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 자체를 뒤흔들 대형 이슈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은 3월 들어 잇따라 터진 ‘5가지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지난 3월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프로젝트인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대한불교 조계종도 3월 25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정부 여당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어 3월 17일에는 이날 발매된 월간 <신동아> 4월호 기사가 “(MBC 인사는) 큰집으로 (김재철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의 발언을 보도하는 바람에 논란이 커졌고, 김 이사장이 전격 사퇴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이어 야당은 “방송 장악의 마각이 드러났다”고 펄쩍 뛰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3월 18일에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사법제도 개혁안과 관련해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이 “최근의 사법제도 개선 논의는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진행 방식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며 정면으로 치받았다. 이에 한나라당은 “정치적 배경이 일절 없다”고 해명했지만, 유례없는 사법부의 반발 움직임에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3월 21일에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현 정권에 비판적인 스님을 강남 부자 절에 그냥 놔두면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정치외압설’을 주장해 파문을 불러왔다. 아울러 22일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와 검찰이 무대를 법정에서 총리 공관으로 옮겨 ‘5만 달러의 진실’을 둘러싸고 현장검증을 벌이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무죄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여권 핵심인사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다. 물론 이 다섯 가지 악재들의 발생 장소는 정치권 밖이라고 하지만, 내용상 권력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데다가, 야당 지지자들을 자극할 만한 이슈들이라는 점에서 자칫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조짐도 없지 않다. 특히 관련 당사자들이 종교계·사법부·방송 등 여론 전파력이 높은 집단이라는 점도 여권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런 악재들이 계속 불거져 나올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김우룡 사태, 명진 스님 사건 등은 각각 게이트로 발전할 수 있거나 종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사건”이라며 “다방면에서 공격할 거리가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이런 쟁점들을 4월 임시국회는 물론, 6월 지방선거까지 끌고 간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천주교·불교 4대강 반대성명 줄 이어 선거 지나도록 계속 문제 제기될 텐데…
천주교·조계종, 4대강 반대성명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이하 주교회의)는 3월 12일 오전 서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착기를 동원해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 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반대성명을 냈다. 주교회의는 지난 8일 4대강 사업 설명회를 시작으로 11일까지 춘계 정기총회 등을 통해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주교들의 찬반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주교회의는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지워질 때 이 시대의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라며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온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교회의는 “정부 당국자와 국민 모두가 우리 자신과 미래의 세대에게 책임 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한다”며 4대강 사업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이와 관련, 주교회의 강우일 의장은 이날 발표가 한국 천주교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확인하면서 “교황청과는 상관없지만 (한국 천주교에는) 교황의 환경에 대한 가르침을 한국이라는 지역사회에 적용하는 임무가 맡겨져 있다”고 주장하면서 9월께 환경과 개발에 대한 백서 두 권을 각각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주교회의에 이어, 대한불교 조계종도 3월 25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정부 여당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조계종의 환경 총괄기구인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주경 스님)는 이날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제4기 환경위원회 제6차 회의를 개최한 뒤 “환경 파괴, 생물종 사멸, 문화유산 상실 등의 국가적 대재앙을 우려하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중단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채택해 발표했다. 그리고 위원회는 “생명의 근원인 강을 국민적 합의와 적법한 절차,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진행하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공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위원회는 ▲4대강 사업의 즉각 중단 ▲지류의 수질을 먼저 개선한 뒤 본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것 ▲4대강 사업을 임기 내 완공하려는 욕망을 버리고 국민과 자연·생명 모두를 살리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것 등 3가지 대정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오는 4월 17일 조계사에서 열리는 환경대법회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에 동참해 4대강 저지 활동을 진행하며, 4대강 사업의 절차 및 문제점을 정리한 안내 책자와 환경 포스터를 제작·배포하는 한편, 전국 사찰에서 4대강 반대 서명운동도 진행하기로 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큰집에서 쪼인트로 MBC 좌파 간부 제거해…” 한나라당 “선거 앞두고 왜 이런 발언이” 한탄
