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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이거 공시 맞아?”

엄격해진 회계감사 기준 따라 ‘의견거절’ 받는 상장사 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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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3호 김진성⁄ 2010.03.29 13:47:01

코스닥 순위에서 상위에 올라 있는 업체가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평가를 받고 상장을 폐지당할 위기에 처하는 등 금융 당국의 강화된 회계감사 기준에 따라 파란이 속출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의견거절은 감사 수행에 제약을 받아 의견 표명이 불가능하거나 기업의 계속·존속 여부가 객관적으로 매우 불투명한 경우 감사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것으로,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지난달 25일 전자공시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A사의 경우 매출액은 기존의 1453억 원에서 979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313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크게 정정됐으며, 247억 원으로 발표됐던 당기 순이익이 224억 원의 순손실로 정정되기도 했다. 이런 실정은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최소 다섯 개 업체가 외부감사 이후 정정공시를 발표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의견거절’ 평가를 받으면서 상장폐지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마감일 지나도록 감사보고서 제출 않은 업체 30개 이 업체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공식 입장에서 “2009 사업년도 회계감사를 받으며 약 450억 원의 차이가 발생했다”면서 “주요 차이는 개발비 150억 원, 감가상각비 100억 원, 자산분류 차이 등 250억 원인데, 이는 해석·구분 상의 차이일 뿐”이라며 회계법인이 ‘의견거절’ 판결을 낸 데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체 측은 덧붙여 “정정공시를 통해 회계법인에서 제기한 내부 회계제도의 문제 등을 모두 반영했다”며, “상장폐지는 임직원과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충격이자 손실인 만큼 상장폐지를 막는 데 주력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기업에 맞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지난달 23일을 사흘 넘긴 26일 현재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은 코스피 시장 8개 업체, 코스닥 상장사 22개 사였다. 이에 마감일을 지나면서부터 해당 기업들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장이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며 주가도 하한가를 쳤다. 또한 이날 오전까지 코스닥 20개 사, 코스피 7개 사 등 총 27개 사가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으며, 이 중 코스피 시장 3개 업체는 자본금이 전액 잠식돼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되기도 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3월 31일까지 완전 자본잠식 상태만 아니면 상장은 계속 유지되곤 했다. 이에 일부 업체는 제출 마감일에 벼락 증자로 자본잠식을 모면하면서 상장사로서 명맥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에 한 회계법인이 분식회계로 상장 폐지를 막은 것이 문제가 돼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회계법인들의 감사가 더욱 엄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상상 이상으로 많은 기업들이 엉터리로 공시를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사인 B사는 당초 당기 순손실액이 278억 원이라고 발표했으나, 감사 결과 383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부채 총계는 88억 원에서 139억 원으로, 자본잠식률은 37.2%에서 143.6%로 늘어나 완전 자본잠식 상태임이 드러났다. 한 증권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이 한두 업체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와 상품 가격 급락 등으로 매출 채권이나 재고자산 평가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상 ‘부적정’ ‘의견거절’ ‘범위제한한정’에 해당하는 업체는 ‘즉시상장폐지’ 조치를 당하게 된다. 해당 기업들은 7일 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회계법인들 “불똥 튈라”…엄중한 잣대에 상장사들 곤혹 그러나 7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감사 의견을 변경할 만한 사유를 발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감사 의견 변경 사례는 아주 드문 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의견거절을 받은 업체들의 대부분은 이미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섰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지난해 분식회계로 업계 10위권의 회계법인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것을 본 회계법인들은 여느 해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감사에 임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 회계법인들의 상당수가 과거와는 달리 매출채권(외상)이나 대여금을 ‘받을 수 없는 돈’, 즉 ‘대손충당금’으로 판단하고 자산에서 제외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회계법인들은 해외 투자 지분이나 비상장 회사의 지분 가치를 엄격히 평가하는 한편, 자회사나 계열사에 빌려준 대여금도 ‘못 받을 돈’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증가했다. 회계법인들이 이번 감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또 한 가지 요소는 보유 주식에 대한 평가다. 비상장 기업의 가치 평가에 따라 상장사의 자산 규모가 바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회사의 평가를 기준으로 주식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회사의 평가보다 낮춰 평가하는 일이 다반사다. 아울러 매출액에 대한 개념도 기존의 ‘총액’에서 ‘순익’으로 바뀌면서 감사 내용이 변동되는 경우도 잦아져, 한 코스닥 상장사는 올해부터 30억 미만 관리종목으로 편입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IFRS(국제회계기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면서 회계법인들이 금감원 감리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더욱 엄중하게 감사를 실시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2010년 감리 업무 운영 방향’에서 “2010년 중 240개 상장회사, 8개 회계법인을 선정해 각각 재무제표(감사보고서) 감리와 품질관리 감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위와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회계법인들의 감사가 더욱 예리해지면서, 상당수 상장사들이 엉터리로 공시를 했던 사실이 드러나 일부 상장사들은 상장폐지의 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감사의 엄중함이 우리나라 경제에 투명함을 더해줄지, 단순한 충격요법에 그치고 말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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