계획을 바꾸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4대강은 복원시켜야 하고 (4대강을 연결해) 대운하를 만드는 것은 다음 대통령이 판단할 일”이라면서 “그 문제는 앞으로 차기·차차기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이고, 나는 시급한 4대강 복원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방송이 끝난 직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한 회견에 불과했다”며 “쌍방통행식 대화가 아닌 일방통보식 대화였다.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그리고 다음날 11월 28일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 17명은 전원 사퇴를 결의했고, 이어 충남지사도 3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침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특히 민주당은 4대강 사업 문제와 관련해 내년도 예산안과 연계하면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세종시 수정 문제는 대국민 홍보와 이를 지지하는 모든 정당·정파와 연대한다는 방침이다. 여야, 4대강 사업 예산 둘러싸고 첨예 대립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오히려 격화됐고, 곧바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로 옮아갔다. 특히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정부가 편성한 3조5000억 원(국토해양부 소관)의 내년도 예산안을 삭감 없이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인 만큼 예산안 통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토해양부와 농림·환경·문화부 등에 편성된 4대강 예산 총액 5조3000억 원을 1조 원 안팎으로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수자원공사에 대한 이자 지원 예산 800억 원은 전액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4대강 사업에 대한 여야의 의견차로 4대강 정비사업 예산을 처리해야 할 국토해양위원회는 12월 2일과 3일 4대강 관련 사안에 대한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정상적인 예산심의가 진행되려면 먼저 각 상임위원회에서 부처별 예산심의를 거쳐 의결된 예산안을 예결위로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예결위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한나라당은 법적인 예산심의 기일인 2일을 넘기지 말고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시간이 지체된 만큼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올해 안에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안 심의 기일을 넘겼다고 졸속으로 부실심의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법적인 예산심의 기일을 넘긴 여야는 12월 3일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이시종 의원이 협의를 계속한 끝에, 12월 7일부터 예산안 심의를 시작, 올해 안에 가능한 한 빨리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데는 최종 합의했다. 새해 예산처리 법정시한을 닷새 넘긴 뒤에야 비로소 예산심의에 착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를 벌이고 10일부터 15일까지 부별심사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4대강 관련 예산 대폭 삭감 등을 주장하고 있어 올해 예산안 처리도 연말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3일 밤 국회 국토해양위 예결소위에서 국토해양부 예산심의 중 4대강 사업비 3조5000억 원 표결에 불참했다. 물론 4대강 예산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소위에서 통과됐지만, 7일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후 예결위,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강력 반발할 경우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하다. 민주, 세종시 수정 반발…대국민 홍보전 돌입 민주당은 세종시 수정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이를 지지하는 모든 정당·정파와 연대한다는 뜻을 밝히며 여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들은 12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전국적인 대국민 홍보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원외지역위원장들은 결의문에서 “행복도시(세종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모든 과정을 거친 국민적 합의 결과였다”며 원안 추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과 함께 행복도시 및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뜻을 내비치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행복도시 사수를 위한 대국민 홍보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이들은 “세종시 원안 추진과 함께 4대강과 미디어법 재개정, 부자 감세에 따른 지방재정의 악화 등에 대해 직접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것”이라면서 “이를 지지하는 모든 정당·정파와 연대해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대여 공세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나라당은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친박 진영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정운찬 총리가 12월 말에 발표할 예정인 ‘세종시 수정 정부안’ 제출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2월 4일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 정부 안) 발표 시기를 12월 말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충돌이 극에 달하고 굉장히 혼란한 시기”라면서 “세종시 대안 발표를 내년 1월 초로 조정하는 게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