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흔히 ‘머릿속(뇌)이 궁금하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는 실제 머릿속을 보고 싶다기보다는 일반적 행동과 다른 데 대한 궁금증의 표현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유영철·강호순·김길태 등의 ‘사이코패스(psychopath)’들은 정말로 뇌 속이 일반인들과 다른 것일까? 만약 다르다면 어떤 부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일까? ‘세계 뇌(腦) 주간(World Brain Awareness Week, 3월 13~20일)’을 맞아 국내 뇌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사이코패스의 뇌 속을 추정해본다. 사이코패스는 뇌인 구조 및 활동에 이상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20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뇌기 능 매핑학회’에서 사이코패스가 뇌 기능의 장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모든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도 뇌 기능의 문제로 설명하는 게 최근 과학계의 정설이며, 환경적 요인보다는 생물학적인 요인에서 그 발병의 원인을 찾고 있다. 지난 2005년 영국에서 이뤄진 3500쌍의 대규모 쌍둥이 연구 결과를 보면, 사이코패스는 부모에서 자식으로 유전되는 비율이 70% 가까이 보고돼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신경전달물질(뇌에서 신경세포 사이의 정보 전달을 도와주는 물질) 측면에서는 사이코패스의 공격성과 연관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호르몬의 기능 이상이 주장되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사이코패스에게 나타나는 감정 기능의 저하 또는 장애는 편도체(amygdala)와 복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을 포함한 전전두엽(앞쪽 뇌) 장애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특히 편도체의 기능 이상이 가장 핵심인 것으로 권 교수는 보고 있다.
권 교수는 “뇌의 편도체는 공포·즐거움 같은 감정과 관련된 기능을 하며, 기억 강화를 통해 감각 자극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기억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런 편도체의 기능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과 벌에 의한 학습을 통해 도덕적 틀이 형성되는 게 편도체의 기능과 관련이 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권 교수가 제시한 최신 연구 결과를 보면, 사이코패스의 편도체는 회백질과 백질의 양이 일반인보다 감소돼 있었으며, 합리적 사고 및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전두피질의 기능도 정상인의 15% 수준에 그쳤다. 권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뇌 기능의 구조적 이상 때문에 일반적인 감정의 인지 능력이 부족하고, 대신 분노를 인지하는 데는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보면 유전적 요인, 임신 중 질병 및 약물 노출이나 사고 등에 따른 뇌 손상, 잘못된 가정 양육 등의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뇌 활동에 구조적 이상을 불러일으켜 사이코패스가 생겨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쪽 뇌가 제대로 발달해야 욕정·탐욕을 적절히 제어하는데, 앞쪽 뇌 발달에 문제생기면 욕망 주체 못하고 수치심 못 느껴 앞쪽 뇌와 관련된 회로의 문제가 핵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앞쪽 뇌와 관련된 회로에 문제가 생겨 신경전달물질이 망가짐으로써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나 교수에 따르면, 뇌는 크게 앞쪽 뇌와 뒤쪽 뇌, 감정 뇌 등 3개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뒤쪽 뇌는 비디오 카메라 같은 역할을 한다. 비디오카메라가 피사체의 영상을 자동으로 담아두듯이, 뒤쪽 뇌는 주변의 청각적·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여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앞쪽 뇌의 역할은 영화감독이나 드라마 PD와 같다.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취사선택하여 계속 리플레이하면서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처럼, 뒤쪽 뇌가 저장해놓은 정보를 목적에 맞게 편집하고 미래계획을 세운다. 또 하나의 정보는 감정 뇌(감정센터)를 통해 들어온다. 이 감정 뇌를 통해서는 이성을 갖고 싶은 욕망이나 충동이 전달되는데, 이 역시 앞쪽 뇌가 최종적으로 컨트롤한다. 나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앞쪽 뇌를 잘 사용하느냐, 잘못 사용하느냐에 따라 법정 스님처럼 `무소유의 향기가 남는 사람이 되느냐, 김길태처럼 사이코패스가 되느냐가 결정되는 셈이다. 나 교수는 “유전적이든 후천적이든 앞쪽 뇌를 안 쓰던가 못쓰게 되면 지나친 소유욕을 갖게 되고 본능에 집착할 수 있다”면서 “소유욕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이 에너지를 전두엽(앞쪽 뇌)이 잘못 조절해서 좋은 목적에 사용하지 못할 경우 김길태 같은 사이코패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