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한국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10여 년 전 IMF 시절에 겪었던 어려움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사실에 우리 국민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고, 또다시 수많은 기업이 줄도산 위기를 맞았다. 2년이 지난 2009년. 한국 경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 업계에서는 ‘서민을 금융으로 돕는다’는 친서민 금융 정책·상품들이 속속 나왔으며, 그 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올 한 해 예상보다 빠른 경제회복 속도와 함께 서민들을 도왔던 친서민형 금융정책들과 금융상품들을 정리한다. 저소득층의 희망이 된 희망키움뱅크 민간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던 마이크로크레딧(저소득층에 대한 소액 금융) 사업을 보건복지가족부가 2005년부터 정부 차원으로 시작한 것이 희망키움뱅크의 시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8년까지 희망키움뱅크 사업을 통해 매해 20억 원씩을 자활공동체 창업자금 지원과 사전·사후 관리에 투자했다. 올해는 330억 원으로 예산을 대폭 늘려, 자활공동체에 국한됐던 지원 대상을 개인으로까지 확대했다. 개인 자격으로 희망키움뱅크에서 대출을 받은 이들은 모두 기초수급자나 저소득계층 중 실제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이거나 재산 보유액이 대도시 기준 1억35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이다. 자활공동체는 기초수급자가 1/3 이상 참여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의 융자추천을 받은 단체에만 지원이 이뤄졌다. 희망키움뱅크 사업을 진행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자립지원과 관계자는 올해 사업에 대해 “올해 1, 2차로 지원 사업을 진행한 결과 11월 말 현재 1000여 가구(단체 포함)를 대상으로 200억 원가량이 지원됐다”며 “현재 접수를 받고 있는 3차 사업에서 남은 예산을 다 소진하면 최대 700가구까지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서민 금융상품 출시 이어져 금융업계도 서민을 위한 상품을 속속 출시했다. 이 상품들은 대부분 소득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며, 무보증 대출이 원칙이다. 외환은행은 올해 연소득 2000만 원 이하의 자영업자나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파트너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무보증 신용대출이 원칙인 이 상품은 1년 단위로 최대 5년까지 상환 기간이 연장되도록 했으며, 대출 기간 안에 중도상환을 하면 상환 금액만큼 한도가 부활된다. 하나은행은 ‘희망하나더하기 대출’ 상품을 지난 봄에 출시했다. 소득 2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 또는 사업 소득자로서 대출 신청일 기준 6개월 이상 재직 또는 사업 영위자를 대상으로 한 이 상품도 무보증 신용대출을 기본으로 했다. 특히 홀부모이거나 다문화가정 부모면 대출 금리를 0.5% 인하해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면모를 보였다. 증권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우리아이펀드 시리즈’를 출시해 은행이나 보험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동시에 자녀의 성장에 맞춰 목돈 마련 수단이 되도록 했다. 또한 자녀 양육비가 부모의 노후자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입학 등 목돈이 드는 시기에 목돈을 부담 없이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이 2005년부터 실시한 ‘서민맞춤대출 안내 서비스’의 대출 상담자도 올해 늘어났다. 300여 개 금융회사가 참여하고 ‘한국이지론’이 실시해 703개의 대출 상품을 취급하면서 상담자에게 가장 알맞는 상품을 연결해주는 이 서비스가 올해 11월 말까지 거둔 수익은 지난해의 세 배가 넘는 390억 원가량이다. 덧붙여 올 한 해 이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 대출건수도 1만8000여 건에 달한다. 또한 올 3월부터 금감원이 실시한 ‘희망홀씨 대출’ 상품은 지난달 26일까지 19만5000여 명에게 1조1371억 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참여하는 은행들이 한도를 계속 높이고 있어, 처음 금감원이 예상했던 1조36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1조9400억 원까지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관계자는 “희망홀씨대출은 신용등급은 낮지만 직장과 소득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이들의 수요가 많았다”며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부업체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급전을 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일반 대출보다 조금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양쪽 모두에게 인기 있었던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미소(美小)금융이 서민들 미소 만들까
이처럼 금융업계와 기관들이 저마다 서민들을 위한 상품과 정책을 제시하는 가운데, 정부는 연말에 초대형 서민금융지원 기관을 설립해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달 15일 수원시 팔달구에 1호 재단을 설립한 미소금융은 아름다울 ‘미(美)’자와 작을 ‘소(小)’를 합해 금융 소외계층에게 9월 현재 기준으로 5% 정도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아름다운 소액 대출’을 뜻한다. 미소금융은 지원 한도에 따라 최소 5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지원되며, 상환기간은 최소 1년에서 최대 5년까지이다. 단, 거치기간 동안은 무이자로 운영된다. 지원분야는 영세사업자 운영자금, 전통시장 상인 대출, 프랜차이즈 창업자금, 일반 창업자금, 공동대출, 사회적 기업 지원자금 등이다. 그러나 이제 첫 발걸음을 뗀 미소금융의 갈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크레딧 경험이 있는 사업체들이 제외되고 경험이 일천한 단체들이 미소금융 사업자로 선정된 데 대해 ‘친정부 단체 밀어주기’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대출심사 기준이 불명확한 점, 그리고 돈을 갚지 않아도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