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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흔들’…한국에 어떤 영향 미칠까

금융위기 와중에 재정위기설 대두…세계에 미칠 영향 무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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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4호 김진성⁄ 2010.04.05 15:56:52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적 강국으로 군림해왔지만, 이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가 10%를 훌쩍 넘어 유럽연합(EU)으로부터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요구받는 형편이 됐다. 과거 우리나라가 IMF 위기에 봉착했을 때 ‘영국도 IMF를 겪었다’며 위로 삼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게 영국은 ‘IMF는 영국 같은 선진국도 겪는다’는 위로를 줌과 동시에 ‘이 위기만 잘 넘기면 우리도 영국 같은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조금 넘은 2010년. 영국은 전 세계 경제계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과연 영국의 해가 저물게 될지, 그렇다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지,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영국發 재정위기설…전 세계가 촉각 영국의 재정위기는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어느 나라나 당시에는 마찬가지였지만, 영국은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경기부양책 시행,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여느 국가보다 더욱 크게 나타났다. 지난 3월 말 국내 한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12.9%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EU의 가이드라인인 3%는 물론, 회원국 평균인 7.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2008년의 5%보다 3배 가까이 급상승한 수치다. 재정적자의 급격한 확대는 곧바로 정부 부채로 이어졌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년 사이에 영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52%에서 80.6%로 30% 이상 올랐다. 특히 연초에는 일반적으로 법인세 수입이 증가해 세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1993년 이래 처음으로 43억 파운드(한화 약 7387억 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국 정부도 이러한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세입을 늘리는 동시에 세출은 최대한으로 줄여 재정적자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영국은 2014~2015년 회계연도까지 재정적자를 4.4%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고위 공무원을 비롯한 군인·판사·의사 등의 임금을 동결해 2014년까지 30억 파운드 이상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영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 EU는 영국이 ‘4.4%대로 재정적자 폭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비율을 3%대로 낮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더 큰 고민은 ‘국가 신용등급 하락’에 있다. 현재 영국은 신용평가기관들 사이에서 트리플 A 등급을 받으면서 최고 신용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미국과 함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계속해서 감지되고 있다. 대외 의존도와 가계 부채의 비중이 높다는 점, 그리고 채무이자 비용이 상승한다는 점 등이 영국의 신용등급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 경제가 이렇게 휘청대는 모습을 보이자, 영국발 재정위기 가능성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계에는 ‘영국 경제에 따라 더블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에 정치적 불안정까지…영국 경제는 총체적 불안정 영국은 2009년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 성장을 기록하면서 6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고무된 영국 정부는 2010~2011년 회계연도의 성장률이 2%가량 될 것으로 가정하고 긴축재정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2010년에 들어서면서 영국 경제는 대외 경쟁력 약화와 민간 소비 침체라는 파도를 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월 무역수지 적자가 38억 파운드로 확대됐다는 것과 구직을 포기하는 비경제활동 인구의 증가, 민간 소비의 침체 등에서 드러난다.

영국의 경제적 불안은 주택 경기에서도 드러난다. 2009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보이던 주택시장 경기는 신규 물량의 공급 증가로 인해 올해 1~2월 들어 상승세가 둔화됐다. 또한 모기지 대출 승인 건수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1만2910건 줄어들고, 주택거래 건수도 3만3000건가량 줄어들어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의 부실도 영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영국의 금융기관들은 ‘국내 부실자산 증가’와 ‘해외투자 손실’이라는 이중고를 고스란히 감싸 안고 있으며, 특히 모기지 대출이 많은 은행들은 부실채권이 증가할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아울러 IMF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2010년 간 영국 은행권의 총자산 8조 달러 중 6040억 달러가 부실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어 이에 대한 조치도 요구된다. 정치적인 문제도 영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집권당인 노동당이 표심을 의식해 적극적인 긴축재정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며, 늦어도 2010년 6월 3일 이전에 실시되는 총선 전까지는 구체적인 긴축재정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노동당의 경우 경기회복세 저하를 우려해 2010년에는 재정긴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 지출을 늘리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야당인 보수당은 정년 연장, 연금제도 개혁 등을 통해 4년 안으로 재정적자를 지금의 절반 이상으로 줄이자는 의견을 내놓는 등 노동당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총선 결과 의회에 절대 다수당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경우 재정 건전화 정책이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초 금융 정책의 실패로 집권당인 노동당의 완패가 예상됐으나, 지난 2월 말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이 보수당을 2% 차이로까지 맹추격해 다수당 탄생이 어려워지면서, 재정긴축 관련 법안의 통과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 확대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야 하는 것도 영국 경제의 골칫거리다. 현지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올해 1479억 파운드, 2011년 2250억 파운드 등 향후 5년 간 6300억 파운드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영국 정부의 이자 지급액은 2013년까지 400억 파운드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미 은행 부실, 경기침체 등 금융위기 충격이 지속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 매입에 흥미를 잃게 하는 것은 물론, 자국 내에서도 국채 매입에 한계를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현지에서는 국채 매입기관 중 은행의 비중이 2008년 말 이후 1년 사이에 9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은행 부실의 위험 때문에 다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영국은 저성장 기조 유지…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영국은 지금 국내 경제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자국 내부의 문제는 물론 인접 국가들의 경제 상황도 돌아봐야 하는 현 시점에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자칫 국가 신용등급마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인접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이다. 만약 EU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해당 국가의 재정 문제가 국제 금융시장으로 번질 경우 영국도 이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이는 신용등급 유지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4월 중순에 있을 예정인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도 영국의 경제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총선을 눈앞에 두고 발표되는 경제성장률은 선거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앞으로 영국이 어떤 경제 정책을 어느 정도의 강도로 진행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 경제의 상황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저마다 예상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일단은 ‘제한적인 영향’ 정도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에 대한 해외 은행들의 투자금액은 3009억 달러이며, 이 중 24.6%에 달하는 742억 달러가 영국계 투자 자금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영국 부동산에 투자한 비중은 전체 해외 부동산의 70%에 달하는 등 한국의 영국에 대한 투자는 2009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경제위기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영국계 자금의 급격한 회수 가능성이 낮고, 한국 금융시장이 영국발 경제 위기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내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발 재정 문제의 해소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해외 투자자금 유출 등의 문제는 도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또한 영국을 상대로 한 수출 규모가 앞으로 2년 간 6억 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영국의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면 자동차·가전기기 등 주력 수출품목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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