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업계에서 ‘스마트폰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 아이폰을 도입하며 선제공격에 나선 KT가 가장 큰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증권사의 분석이 나왔다. 스마트폰은 전화 기능뿐 아니라 컴퓨터에 버금가는 각종 기능을 발휘하는 첨단 휴대폰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권영준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2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아이폰이 출시된 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성장세는 올해 20종의 안드로이드(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폰 단말기를 국내 업체들이 내놓으면서 지속되고,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무선 이동통신 분야에서 매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KT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KT와 손잡은 애플 아이폰이 독주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최근 국내 처음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승부 체제가 갖춰지고 있다. KT “한 손에는 애플, 다른 손에는 안드로이드폰” 이제 2분기가 되면 국내 각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단말기를 대거 쏟아낼 예정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폰을 이미 채택한 KT는 한 손에는 아이폰, 다른 한 손에는 신형 안드로이드 폰을 구사하는 ‘양수겸장’ 전략으로 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애플 아이폰이 인기를 끄는 데는 전화기 자체의 성능도 좋지만 현재 10만 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의 힘에도 원인이 있다. 이들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폰에 내려받으면 전화기를 악기·게임기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폰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은 2만 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올해 연말이면 10만 개 정도로 늘어나면서 응용 프로그램 숫자에서도 아이폰을 상당 부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준 애널리스트는 “KT는 아이폰과 함께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대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더욱 다양하게 접근하면서 무선 데이터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내놓으면서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도 신속하게 안드로이드 단말기 개발로 대응하며 예상보다 더 빨리 국내외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 “우리는 광고로만 돈 벌 것” 호조건 내놓아 구글은 1월 5일 자사 브랜드를 내건 첫 안드로이드폰 ‘넥서스 원’을 공식 출시했다. 이 단말기는 안드로이드 버전 2.1을 처음으로 적용해 검색·전화걸기·길찾기 등을 글자 입력 없이 음성만으로 동작시키는 새 기능을 선보였다. 또한 구글 검색, 구글 맵, 유튜브, 지메일, 음성 검색 같은 구글만의 다양한 기능을 초기 화면에 배치해, 인터넷에서 구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더구나 구글은 애플리케이션 판매에서 발생하는 금전적인 수익은 모두 통신업자와 개발자에게 돌리고 자신은 안드로이드 폰 확대를 통한 광고 수익만을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통신업체나 개발자 입장에서는 애플과 손잡을 때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 설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넥서스 원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기존 이동통신사나 제조사와 경쟁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지속적 파트너십을 강조한 바 있다. 애플의 수익분배 모델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애플이 7:3의 비율로 매출을 분배한다. 반면, 구글은 매출의 30%를 자신들이 가져가는 게 아니라, 결제 시스템 업체와 통신사에 수수료 형태로 분배하기로 했다. 권영준 애널리스트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상승하는 추세에 발맞춰 안드로이드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2만 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숫자도 올해 말에는 10만 개까지 늘어나 아이폰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에 안드로이드 2.1 기반 폰 나올 듯 실제로 미국에서 구글과 티모바일(T-Mobile)은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 구매 금액을 통신사가 청구하는 서비스를 도입했고, 이런 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통신사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매출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단말기 확대를 더욱 원할 것이라는 게 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권 애널리스트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매출이 통신사와 분배됨을 감안하면 통신사들은 안드로이드 단말 확대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넥서스 원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단말이 대거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의 주 목적이 핸드폰 제조를 통한 이윤 창출이 아닌 만큼, 예전의 안드로이드 1.5 버전 및 2.0 버전에서처럼 넥서스 원 플랫폼을 그대로 제공받는다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그동안 안드로이드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에 8~9개월쯤 걸리던 개발 기간을 3개월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2분기 말쯤이면 안드로이드 2.1 버전을 적용한 안드로이드 단말 출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폰의 독주에 선제공격을 받은 국내 핸드폰 제조업체들은 안드로이드폰의 부상을 ‘전세 역전의 기회’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KT, 올해 실적 더욱 좋아질 것” 미래에셋 “이익 1조4200억 원, 주당 2800원 배당” 예상
KT는 올해 상반기에 안드로이드 단말 2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핸드폰 제조사가 세계 시장을 위한 안드로이드 단말기 라인업을 확대하고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인기가 상승하게 되면 출시 모델 숫자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KT는 늘어나는 무선 데이터 트래픽(전송량이라고 하며, 어떤 통신장치나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을 3W 네트워크 전략에서의 강점에 힘입어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3W는 WCDMA(3G)와 와이파이(Wi-Fi, 무선 랜), 와이브로(Wibro, 휴대 인터넷) 세 가지를 말한다. KT는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판매를 확대하면서 아이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동시에 확보해 사용자의 욕구에 더욱 다양하게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시장 상황에 힘입어 KT의 올해 수익성도 개선이 예상된다고 권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KT는 2009년 실적이 예상(가이던스) 매출액 19조 원에 400억 원 정도 미달했다. 그러나 2008년보다 작년 실적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일반 전화(PSTN)에서 연간 4000억 원 정도의 매출액 감소를 보인 반면, 인터넷 전화(VoIP), 인터넷 TV(IPTV), 무선 부문에서 성장을 보이며 매출액 감소 추세를 성공적으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권 애널리스트는 “KT가 최근 단행한 명예퇴직 8600억 원의 영향이 없었다면, 작년에 순이익 1조2600억 원을 달성하고, 50%의 주주환원 정책을 가정했을 때 주당 2600원의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KT의 올해 순이익을 1조4200억 원으로 추정했으며, 이에 따라 2800원의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과 의리 지킨 SKT, 올해 대반격 “가장 많은 안드로이드폰 내놓아 애플 아이폰 누른다”
KT가 애플 아이폰이란 신무기를 들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치고 나간 가운데, 국내 1위 업체로서 삼성전자와의 ‘의뢰’를 지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SKT가 계속 뒷전에 머무를 리 없다. SK텔레콤은 1월 28일 2009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다양한 스마트폰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단말기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작년 매출이 그 전년보다 3.7% 증가한 12조1012억 원으로, 12조 원대를 처음으로 달성했다. 올해 SK텔레콤은 12종이 넘는 안드로이드 폰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안드로이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2월 모토롤라의 야심작인 ‘모토로이 XT-720’ 도입을 시작으로 삼성전자·LG전자·HTC의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모토로이 XT-720’은 안드로이드 2.0을 탑재해 애플리케이션 개방성이 뛰어나며, 3.7인치 고해상도 풀터치 스크린과 800만 화소 카메라, 지상파 DMB 기능을 지원하는 등 하드웨어 성능이 탁월하다. 한 대로 디지털카메라·캠코더·넷북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최첨단 스마트폰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안드로이드가 ‘인상 깊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구글다운 개방성 때문이다. 누구나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개발하고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릴 수 있으며, 모토로이를 통하면 전 세계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안드로이드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자사의 응용 프로그램 온라인 장터인 티스토어(T-store) 웹사이트를 통해 안드로이드 개발자 대상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우수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최대 4000만 원까지 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애플 아이폰이 작년 11월 성공적으로 한국 상륙을 마치며 26만 대를 판매한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옴니아2를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하여 3개월 만에 30만 대 누적 판매를 기록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여기에 SKT의 ‘모토로이’가 치고 들어가는 양상이다. LG전자도 지난 1월 27일 최신 윈도 모바일 6.5 운영체제를 탑재한 자체 스마트폰 ‘210’ 시리즈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선보여, 스마트폰의 춘추전국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올해 KT는 10~15종, SKT는 15종, LG텔레콤은 5종 안팎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