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은 충남 당진 난지도 주민대책위와 함께 이번의 잇따른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측에 피해 어민들을 위한 생계 대책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음은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팀 마용운 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기름 유출 사고지역에서 2~3㎞ 떨어진 대난지도·소난지도·대조도 등 섬마을들의 어장이 벙커C유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오일뱅크는 기름 방제작업이 대부분 끝난 상태라고 하는데, 기름 유출 사고로 인근 섬 지역의 피해가 우려된다. 사고 인근 섬 지역의 방제작업 상황과 어민들의 피해는 어떤가? “지난 12월 20일 있었던 현대오일뱅크 부두 1차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해양경찰은 5일 만에 해상방제를 끝냈다고 발표했다가, 주민들이 이에 반발하자 해안방제를 다시 진행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오염이 심한 대산항 내부에서 방제작업을 했고, 인근 해안과 당진 난지도리 일대에서는 방제업체가 주민과 현대오일뱅크 직원과 함께 방제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1월 15일에 또다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두 차례 사고로 경기도 안산에서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 기름에 오염됐다. 다행히 1차 사고로 인한 오염은 어느 정도 방제가 마무리되었으나, 2차 사고의 피해로 몇몇 섬의 해안은 여전히 기름에 오염되어 있다. 기름 유출 사고로 대산항에서 가까운 충남 당진군 난지도 일대에 특히 피해가 심했다. 난지도의 180여 명 주민들은 겨울 동안 대부분 난지도 인근 바닷가에서 자연 굴을 채취해 생계를 유지하는데, 기름 유출 사고로 생계가 막막해졌다. 언제 기름이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 굴이나 수산물을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방지와 일부 중앙지에만 보도되어 은폐 의혹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측에서 기름 유출 사고를 은폐·축소하고 언론을 통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환경운동연합의 입장은? “말 그대로 의혹이며,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상한 부분은 12월 기름 유출 사고 뒤 현대오일뱅크가 이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기 전까지 10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수사한 내용이 보름 넘도록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처음에는 유출된 기름이 800라 했지만, 보름이 지나자 7.4배나 많은 5900ℓ로 다시 발표됐다. 1월 15일에 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난지도리 비경도에서 2차로 유출된 기름을 주민들과 함께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을 당시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이 사고현장에서 방제작업을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으면서도, 유출된 기름이 현대오일뱅크의 벙커C유임을 해경이 밝히기 전까지는 완전히 발뺌만 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피해 조사의 증거물로 남겨둔 방제 수거물을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들이 몰래 빼내가려고 했던 일도 의혹을 증폭시킬 만했다. 사고 직후 지역 신문에서 이 사실을 보도한 뒤, 그 추이에 대해서는 1월 초가 되도록 중앙 언론과 방송에 보도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각 방송사 제보란에 피해 사실을 올리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도 지역방송과 중앙 일간지 몇 곳만 보도했다. 언론들이 대기업의 안전불감증과 이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의 어려움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현대오일뱅크는 잇따른 기름 유출 사고 논란으로 대산항 등 3개항의 해상 급유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의 이번 조치를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1월 15일 해상 급유 도중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바람이 강하고 파도가 높은 겨울철 서해안의 기상특성상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안전관리 대책이 확실하게 마련되지 않은 해상 급유를 중단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고, 다른 지역에 있는 정유사들은 여전히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해상 급유가 불가피하다면 기상조건에 제한을 두거나 급유 시 충분한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다각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해상 급유 하나만 중단하면서 해양오염 사고를 방지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인 것처럼 현대오일뱅크가 발표하고 언론이 그대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어민 피해 생각한다면 긴급 생계비 지급돼야” -기름 유출 사고로 생계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의 보상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 현대오일뱅크와 협상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계획을 갖고 있나? “주민들의 피해 배·보상에 대한 협상은 환경운동연합의 역할은 아니다. 우리는 다만 현대오일뱅크가 해양오염 사고에 마땅한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할 뿐이다. 주민들의 요구에 공감한다면 긴급 생계비가 지급되어야 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주민과의 협상을 원한다면 그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오염돼 수확 못하는 수산물 피해만 보상받고 수개월에서 몇 년이 예상되는 수산·비수산 피해는 입증하기 어려워 보상에서 제외되거나 미뤄지는 동안 주민들의 생계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법적·도의적 책임을 인지한다면 주민들의 생계 대책 마련은 당연한 조치이다. 만약 현대오일뱅크가 지금 주민대책위에 하는 방식으로 비공개 협상 테이블을 요구하거나 적당한 선의 협상을 요구한다면, 환경연합과 주민대책위는 부도덕한 기업의 파렴치함을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알리고 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일 것이다. 2년 전에는 일단 기름을 닦느라 책임 촉구의 필요성을 느끼고도 목소리를 모으지 못했던 국민들도, 이번에는 기존 언론이 아닌 개인 블로그 등의 사이버 공간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문제의식들을 나누고 있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현대오일뱅크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증폭될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이 현대오일뱅크에 요구한 사항들은 말뿐인 항만관리 강화, 안전교육 강화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항만 시스템 정비를 시행하고 이를 국민에게 보이라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가 관리하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대산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신들도 10시간이나 몰랐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고작 해상 급유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12월 20일 대산항 부두에서 선적하다가 기름을 유출시킨 신양호 사고는 언제라도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중선체 조기 의무화와 단일선체 비율 추가 감축 노력이 시급하다. 지난 12월 17일 국토해양부 간담회에서도 타 3사에 비해 현대오일뱅크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2년 전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오일뱅크가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점을 계속 지적하고, 하루빨리 위험천만한 단일선체 유조선이 사라지도록 촉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