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야 말겠다며 ‘3수’를 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이 이건희 IOC 위원(삼성그룹 전 회장)의 사면복권을 위해 뛰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내년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자리에 각국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이 모두 모여 유치전을 벌일 텐데,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IOC 위원을 맡고 있는 이건희 전 회장이 집행유예 상태라 활동을 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창 유치위의 탄원은 지난 17일 유치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동시에 기자회견을 하면서 시작됐다. 김 지사는 이날 “평창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면 투표권을 행사할 IOC 위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스포츠 외교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며 “한국은 한때 IOC 위원이 3명이었지만 지금은 문대성 선수위원만 활동하고 있고 이건희 전 회장은 집행유예란 법적 제한 때문에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IOC 위원은 한때 김운용·박용성·이건희 세 사람이었지만, 현재는 이 전 회장과 문대성 선수위원만이 남아 있다. 이 전 회장, 1·2심 판결 뒤 “스스로 IOC 활동 중단”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배임 및 조세포탈죄가 확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IOC가 이러한 유죄 판결을 윤리규정을 들어 문제 삼을 경우 이건희 전 회장의 위원 자격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것이 평창 유치위의 우려다. 이 전 회장 자신도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지난해 7월 자신을 둘러싼 사법적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IOC 위원 자격을 스스로 잠정 정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현재 IOC 관련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삼성과 오너인 이 전 회장이 이런 위치에 빠지자, 가장 속이 탄 사람 중 하나가 바로 김 지사다. 그는 지사직을 걸고 평창 올림픽 유치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 회장은 현재 IOC 위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사법 절차가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IOC가 자격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IOC가 자격 박탈 결정을 내리면 평창 유치에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력한 체육인의 한 사람이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이 문제를 고려해주길 바란다”며 “IOC가 언제 위원회를 소집해 결정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면복권은 빠를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IOC 위원 아니면 다른 위원 접촉 힘들어” 유치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같은 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익 차원에서 이건희 IOC 위원을 사면복권해줘야 한다고 오늘 정부에 건의했다”며 “이 위원은 그동안 세계 스포츠계에서 두터운 인맥을 형성한 분이므로 앞으로 복권이 되면 평창 유치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7월에 2018년 동계올림픽의 공식 후보도시를 선정하기 전까지 IOC 윤리규정에 따라 IOC 위원은 IOC 위원만 만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저는 IOC 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파티나 회의석상에서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IOC 위원을 만날 수 없어 유치 활동에 한계를 느낀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조 회장은 “국내 사법 조치로 이 위원이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스포츠 외교에 큰 손실”이라며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는 독일 뮌헨은 3명의 IOC 위원을 거느리고 있고, 프랑스 안시도 IOC 위원 2명이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평창은 지난 두 차례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IOC에 밝힌 모든 준비 사항을 착착 약속대로 진행해 나가고 있다”며 “유치위원회에 소속된 사람뿐 아니라 국민이 모두 유치위원이 되어 뛰어야 할 마당에 이 전 회장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창 유치위 관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