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임기 반환점에 치러질 6.2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전국단위 선거의 결과에 따라 지방권력의 재편은 물론 2012년 차기 대선구도의 윤곽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낼 것인 만큼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만큼 6월 지방선거는 한국 정치지형을 뒤흔들 잠재적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정부는 집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패배하면 역으로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한 12개 지역에서 승리했으며, 특히 서울의 25개 구청장 선거를 싹쓸이함으로써 이듬해 대선과 2008년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이 행정부와 의회, 지방권력을 독점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학습효과’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사실상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방권력을 수성함으로써 4대강 사업 추진 등 현 정부의 국정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지방권력의 확보를 통해 차기 정권 탈환의 디딤돌을 놓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6.2 지방선거의 승패는 여권의 ‘국정안정론’과 야권의 ‘견제론, 정권심판론’ 중에서 민심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 따라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포인트 1.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6.2 지방선거가 취임 직후 치러진 지난 18대 총선 이후 첫 전국단위 선거다. 따라서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데다, 장기적으로는 차기 대선구도와도 연결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권을 비롯한 기존 정치지형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지방권력의 재편을 넘어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판가름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비롯해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치개혁 등 각종 국정 과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남은 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권의 정책 추동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은 이번 선거에서 극적인 승리를 일궈낼 경우 이 대통령을 필두로 남은 임기에 확실한 국정 주도권을 쥘 수 있음은 물론, 향후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탄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50%를 넘나들고 있는 가운데,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낼 경우 현 정부의 국정운영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순항을 계속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는 바탕이다.
더욱이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6월까지 마무리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선거 결과가 나온다면, 이 대통령에게는 여론과 정치권 설득을 위한 ‘천군만마’를 얻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6.2 지방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날 경우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의 성과나 평가와 무관하게 선거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함은 물론, 결국 집권 후반기의 변화된 정치환경 속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국정운영 방식에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몰릴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정국 주도력이 약화되면서 각종 국책사업 및 개혁 작업의 추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인적 쇄신 가능성으로까지 연결되면서 정국이 혼미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게 여권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최근 이른바 ‘출구전략’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나 경제 위기관리 체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대통령을 지향하는 이 대통령의 위상과 역할이 약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가 이 대통령의 정국운영 스타일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울러 오는 11월 개최되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중대 전환기를 맞고 있는 남북관계 등도 집권 후반기 ‘레임덕’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포인트 2. 박근혜의 선거 지원 여부와 정운찬의 향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는 역시 세종시 문제이며, 그 중에는 여권 주류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선거의 여왕’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유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있다. 박 전 대표는 4년 전인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는 당 대표로서 전국 각지를 누볐으며, 특히 서울 신촌 유세에서 괴한에게 얼굴에 흉기를 맞는 테러를 당했지만, 병원에서 깨어나자마자 “대전은요?”라는 걱정스런 말 한마디로 대전 시장 선거 양상을 뒤집었다. 선거에서 박 전 대표의 대중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서울 25개 구청장 모두를 포함해 기초단체장 230곳 중 155곳을 석권한 바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올 6월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에게 지원유세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상 세종시 문제가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해온 박 전 대표가 나설 명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다만, 세종시 문제가 이른 시일 내에 수정안의 포기 또는 불발로 귀결되고, 지방선거 참패를 피하기 위한 박 전 대표의 유세를 원하는 당원들의 요구가 강해진다면, 박 전 대표도 명분을 갖고 지원에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리고 세종시 문제가 친박 측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도 박 전 대표가 친박계 후보들만을 대상으로 영상 메시지 등 간접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4.9 총선 당시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에 대해 ‘구태로의 회귀’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당 지도부의 거듭된 지원유세 요청을 끝내 거부했으나, 일부 친박계 후보에게는 자신과의 인연을 강조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간접 지원유세 활동을 벌인 바 있기 때문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자신이 총대를 메고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6월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핵심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탓에 6.2 지방선거의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심판론’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세종시를 고리로 표의 결집을 도모한다는 전략이어서, 정 총리로서는 선거 결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전 양상이 ‘세종시 대전(大戰)’으로 전개되고, 이 전투에서 한나라당이 패하면 정 총리가 책임론에 휘말릴 수도 있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는 정 총리로선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고지임이 분명해 보인다. 포인트 3. 정국 전망과 ‘잠룡’들의 움직임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6.2 지방선거는 우리 정치지형을 뒤흔들 많은 잠재적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반환점에 치러지는 이번 전국단위 선거의 결과에 따라 지방권력의 재편은 물론 2012년 차기 대선구도의 윤곽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심 향방의 가늠자로는 우선적으로 여야는 물론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의 내홍으로까지 번진 ‘세종시 수정’ 공방이 꼽힌다. 