김우룡 이사장의 ‘MBC 사장 쪼인트’ 발언 3월 17일 발매된 <신동아> 4월호는 방송문회진흥회 김우룡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MBC 김재철 사장이 취임 직후 단행한 MBC 지방계열사와 자회사의 인사와 관련해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MBC 인사다). 김재철(사장)은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 (하니까), 그러니까 청소부 역할을 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해 정치권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MBC 김재철 사장은 3월 18일 MBC의 인사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해당 기사를 쓴 신동아 한 모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관계 회사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권력기관의 어느 누구와도 협의한 적이 없으며 ‘큰집’(권력기관) 사람을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면서 “특정 인사의 말만 듣고 본인에 대한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 사실을 보도한 기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관계 회사 사장단 인사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협의 사안으로, 방문진의 김우룡 이사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인사 자체는 MBC 사장의 권한이다. ‘청소부 역할’이라는 말은 들은 적도 없고, 들을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 사장은 “김 이사장이 나와 MBC의 구성원을 매도한 처사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공영방송 MBC의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 권력기관이든 방문진이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김 이사장은 3월 19일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에 야당은 3월 24일 김 이사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권력기관 MBC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하여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소속 등 총 97명이 서명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 요구서에서 ‘공영방송 MBC 장악을 위한 정치공작 등 의혹 규명을 위한 국조 요구서’에서 “한 언론매체가 ‘김재철 MBC 사장이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를 맞고 깨진 뒤 (사내) 좌파를 정리했다’는 요지의 김 전 이사장 인터뷰를 보도했다”면서 “김 전 이사장의 언급에서 정권 핵심과 관련된 공작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모든 사실을 규명해 언론이 특정 정권의 사유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면서, 조사 대상으로 ▲김 전 이사장이 밝힌 ‘큰집’의 정체 ▲권력기관의 MBC 인사 개입 범위와 방법 ▲엄기영 전 MBC 사장의 사퇴와 김재철 현 사장의 선임 배경 등에 대한 18명 규모의 특위를 통한 국정조사 진행을 요구했다. 한편, 한나라당 6·2 지방선거 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은 3월 23일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부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선거를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정부가 선거에 나쁜 영향을 주는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의원은 김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분한 얘기”라며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서, 구시대적 사고를 가진 분이고 야당 편이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 사법개혁안에 대법원 강력 반발 거중 조정되려나, 선거까지 계속 끌려나
여당-사법부, 사법개혁안 놓고 충돌 한나라당이 지난 3월 17일 대법관 대폭 증원 및 경력법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법부 개혁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과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에 한나라당이 대법원의 태도를 정면비판하면서 여·야·대법원 등 3자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 감정 싸움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의 반발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한나라당의 검찰·변호사 개혁안에 대해서도 관련 기관 및 단체에서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논란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은 물론, 사법개혁 문제가 6.2 지방선거의 핫 이슈로 부상할 경우 선거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3월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법원의 반발과 관련해 “사법부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적 행위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면서 “국회 논의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사법개혁은 법원의 몫’이라고 반대하는 것은 사전에 대법원의 승인을 받으라는 것인지, 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하면서, 사법부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했다. 이는 그 전날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이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주장한 법원제도 개선안은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처사”라고 정면비판한 데 대한 한나라당 지도부의 공개적인 반격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여야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법개혁 이슈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돼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아닌 밤중에 봉은사 외압설 불거져 신도회 등의 반응에 앞으로의 향방 달려
