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에 출범한 동부증권은 2009 회계연도 3분기 누적 세전이익 418억 원을 올려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 분기와 비교할 때 10배 이상 늘어난 실적이며, 특히 안팎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서 거둔 성과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이런 성과는 최근 3년 간 자본금은 3배, 점포 숫자는 1.5배로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수직상승’이라는 표현이 적당한 동부증권의 급성장 배경과 향후 전략을 김호중 동부증권 사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김호중 사장은 “내년 창사 28주년을 앞두고 실적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5년 안에 국내 7대 증권사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진행 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부증권은 현재 국내 18위 증권사다. 임기 3년째…“외형 성장 돋보이지만 아직 갈 길 멀다” 김 사장이 동부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2007년 6월 말 당시 동부증권은 자본금 1800억 원에 점포도 전국 30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발표된 동부증권의 자본금은 김 사장의 취임 때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5000억 원을 넘어섰고, 점포 수는 45개로 늘어났다. 또한 올해 목표 세전이익을 500억 원으로 잡을 정도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평가다. 이러한 외형 성장에 대해 김 사장은 “처음 취임했을 당시 ‘양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질적으로 한국 최고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가시적인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아직 미흡한 점이 있지만 처음 가졌던 목적이 조직에 잘 스며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사장은 “취임 초부터 우수 인력 확보와 체질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것이 조직의 저력에 영향을 미쳤다”며 “유능한 사업부장들이 많이 온 만큼 앞으로 각 사업부별로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증권이 5년 안에 국내 7대 투자금융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몸집 키우기’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사장은 “당장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필요한 시점에서 유상증자·M&A 등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상증자나 M&A 관련 내용은 동부그룹과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관심은 계속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동부증권이 꾸준히 강세를 보여 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는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투자 대신 매니지먼트 역할을 했다”며 “내년까지 부동산 시장이 어둡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리딩 매니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선별적인 직접투자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부증권이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김 사장은 “지난해 동부하이텍의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그룹 전체의 주가가 정상화됐다”며 “회사를 둘러싼 여러 부수적 요인이 해결되면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이를 위해 외부 홍보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만의 혁신적 상품으로 시장 주도할 것” 2007년부터 3년 간 동부증권이 보인 가파른 상승세를 얘기할 때 각 사업부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동부증권에는 홀세일(wholesale)사업부·IB사업부·리서치센터·리테일(Retail)사업부·리스크관리본부·경영지원부문 등 6개 사업부가 있는데, 특히 최근 경영지원 부문에 소속된 트레이딩본부가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동부증권 트레이딩본부는 업계 최초로 설탕 DLS(파생결합증권)를 출시하는가 하면, 한·일 대표지수 및 대표 자동차회사 기초자산 ELS(주가연계증권)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ELS를 연속적으로 출시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또한 ELW(주식 워런트 증권) 유동성 공급자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인 A등급을 획득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보강한 최고 수준의 전문인력이 회사의 전략적인 성장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가 반영된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혁신적인 상품들을 출시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부증권은 최근 증권가의 신수종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SPAC(기업인수목적회사)를 올해 상반기 중에 설립하고 늦어도 3분기 중 공모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중국 상해에 거점을 마련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리테일 부문에서는 업계 최초로 통신사와 제휴한 상품인 ‘KT QOOK 인터넷 프리’를 출시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개하여 좋은 평가를 얻었다. IB(투자은행) 부문에서는 DCM(채권자본 시장)/ECM(주식자본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업계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김 사장은 각 사업영역에 대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글로벌화·전문화·고부가가치화에 맞춘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고효율의 조직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우수 인력의 자체 양성 시스템을 체계화시켜 경영 시스템 정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룹 계열사인 동부화재·동부생명·동부자산운용 등과 더욱 공고한 협력체계를 마련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복안이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은 “취임 후 3년 간은 대형 증권사로 성장하기 위한 인프라 마련에 집중하는 시기였다”며 “여러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만큼 올해부터는 각 부문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우리 회사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양적 성장도 추구하여 톱 7 금융투자회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