정부 여당의 세종시 수정 추진이 중도 좌절될 경우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극도의 고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단은 세종시 논란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높지만, 친이-친박계 간 알력이 당의 단일 선거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나라당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 이후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을 개연성은 여기에서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수권정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 다른 야당들과 이른바 ‘반MB연대’를 구축해 선명한 여야 대결구도를 갖추고 수도권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각 당의 지도부 개편 등에 강풍이 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방선거 직후 여야의 정기 전당대회(7∼8월)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출마 여부로 주목받는 서울 은평 을 재보선(7월), 10월 하반기 재보선 등 굵직굵직한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어 이들 일정의 하나하나가 향후 정치권 흐름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 여당의 차기 당 대표가 2012년 총선 공천권과 대선 후보 선출 구도에 영향력을 미칠 것임을 감안하면, 당권 경쟁에서는 혈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차기 대권구도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대선고지를 향한 ‘잠룡’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 평가받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대표, 친이계의 구심점인 이재오 권익위원장의 무한경쟁은 예고된 수순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세종시 논란이 계속될 경우 대립각은 더욱 가파를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드러나게 될 ‘세종시 민심’을 놓고 극단적인 대립이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와 복당한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의 이른바 ‘신(新)삼국지’의 호각지세가 관심으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차기 대권고지를 선점하려는 각 정파 간의 세력 다툼 역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국민참여당 인사들까지 가세할 경우 그 구도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여야 잠룡들의 각축 속에서 권력 약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도모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과거의 예에 비춰 ‘후보관리’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절충과 조화가 어느 선에서 봉합될지가 관건이다. 포인트 4. ‘세종시 변수’ 어느 정도 파괴력 있을까 세종시 수정안 문제는 충청권뿐 아니라 기업·혁신도시가 예정된 비수도권까지 집어삼킬 전국적 이슈로 떠올라 ‘지방선거=세종시 평가’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처리한다는 입장이나, 이와 상관없이 여당은 행정효율성을 고려한 ‘백년대계론’을 앞세우고, 야당은 ‘역차별론’으로 맞설 것으로 보여 선거 지형을 뒤흔들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전과 충남·충북 3곳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지난해 이완구 충남지사가 수정안 추진에 불만을 품고 지사직을 사퇴할 만큼 여론이 악화돼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최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역별 여론의 흐름을 보면, 수도권은 찬성 여론이, 충청과 호남권은 반대 여론이 각각 높고, 영남권은 찬반 여론이 혼재해 있다. 수도권은 한나라당, 충청과 호남은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는 배경이다. 특히 수도권은 ‘수도분할 불가’라는 논리가 먹히면서 여권의 서울시장·경기지사·인천시장 수성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역대 지방선거가 ‘정권 중간심판’의 성격을 띠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종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과 선진당은 이 지역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으나, 변수가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에서는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는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의 활약상이 주된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포인트 5. 한나라당의 친이-친박 ‘공천전쟁’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 간의 심각한 갈등을 안고 치러지는 6.2 지방선거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와 마찬가지로 야권과 대결하는 ‘본선’에 앞서 당 후보를 결정하는 ‘예선’에서부터 두 계파의 대결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전망된다. 치열한 ‘공천전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 계파의 향후 정치적 입지가 걸린 만큼 친박계 의원들의 무더기 낙천과 탈당이 이어졌던 18대 총선 때처럼 사활을 건 싸움이 예상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당내 분란이 극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경남 등지에서 친이-친박의 맞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대구시장의 경우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범일 현 대구시장이 ‘재선고지’를 향한 본격 행보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출마설이 나돌던 현 대구시당위원장인 친박계 서상기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이후 친박계 후보가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경북지사 선거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친박 성향의 김관용 현 경북지사와 친이계인 포항시장 출신의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지사 후보경선에서 김 지사에게 고배를 마셨던 정 전 원장은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설욕을 벼르고 있다. 김태호 현 경남지사가 당권 도전을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 경남지사 선거전에서는 이방호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과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장관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 엄호성 전 의원과 이갑영 전 고성군수가 가세하여 친이-친박계의 대결구도가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영남권의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기초의원 후보 공천은 광역단체장보다는 관심권에서 비켜 있지만 극심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는 절박한 사안이다. 국회의원의 ‘풀뿌리 정치’에서 호흡을 함께하며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조직관리, 나아가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과 당락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생명줄’ 같은 존재가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현역 의원들로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자신과 같은 계파나 성향의 기초단체장·지방의원을 ‘심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고, 이 점은 선거구마다 후보 공천 과정에서 친이-친박계의 양보 없는 경쟁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들은 당에서도 당연직 대의원이 되기 때문에 계파 차원의 세(勢) 불리기와 지분 확보에서도 밀릴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의 공천은 시·도당별 공천심사위원회가 결정하되 시·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의 목소리가 비중 있게 반영된다는 점에서 수적으로 우세한 친이 주류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포인트 6. 