안상수 원내대표와 ‘봉은사 정치외압설’ 논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주지 명진 스님이 지난 3월 21일 경내 법왕루에서 가진 일요법회 법문에서 “조계종 총무원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한 데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며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해 11월 5일 취임한 후 11월 13일 오전 7시30분 프라자호텔 식당에서 만난 안 원내대표로부터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주지를 강남의 부자 절에 그냥 두면 되겠느냐’는 얘기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해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어 명진 스님은 “당시 자리에는 안 원내대표와 함께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도 있었다”면서 “당시 배석한 김영국 거사가 11월 20일 나를 찾아와 이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하고, 직영사찰 전환이 철회되지 않으면 조계종 승려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강력 대응을 계속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명진 스님은 자신이 지난해 8월 30일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1억 원을 전달한 사실에 대해서도 안 원내대표가 지적한 것으로 들었다며 “자승 스님은 당시 ‘신도들이 개인적으로 모아준 돈을 용산 현장에 전달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명진 스님은 봉은사를 직영하려면 봉은사 사부대중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총무원은 안 원내대표와 소통한 것이라며 “이것은 소통이 아니라 밀통·야합”이라고 비판하면서 “안 원내대표가 자승 총무원장과 이런 야합이나 밀통을 했다면 원내대표직을 내놓고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 아무 데나 좌파 딱지를 붙이는 안 원내대표는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명진 스님은 “만약 내 말이 근거 없는 허황된 얘기라고 판명되면 내 발로 봉은사에서 나가고 승적부에서 내 손으로 이름을 지울 것”이라며 “정당한 명분 없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것을 40년 중 노릇을 걸고 막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 안 원내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성한 종교단체인 조계종 측에 외압을 가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실제 어떠한 외압도 가한 일이 없다”며 “명진 스님을 잘 알지도 못한다”고 외압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봉은사 외압설’을 명진 스님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국 거사는 3월 23일 오후 장충동 참여불교재가연대 만해 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진 스님의 발언은 모두 사실”이라며 “지난해 11월 13일의 만남은 내가 주선해서 이뤄졌으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 거사는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인 스님인 명진 스님을 향해 ‘운동권’ ‘좌파’라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상당히 당혹스러웠다”며 “단지 농담으로 그런 얘기를 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만큼, 안상수 원내대표는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인한다고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거사는 “명진 스님으로부터 얘기를 듣기로는 안 원내대표는 명진 스님이 과천 연주암 선원장으로 있을 때 행사 등에서 만나 함께 식사도 한 사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더구나 명진 스님이 오는 3월 28일 일요법회에서 ‘정치외압설’을 다시 한 번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불교계 전체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불교 시민단체·승가단체 10곳은 3월 25일 오후 연석회의를 연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안상수 원내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거취를 거론한 자체는 불교종단의 자주성을 훼손한 망언”이라고 규탄하면서 안 원내대표의 모든 공직 사퇴와 한나라당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향해서는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자승 스님은 이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안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그런 사안은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종교 지도자가 어떻게 다 그 내용을 밝히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은사 신도회는 직영사찰 전환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조계종 중앙종회와 원로회의는 직영사찰 전환은 합법적이라는 주장을 내놓는 등 연일 어수선했다. 