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풍경’이란 너무나도 익숙한 말이며 모습이지만 때로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풍경이 내가 있는 곳, 내가 가본 곳, 내가 생각하는 곳 등 나와 연관이 있다면 당연히 익숙한 모습이지만 접해보지 못한 곳이라면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론 이러한 낯선 곳이 익숙한 듯 편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풍경화를 주된 주제로 작업하는 젊은 작가 이성훈은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자신만의 색과 느낌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풍경을 그려낸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풍경이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다. 그림을 바라보고 있자면 오히려 마음 속 안정과 함께 미묘한 휴식처가 되는 기분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작가가 그리는 풍경이 우리네 일상의 모습, 우리가 자주 접하는 풍경을 바탕으로 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풍경화에 대해 “나만의 색이 있는 상상 속의 풍경화”라고 말했다. 현실의 풍경을 바탕으로 색상과 구도에 변화를 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실 그대로의 그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풍경들을 거침없이 화폭에 쏟아낸다. 하지만 자신만의 풍경을 그려야 하기에 생각을 정리하고 펼쳐내는 집중력 또한 필수적이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풍경을 그린 건 아니다. 처음 작업은 풍경이 아닌 인물이나 정물이었다. “3회 개인전을 하면서부터 풍경을 위주로 그림을 그렸는데 당시 풍경 작업이 더 재미있었고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풍경만을 그리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술평론가인 신항섭은 “이성훈의 작품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세부적인 묘사 또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색채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의 그림에서는 직설적인 표현기법, 즉 굵고 강렬한 붓의 터지는 신체적인 힘과 감각이 그대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해 힘찬 필치 속에 구체적인 형태를 내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언제나 형태의 본질에 직도하려는 의지로 넘친다. 소재 및 대상이 무엇이든지 형태는 명료하다. 단호하고 명료한 윤곽선에 의해 형태가 규정됨으로써 그림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간명하면서도 힘차다. 힘차고 명확한 형태미는 삶에 대한 의욕을 자극하는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고 평가했다.
어떤 일이든 재미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특히 최근 젊은 작가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로 느껴진 것이 ‘재미’라는 요소다. 이 작가 또한 같은 부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을 듣고 자란 이 작가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상도 많이 탔다고 한다. 이후 이 작가는 곧은 심지로 줄곧 그림이라는 한우물만 파온 남자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화가가 된 게 아닌가 한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성실하고 겸손하며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중 인내가 좀 어려운 부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작가의 이러한 굳은 심지를 받쳐 준건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세상의 대개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듯 이 작가의 어머니 또한 이 작가의 작업 활동에 있어서 든든한 후원자다. 이 때문인지 이 작가는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며 힘든 시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다. 유화 작업을 주로 하는 이 작가는 최근 수채화 작업도 병행한다. 2009년에는 작업에만 열중하면서 유화보다 수채화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 오는 10월 개인전을 가질 예정인 이 작가는 올해도 수채화 작업을 병행하며 개인전 준비와 함께 그림 정리를 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풍경화 위주의 작업을 이어나가겠다는 이 작가는 재미있고 흥미가 생기는 그림이라면 어떤 소재든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풍경화에서도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하며 작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그리는 이 작가는 “내 작품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일상의 생활을 전해주고 싶다”며 “풍경화인 만큼 쉽고 편하게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