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인해 2008년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주된 기준금리로 사용됐던 CD(양도성예금증서)가 은행의 전체 자금조달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10월 현재 11%로 낮아졌다. 게다가 CD 금리 수준이 시장 실세금리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CD 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들이 은행권에서 대두했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새로운 기준금리 개발에 몰두, 지난 20일 COFIX(Cost Of Funds Index, 자금조달비용지수)를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COFIX는 9개 정보제공 은행(농협중앙회·신한·우리·SC제일·하나·중소기업·국민·한국외환·씨티)이 제공하는 자금조달총액과 가중평균금리를 은행연합회가 모은 뒤 이를 월말 잔액기준 및 월중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나눠서 다음달 16일부터 매달 15일 공시하게 된다. 단, 은행들이 지수를 산출할 때 요구불 및 수시입출식 예금은 지수산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새로운 기준금리로 은행권에 등장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COFIX 금리에 대하여 은행연합회의 마상천 여신제도부장을 통해 들어봤다. COFIX 자칫하면 ‘코피’될 뻔
“COFIX의 탄생은 CD 금리의 기준금리 기능이 약화되면서 예견돼왔었지만, 2009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가산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마상천 부장은 COFIX의 탄생 배경을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마 부장은“국정감사 이후 시중은행들과 금융연구원·은행연합회 등이 새로운 금리 개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중, 은행연합회가 개발 및 발표에 적격이라는 의견이 제시됐었다”며 “그러나 회원은행과 기준금리 체제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자칫 담합으로 해석될 수 있어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개별 은행으로부터 금리 자료를 제출받아 평균조달금리를 공개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COFIX의 개발 배경을 털어놨다. 한편, 마 부장은 “금리를 처음 개발했을 때의 실무안은 ‘COFI’였다. 그런데 은행연합회의 신동규 회장이 ‘코피’라는 발음의 어감이 안 좋게 느껴진다며 지수(index)의 ‘x’를 추가해 ‘COFIX’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됐다”고 작명의 뒷얘기를 공개했다. 출구전략 시행 앞두고 변동폭 작은 COFIX 활용도 높을 것 COFIX의 도입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COFIX의 금리가 CD 금리보다 낮게 책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COFIX 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이 출시되기만 하면 갈아타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마 부장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COFIX는 단지 금리의 변동 폭이 완만할 뿐 ‘금리가 낮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속단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뒤 “COFIX 금리는 은행의 여러 자금조달 수단에 적용되는 금리를 평균해서 산출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작고, 그 때문에 시중금리가 상승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반대로 금리 하락기에는 시중금리보다 늦게 움직이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COFIX의 금리 변동에 대해 그는 “앞으로 출구전략이 실시되면 기존 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기존 주택담보대출 고객들 중 가산금리가 높은 고객들에게 COFIX 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서민경제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봤을 때는 CD 금리와 COFIX 금리 간에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객들은 자신의 투자 성향과 상황을 잘 판단해 금리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COFIX 금리 도입을 맞이해, 기존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 중 법적 제한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COFIX 연동 대출로 전환을 원하는 고객에게 은행별 상품 출시일로부터 6개월 간 1회에 한해 수수료 등의 비용 부담 없이 전환을 허용한다. 마 부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CD 금리가 급락한 2008년 말 이후 대출을 받아 가산금리가 높은 고객들은 이번 기회에 COFIX로 갈아타는 작전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거래 은행에 본인 대출의 가산금리 수준과 COFIX의 특징을 문의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COFIX가 잔액기준 COFIX와 신규취급액 기준 COFIX로 나눠서 도입되는 데에 대해 “잔액기준 COFIX는 은행들의 월말 조달자금 잔액에 적용된 금리를, 신규취급액 기준 COFIX는 월중에 신규로 조달한 자금에 적용된 금리를 기준으로 산출한다”며 “잔액기준 COFIX는 장기적 추세에 맞춰 변화하는 반면, 신규취급액 기준 COFIX는 시중 금리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만큼 고객들의 선택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마 부장은 이 둘을 구분한 이유를 설명했다. COFIX 금리가 도입되면 기준금리인 CD 금리는 물론 은행채·KORIBOR 등 기준금리의 종류가 늘어나 각 금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요구된다. 은행들도 반색…이르면 2월 하순 COFIX 도입 상품 출시 이에 은행연합회는 다양화된 금리에 대한 적절한 상담이 이뤄지도록 COFIX와 관련된 소책자를 각 은행에 배부하고, 기존의 금리 관련 소책자도 개정판을 출간해 고객들이 정확한 금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도 은행연합회의 COFIX 개발에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CD 금리보다 COFIX의 만기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기가 좀 더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마 부장은 “기존의 CD 금리 중심의 기준금리 체계가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기 때문에 새로운 금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특히 CD 금리가 3개월 만기였던 반면, COFIX는 최소 6개월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은행들의 장기적인 ALM(Asset and Liability Management, 자산부채종합관리)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덧붙여 그는 “대부분의 은행이 COFIX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이르면 2월 하순경에는 시중 은행에서 COFIX를 이용한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 부장은 “COFIX의 가장 큰 특징은 ‘긴 호흡’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CD 금리에 비해 금리의 변동성이 작아 이자의 급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상품이지만, 시중 금리가 하락하면 오히려 고객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객들이 은행 방문 상담이나 각종 매체 등을 통해 COFIX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금리 변동의 위험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