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新)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 2월 16일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설치되고, 관련 중앙 부처와 지자체 등은 각기 녹색성장과 관련한 정책을 앞다퉈 발표해, 올해는 ‘녹색성장’이라는 말을 도처에서 듣게 된 한 해였다. 녹색성장은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의 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사업화하여 수익을 발생시키는 경제 성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8월 10일 제21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녹색기술을 개발하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들지만 녹색생활은 누구라도 오늘 당장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앞으로 1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여 일자리 50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한국은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최소 27%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는 등 녹색성장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25%를 차지하는 건축물 부문에서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31%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 정책의 핵심은 에너지를 최대한 덜 쓰고, 쓰더라도 청정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이며, 그린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에너지 소비 총량제’를 시행하고, 2011년부터는 대형 건물을 상시 관리하는 한편, 2012년부터는 건축물 매매·임대 시 에너지소비증명서 첨부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검단·동탄2지구 등 신도시에 녹색도시 계획을 적극 적용하고, 기존 도시에도 ‘녹색도시’ 개념을 반영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녹색도시를 만드는 기술과 노하우를 해외로 적극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6일 녹색성장위원회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어젠다로 채택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2020년 세계 7대 녹색 강국 진입을 목표로 기후변화 적응 및 에너지 자립, 신성장동력 창출, 삶의 질 개선과 국가위상 강화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또 ▲효율적 온실가스 감축 ▲탈석유·에너지 자립 강화 ▲기후변화 적응 역량 강화 ▲녹색기술 개발 및 성장동력화 ▲산업의 녹색화 및 녹색산업 육성 ▲산업구조의 고도화 ▲녹색경제 기반 조성 ▲녹색국토·교통의 조성 ▲생활의 녹색혁명 ▲세계적인 녹색성장 모범국가 구현 등 10대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녹색경영 잇따라 선언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기업도 잇따라 녹색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7월 20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녹색경영 선포식’을 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까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친환경 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에 3조1000억 원,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고효율 설비 도입 등을 통한 녹색사업장 구축에 2조3000억 원 등 총 5조4000억 원을 쏟아 붓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도 내놓았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친환경 제품의 출시를 확대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며,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등, 인류사회와 지구환경을 배려하는 창조적 녹색경영으로 존경받는 글로벌 톱 녹색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3년까지 사업장·제품 사용 시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 제품 출시 확대, 친환경 연구개발 및 녹색 사업장 구축 투자, 협력회사와의 녹색경영 파트너십 강화 등 4개 과제를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또 소비·대기전력 절감기술을 적용해 5년 동안 에너지 효율을 40%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8400만t 줄이고, 글로벌 기준 이상의 친환경 제품인 ‘굿 에코 제품’ 출시율을 현재 50%에서 100%로 확대하여 세계의 녹색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동참했다. LG전자는 올해 초, 2020년까지 생산 단계에서 15만t, 제품 사용 단계에서 3000만t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내용의 친환경 경영선언을 발표했다. 또 LG전자는 2012년까지 주요 제품의 효율을 2007년보다 약 15%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백우연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에코디자인위원회를 설치했다. 또한 사내 환경 전문가들로 이뤄진 CO2 전문위원회, 친환경포장 전문위원회, 규격 전문위원회 등의 전문위원회도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전 사업장의 탄소 인벤토리(기업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파악·기록·유지관리·보고하는 통합 온실가스 관리 시스템)를 구축하고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녹색경영에 적극적인 이유는, 한국이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다, 온실가스 관련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는 국가 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앞장서기 위해 수소연료전지차를 비롯, 친환경 녹색기술을 적용한 그린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국가별·업체별로 상이하게 추진되고 있는 친환경차 개발 동향을 주시하며 종합적인 대비책을 마련해, 국가별 환경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지역별 그린카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로 친환경차 대중화 시대를 연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중형 세단급 이상에도 탑재하여 2010년에는 쏘나타와 로체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미국 시장에 선보인다. 또 2013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에 2조2000억 원을 투자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선도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녹색성장’이라는 신조어에 대해 환경보호론자들은 “보존이라는 개념의 ‘녹색’과 자원을 개발하면서 더 부유한 사회로 나아고자 하는 ‘성장’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느냐”며 “지극히 한국적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 개념”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배치(背馳)되 개념을 하나로 묶은 ‘녹색성장’ 개념이 2010년 한 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아니면 그냥 구호에 그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