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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가 붕어빵이야? 왜 다 똑같아?’

금융감독원 “펀드 베끼기에 제재하겠다”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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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0호 김진성⁄ 2010.03.08 15:14:14

펀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증권사나 은행을 방문한 이들은 한 번쯤 비슷비슷한 내용에 이름만 다른 상품을 보고 혼란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은 직원의 설명을 들어도 뭐가 뭔지 통 감을 잡지 못하다가 ‘크게 다른 것도 없는데 아무거나 하지’라는 생각으로 고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상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자신이 고른 상품을 운용할 능력이 없는 자산운용사들이 출시한 상품을 골라 낭패를 겪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부 소규모 자산운용사들이 다른 업체의 펀드 상품을 그대로 베껴서 출시하는 이른바 ‘붕어빵 펀드’ 또는 ‘베끼기 펀드’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유사 펀드 설정 억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붕어빵 펀드’ ‘베끼기 펀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유사 펀드의 문제와 금융업계의 반응을 살펴본다. “붕어빵 펀드, 그만 찍어내라” 흔히 똑같이 생긴 것을 말할 때 ‘붕어빵’이라는 말을 쓴다. ‘창의성의 부족’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펀드 상품을 그대로 베껴서 낸 상품 앞에도 이 ‘붕어빵’이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은 따라붙는다. 이들 붕어빵 펀드들은 소규모 펀드운용사들이 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규모 운용사들과 판매사들의 펀드 상품 출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직접 연구·개발한 펀드 상품을 출시하기보다는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상품을 본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얌체 운용사들이 증가하면서 붕어빵 펀드의 규모도 확대돼왔다.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 2월 자본시장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출시하도록 유도했지만, 펀드 상품의 ‘쏠림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한목소리로 “붕어빵 펀드가 속출하면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률에만 치중해 펀드를 자주 갈아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며 이는 투자문화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우려를 표시하면서 “금융업계가 창의적인 금융 상품을 개발해 투자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금감원 “유사 펀드 난립 두고 보지 않을 것” 지난해 2월 자본시장법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유사 펀드가 사라지지 않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유사 펀드 억제 설정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유사 펀드의 난립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감원은 지난 2일 발표한 자료를 통해 ‘1년 내 설정된 펀드 중 비슷한 성격의 펀드가 있고 기존 펀드의 설정액이 모집 시점을 기준으로 100억 원 미만’일 경우 유사 펀드의 설립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설정 억제 기준에 해당하는 펀드 신고서가 제출되면 이에 대한 수리를 거부할 예정이다. ‘유사 펀드 억제 설정 기준’이 일차적으로 겨냥하는 대상은 소규모 자산운용사의 시리즈 펀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사 펀드 억제 설정 기준’ 마련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 펀드 5000개 중 1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가 70% 가량”이라며 “이번 유사 펀드 억제 설정 기준은 소규모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의 적정성 확보와 펀드 수익의 상승을 고려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유사 펀드가 난립한다고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 봤을 때 펀드 매니저 수보다 관리해야 할 상품이 많으면 운용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만큼 펀드를 대형화해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참고로, 현재 금융투자협회는 이번 금감원 조치와는 별도로, 유사 펀드가 있으면 먼저 나온 펀드에 최단 1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해당 펀드를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사 펀드의 난립을 막고 있다. 금감원의 조치가 발표되자 일선에서 투자자들을 대하는 운용사들과 증권사들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보였다. 금융업계 “소규모 펀드사 난립 막아 시장질서 잡을 것” 기대 우선 자산운용사들은 자신들의 역량 이상으로 펀드를 운용했던 자산운용사의 상당수가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으로 보는 한편, 앞으로 펀드 운용사의 창의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타사의 펀드 상품을 베껴낸 상품을 ‘커닝 상품’이라고 부르는데, 스스로 상품을 개발할 역량이 안 되는 운용사들은 앞으로 상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때문에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반대로 시장분석 능력이 부족한 운용사들이 타 사의 상품을 무분별하게 베껴 투자자들과 기존 자산운용사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기준 설정을 통해 운용사들이 자신들의 역량에 맞는 상품만을 취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고객에게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업체들도 이번 금감원의 조치에 대해 ‘증권사가 받는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A 증권사의 관계자는 “일부에선 유사 펀드가 억제되면 증권사가 판매하는 펀드 상품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기존의 오리지널 상품들만으로도 다양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며, 향후 출시되는 상품으로도 고객이 마음껏 상품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B 증권사의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발표에 대해 “기존 유사 펀드, 시리즈 펀드 같은 내용들을 금감원에서 비공식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이번 유사 펀드 설정 제한이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C 투자증권의 관계자는 “유사 펀드 억제 설정 기준을 마련한 이유는 소규모 펀드가 난립하면서 기존에 안정적으로 운용되던 펀드도 적정 규모의 펀딩이 안 돼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소규모 펀드사의 난립을 방지하면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률 측면에서 불이익을 해소해주는 한편, 운용 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금감원이 발표한 ‘유사 펀드 설립 억제 기준’에 대한 금융권의 호응이 뜨겁다. 펀드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요즘, 이번 금감원의 발표는 투자자는 물론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다른 나라보다 쏠림 현상이 심한 한국 펀드 시장에 다양성을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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