봉은사 신도회는 25일 오후 경내 법왕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 추진된 봉은사 직영은 철회돼야 한다”며 “직영사찰을 강행할 경우 봉은사 25만 신도들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도회는 “불교계의 분열과 내분을 조장하는 현 사태의 진상이 명백해진 만큼,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사자들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봉은사 신도회 송진 회장은 “강력한 대응 방법은 차후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라며 “신도회 일부 의견 중에 시주 거부도 있었으나, 우리가 공식적으로 정한 바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정치권의 국회 격인 조계종 중앙종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중앙종회가 총무원의 종무 집행에 대하여 합법적 절차를 통해 승인 의결한 것”이라며 “중앙종회 의원들 스스로 판단해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의된 사안조차도 세간의 권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중앙종회의 권위와 중앙종회 의원들의 자주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조계종 원로 스님들의 모임인 원로회의는 지난 24일 봉은사 직영 지정 문제를 “종헌 종법대로 여법하게 처리하라”고 당부하면서 “종단 내부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오전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은 트위터를 통해 ‘봉은사 외압설’을 제기한 김영국 씨의 부인이 “김영국 씨의 회견 직후 직장인 대구 선본사로부터 사표 제출을 요구받고 종무실장직에서 해임됐다”는 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본사 주지 향적 스님은 “언론의 연락이 많아 휴가를 간 것일 뿐”이라며 “해임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총리 공관으로 옮겨간 5만 달러 돈 봉투 진실공방 한명숙·검찰, 각각 “우리가 유리” 주장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 여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와 검찰은 3월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소재한 총리 공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현장검증을 실시함으로써 ‘5만 달러의 진실’을 가릴 무대를 법정에서 총리 공관으로 옮겨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건물 내부에서 마주친 검찰과 변호인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서로 인사를 나눴지만, 법정에서 증언한 뒤 검찰에서 추가 조사를 받은 당시 경호원 윤 모 씨의 조서를 공개할 것이냐고 변호인이 질문을 던지면서 신경전이 시작됐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오찬을 마치고 참석자가 나가는 사이에 5만 달러 전달이 이뤄졌느냐는 점인데, 이 부분을 재연할 때에는 검찰이 마련한 미화 5만 달러가 동원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에게 각각 재연 기회를 줬는데, 양측의 시각 차이를 반영하듯 소요 시간이 각기 다르게 나왔다. 검찰이 실시했을 때는 첫 참석자가 오찬장을 나설 때부터 한 전 총리 역을 맡은 이가 현관에 도착할 때까지 약 34초였고, 변호인이 재연 했을 때는 약 45초가 나왔다. 한 전 총리는 이 장면에서 “나는 저 서랍을 쓴 적도 없다”고 주장했으며, 이 때문에 문이 열린 상태에서 서랍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했는데, 검찰이 재연할 때는 ‘드르륵’ 소리가 났고, 변호인이 할 때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검찰과 변호인은 당시 상황이나 재연 결과에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등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였고, 현장검증은 예상을 넘어 약 3시간 만에 종료됐다. 검찰 관계자는 “현장검증에서 곽 씨의 진술대로 재연해보니 그 동안의 진술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오찬장 바깥에 많은 사람이 오가거나 안을 들여다보는 등 돈을 주고받기가 어려운 정황은 없었다”고 말해 유죄를 자신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 백승헌 변호사는 “(두 개의) 통유리로 돼 있어 안에서 식사하고 불을 켜놓고 있으면 밖에 있는 사람이 명확히 볼 수 있는 장소였으며, 외부 경호원이나 직원이 볼 수 있다는 것을 내부에서도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거기서 돈을 줬다는)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부속실이 복도 끝에서 오찬장 입구를 마주하고 있고 유리창이 달려 있어 문이 열리면 오찬장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한 정황으로 꼽았다. 또한 한 전 총리가 서랍에 돈을 넣고 나갔다면 오찬장을 먼저 나간 사람과 마지막에 나간 사람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생겨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과 배치된다면서 서랍에 돈을 넣었더라도 이를 다시 회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등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라고 변호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편, 현장검증을 주관한 재판부도 그간 명확하지 않았던 오찬장 좌석 배치를 확인하는 등 나름대로 수확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한 전 총리가 가장 안쪽에 앉고, 주빈(主賓)인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그 좌측에,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의 맞은편에 앉았던 것으로 정리됐으며, 정 전 장관의 맞은편에는 강동석 전 교통건설부 장관이 앉았다. 아울러, 도면에는 있지만 사진이나 영상이 없어 구체적인 형태를 알기 어려웠던 드레스룸의 크기와 구조 등도 확실히 파악했으며, 재판 당사자들이 공관의 각 지점에서 시야나 거리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이다. 다만, 참석자들의 퇴장 장면 재연은 실시 주체에 따라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고, 이동 속도나 위치 등이 정확한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이 부분에는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재판부는 검증 결과와 함께, 2006년 7월 한 방송사에서 한 전 총리를 인터뷰하면서 촬영한 원본 영상을 입수할 수 있는지 확인해 분석하기로 했다. 한편,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유력 후보인 한 전 총리의 재판과 관련해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을 경우 서울시장 경선후보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필승 구도에 대해 당 차원에서 심각한 고민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그 파장은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밝혀 한나라당 내의 고민을 대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