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아이폰 열풍의 무풍지대인 10대 소비자를 품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지난 3월 30일 KT는 EBS와 ‘EBS 모바일 교육 서비스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5월 중순부터는 대입 수능 강의 인터넷 서비스인 EBSi의 모든 동영상 강의를 아이폰을 통해 시청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KT와 EBS는 또한 상반기 중에 아이폰 이외의 다른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안드로이드폰 같은 다른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수능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스마트폰을 소유한 ‘EBSi 회원’은 시간과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수능 동영상 강의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EBS가 제공하는 각종 입시 관련 뉴스, 질의 응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수험생들이 학습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한결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올해 실시하는 2011학년도 대학수능시험에서 EBS 교재 내용과 연계된 문제를 70% 이상 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아이폰을 이용한 강의 수강은 수험생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도 “아이폰을 통해 사교육비 절감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아이폰으로 수능 강의를 시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아이폰 가입자는 50만 명이 넘지만, KT는 청소년 가입자의 비중이 10% 이하라고 추산했다. 아이폰의 주요 고객층은 20~30대가 7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열기가 청소년층을 비껴가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신촌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청소년이 아이폰을 구입하는 데 얼마가 드는지 알아본 결과, 3월 30일 현재 기계값이 16기가 모델 81만4000원, 32기가 모델 94만6000원이었다. 예를 들어, 16기가 아이폰을 구입할 때 가장 싼 i-슬림 요금제에 가입해 보조금 지급을 받게 될 경우 요금제와 단말기 대금을 합쳐 월 5만1500원을 내야 한다. 세금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게다가 슬림 요금제는 무료통화 150분, 무료문자 200건, 무료 데이터 제공이 100MB로, 청소년의 휴대전화 이용 패턴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다. 청소년들은 대부분 문자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2만 원대의 10대 전용 정액요금제를 사용한다. 장시간 시청이 필요한 수능 강의를 비싼 아이폰으로 시청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한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의문점이다. 한 핸드폰 대리점 관계자는 “핸드폰의 청소년 요금제는 일정 한계를 넘으면 핸드폰을 쓸 수 없지만 아이폰은 그렇지 않다”며 “부모가 일일이 자녀를 따라다니며 아이폰 이용을 검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선뜻 수능 강의를 아이폰으로 들으라고 허용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KT 관계자는 “비싼 과외비와 비교한다면 부담할 만한 수준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KT는 앞으로 EBS 수능 강의와 연계한 ‘EBSi 회원 아이폰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값싸게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근거리 무선 인터넷 통신) 환경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수험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학교나 학원에는 대부분 아직 와이파이 환경이 충분치 않다. 이런 상태에서 와이파이 지역을 벗어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강의를 내려 받았다가는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이런 지적에 KT 관계자는 “이제 EBS와 협약을 막 체결한 단계로, 세부적인 검토까지 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EBSi 학생회원을 위한 요금제를 마련할 때 그런 점을 꼭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임은경 한국YMCA 전국연맹 소비자팀장은 “청소년에게 스마트폰 광고를 할 때 와이파이 이외 지역에서 사용하면 비싼 요금을 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며 “아이폰이 없으면 EBS 수능 강의를 시청할 수 없는 것처럼 오도하는 광고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