개헌론 어느 정도 호응 받나 6.2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는 여야 공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른바 ‘2010년 개헌론’을 대대적으로 띄우며 정치지형의 공세적 변화를 취하고 나설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개헌’ 문제가 될 것이라는데 별 이론이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만일 개헌을 한다면 이미 정몽준·정세균 등 여야 대표들이 6월 지방선거 이후 개헌 공론화 방침이나 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고 이에 동조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지방선거 직후가 적기라고 여야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를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개헌에 대한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다, 정권 후반기인 내년 이후에는 개헌 작업이 어렵다는 현실적 여건 때문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지방선거 전 개헌에는 반대했으나, “5년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4년 중임제 개헌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혀 야당에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여권에서 지방선거 후 개헌론을 띄울 경우 호응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여야가 개헌 작업에 착수할 경우 개헌과 차기 대권구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숱한 난관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우선, 개헌 추진에 가장 적극적인 여권 일각에서는 개헌을 통해 정치지형이 바뀌고 자신들이 주도하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4년 중임제가 아닌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 등 ‘권력분점’을 골자로 한 개헌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 주류들은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제’로의 개헌뿐이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차기 대선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측으로서는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개헌론이 지금의 ‘판’을 흔드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적 배경을 주목하고 있어 향후 친박 측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여야는 물론 심지어는 여여(與與) 갈등으로까지 치닫는 세종시 수정 공방과 6월 지방선거의 결과 등도 개헌 논의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포인트 7. 여야의 승패 기준은? 여당은 영남권, 야당은 호남권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 정치지형의 특성상, 이번 지방선거의 승부는 수도권을 비롯한 충청권 등 ‘중원’의 대결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의 경우 한나라당이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을 비롯해 대전·충남·충북 충청권 3곳 등 중부권을 싹쓸이했다. 이번에는 충청 민심을 요동케 한 ‘세종시 수정 공방’ 탓에 중원의 승부는 막판까지 예측불허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영남 등 텃밭은 싹쓸이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 중 2곳 이상, 세종시 악재가 돌출한 충청권에서는 1곳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수도권에서 2곳을 지키면 승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그렇더라도 서울을 빼앗길 경우 패배 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에 따라, 한나라당이 비록 2006년 선거에서 충청권 3곳을 모두 차지했지만 대전에서는 2.7% 포인트 차로 가까스로 이겼던 만큼, 이번에도 박빙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만약 충청권에서 전패하거나 한 곳만 건질 경우 수도권 승패를 떠나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휘몰아칠 수 있다. 정치적 텃밭인 영남에서도 승리를 100%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김태호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경남은 선거 시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와 겹치는데다 공천 과정에서 여당 내부의 친이-친박계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경우 표심 분산에 따른 야권의 약진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 기초단체장 선거도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점 가운데 하나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230개 기초단체 가운데 서울 25개, 인천 11개, 강원 18개를 싹쓸이했으며, 경기도에서도 31개 중 30개에서 당선자를 낸 바 있다. 이들이 거의 대부분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다시 출마하는 만큼 적어도 절반 이상에서는 승리를 거둬야 패배했다는 평가는 피할 수 있다는 게 당 내부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원의 고토 회복과 함께, 호남을 제외하고 무너져버린 서부 벨트를 복원해내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 3곳과 충청권 3곳의 광역단체장을 모두 차지한 만큼, 현 판세와 현역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민주당으로선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최소 1곳씩만 탈환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수도권은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란 점에서, 충청권은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격전지란 점에서, 상징성이 큰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2곳 이상씩 이기느냐 여부를 승패의 분기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서울시장의 경우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이 이곳에서만 이겨도 ‘지방선거 승리’를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예상을 밑도는 성적을 거둘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세운 현 정부 심판론이 빛을 잃으면서 2012년 ‘정권 탈환 플랜’에도 빨간 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이념을 표방하고 있는 국민참여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이념 계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평화민주당(가칭) 창당 등으로 야권 분열이 현실화된 가운데, 텃밭인 호남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느냐, 또 불모지인 영남에서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득표력을 보이느냐도 또 다른 승패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충청권이 기반인 자유선진당의 경우는 우선 대전시장과 충남북지사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 3곳 중 2곳 이상을 확보하고 충청 지역에서 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선진당은 전국정당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수도권과 영·호남에서 기초자치단체장 등의 당선도 노리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우선 ‘노동 1번지’인 울산시장 당선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진보신당은 야권 선거연대를 통한 수도권 단체장 당선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밖에, 지난 1월 창당한 국민참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5∼20%의 당 지지율을 목표로 뛰고 있다. 특히 이재정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당내 간판급 인사 등을 광역단체장 후보로 내보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영호남·충청권 등에서 당선자를 낸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평화민주당도 일단 적극적으로 후보를 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으나, 내심 호남권에서 광역단체장 1석 정도면 성공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