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체가 연일 술렁이고 있다. 올해 밸런타인데이와 설날이 겹쳐 대목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설을 전후해 업계에 크고 작은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관계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악재의 내용도 식품업에는 치명적인 위생 문제여서 회복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시장점유율이 70%가 넘는 제과업계의 ‘빅4’들이 정초부터 호된 장애물을 통과하는 중이다. 그동안 밀가루 값은 내려도 과자류 값은 내려가지 않던 이유가 우선 드러났다. 제과업체들이 도·소매상을 상대로 판매가격 하한선을 임의로 정해주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가했기 때문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9일 오리온제과를 비롯해 롯데제과·해태제과·크라운제과 등 빅4 업체가 유통 과정에서 판매가격 및 거래지역, 거래 상대방을 제한한 행위를 적발하고 해당 업체들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롯데는 계약서 고치고 법 위반 사실 공지해야 이들 업체는 도매상들이 일정 가격 이하로는 제품을 소매상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흩뜨렸다. 이 중 롯데제과는 도매상은 물론 대형마트를 제외한 일반 슈퍼 등 소매점에 대해서도 소비자 행사가(할인판매 행사 가격)를 정하고 가격 준수 여부를 철저히 점검·관리하는 횡포를 부리다가 적발됐다. 이들 업체들은 대리점 및 도매상을 상대로 자신들이 정한 가격 아래로는 과자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계약 규정, 거래 승인, 가격 통제·관리, 대리점·도매상에 대한 경고·거래중단·계약해지 같은 제재수단 등을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시정 명령에 따라 오리온·해태제과·크라운제과는 도매상과 작성한 계약서 중 이번 사안과 관련된 부분을 수정·삭제해야 한다. 아울러 롯데제과는 계약서의 수정·삭제는 물론 법 위반 사실을 공표까지 해야 한다. 공정위의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 대해 “2009년부터 서민대책 중 식음료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국회나 언론에서도 제과업체의 가격 제한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며 “시장점유율이 10%가 넘는 4개 대형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매상들을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제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들이 도·소매상의 가격 경쟁을 제한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과자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업체가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번 조치로 제과 시장의 경쟁이 촉진되고 청소년·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 제품의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의 시정 명령에 대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전국의 영업사원 중 도·소매상에 가격 제한을 두는 것을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로 삼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본사는 이런 계약 형태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전국의 영업사원을 관리하다 보니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지역 영업소가 계속 생겨나면서 거래처가 뒤섞이는 경우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지역별로 고정적인 거래처를 정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며 “우선 공정위 방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온 프리미엄 제품은 ‘비싸지만 세균 덩어리’ 한편, 공정위의 시정 명령을 받은 직후 오리온제과는 비위생적인 상품을 시판해 문제를 일으켰다. 문제의 제품은 오리온제과가 ‘고급·안전’을 내걸고 판매하는 고가 브랜드 ‘마켓오’의 ‘초코바 크런치’ 제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조사 결과 기준치인 1g당 1만마리보다 4배나 많은 4만마리의 세균이 검출됐다. 이들 제품은 오리온제과의 제3공장에서 올해 1월 12일 제조·생산한 제품들이었다. 이에 식약청은 즉각 회수를 명령했고, 오리온제과는 1월 생산 물량 전체에 대한 자진 회수에 들어가는 한편, 이미 구입한 소비자에게는 환불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자사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이번 사태에 대해 사죄의 뜻을 전달했다. 이번 검사는 인천 연수구청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수요가 급증하는 초콜릿 제품에 대하여 오리온제과를 포함한 여러 업체 제품에 대해 실시했다. 오리온제과 관계자는 “문제가 된 생산일인 지난달 12일에 센터초콜릿 제조설비에 내부 오염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일 출시 직전에도 샘플 검사를 했는데 샘플에서는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는 아직 계산되지 않았지만, 식품을 판매하는 업체인 만큼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생산하는 제품의 안전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소비자는 “마켓오 브랜드는 고급·고가품 브랜드로 알고 사 먹었는데, 세균 덩어리 제품을 내놓고 시장 질서까지 흩뜨린다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자료에 따르면, 오리온제과는 2008년 기준으로 제과업계에서 롯데에 이어 2위 업체다. 제과업계의 1·2위 업체가 모두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고, 2위 업체는 비위생적인 제품까지 시판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