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경기불황의 여파는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아파트 및 상가 계약을 성사시키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이런 환경 속에서, 평생 외식업 연구에 몰두하다 처음 도전한 분양대행업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이 있다. 외식연구소 (주)효안의 이장호 대표(49세)는 1981년 신라호텔에 입사해 이탈리아 레스토랑 관리 부문에서 일하며 외식업 경험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강남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일식 퓨전 전문점의 관리자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 시점인 2000년에는 강남을 중심으로 전통 일식 및 퓨전 일식업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공중파 요리 프로그램에서 취재를 요청해와 MC와 게스트의 신분으로 이경규 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요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은 방송이 끝난 뒤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의기투합해 고급 한식 전문점을 창업하기에 이른다. “당시 대박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이 대표는 회상했다. 고급 한식 전문점 사업을 계기로 이 대표의 외식업에 대한 열정은 더욱 불타올라, 이후 서울의 중심이자 트렌드의 집합소인 명동에 992㎡(300평) 규모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사업을 구상해, 라이브 음악과 양식을 결합한 테마형 퓨전 레스토랑을 선보였다.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트렌드, 소스 개발에서 더 나아가 일본·중국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인테리어·맛을 벤치마킹해 고객에게 제공했다. 이러한 경험은 외식 사업의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명동 레스토랑 사업은 날이 갈수록 성장했고, 이 대표의 인맥도 거기에 비례하여 넓어졌다. 긍정의 힘으로 위기를 기회로, 그리고 한번 더… 그러나 명동 레스토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인수하기로 한 지인이 갑자기 마음을 돌렸다. 이 바람에 인수를 정말로 원했던 다른 사람에게도 넘기지 못하는 사태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약 만료 시기까지 다가와 발만 동동 구르며 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큰 규모의 점포를 운영하다보니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아, 이 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가장 두려워졌다. 그러나 “덕분에 이제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사람을 만날 때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됐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사실 이 대표는 레스토랑 오픈에 앞서 창업에 필요한 시장조사, 입지에 어울리는 아이템 선정, 원가절감 방법 등을 선정해주는 매니지먼트 일을 하면서, 창업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부동산 공부를 하게 됐다.
항상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던 그에게 어느 날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시행사 대표로 재직 중인 지인의 상가에 층별로 입점할 외식 관련 업종 구성(MD)을 추진하던 중에 아예 분양대행까지 하게 된 것이다. 지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시작한 일은 기존의 분양대행을 맡아 진행하던 업체의 아성을 뛰어넘으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에, 운영 중인 외식 사업을 중단하고 본격적으로 분양대행업에 뛰어들게 된다. 보통 상가의 지하~지상 2층은 대부분 외식업이 입점하는데, 일반적인 분양 업체 직원들은 상가 홍보에만 급급할 뿐 분양 고객에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고객이 문의를 해오면 “나라면 이 층에는 이런 업종을 하겠다” “현재 주변에 이러이러한 고객들이 있는데 아직 충족시켜줄 만한 업종이 없다” 등 실제 고객들이 궁금해하고 염려하는 부분을 마치 자신이 입주하듯 추천·상담해주면서 신뢰를 얻고 발전할 수 있었다. 한 예로, 이 대표는 현재 분양 중인 남산센트럴자이(02-2275-0010)에 대해 설명했다. “남산센트럴자이는 탁월한 남산의 조망, 교통망 확충과 함께 앞으로 청계천까지 이어지는 녹지축과 초고층 빌딩이 계획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지정 등의 호재를 안고 있다”며 “지하철 2·5호선 을지로4가역과 3·4호선 충무로역이 가깝게 있어 역세권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1호로 선정된 충무로 일대에 남아 있는 개발 호재를 남산센트럴자이 상가 분양과 같은 성공의 끈으로 연결해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현장 직원과는 상하 아니라 상호신뢰 관계 이 대표는 “욕심을 버리니 좋은 직원이 찾아온다”며 “직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투명한 경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말했다. “상호간의 의견 조율이 회사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모두 공개하고 서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좋은 의견이 나올 뿐더러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애착도 높아진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열린 마음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일을 진행할 때는 맺고 끓는 게 확실하다. 그래서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무모할 정도로 힘을 쏟아 붓지만,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히 포기한다. 이러한 판단력을 믿고 따라준 직원들이 있기에 그는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의 롤 모델이 한 명쯤은 있다. 어려운 시기에 높은 분양계약률을 이루어낸 이 대표는 (주)휴먼넥스의 장동천 대표가 자신의 롤 모델이라고 했다. 처음 분양업계에 발을 딛게 해주고 걸음마 단계였던 그를 성장시킨 원동력이 바로 장 대표였기 때문이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틈틈이 안양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안양시 지적장애인협회 후원회 회장까지 역임했다. 이 대표는 봉사활동을 통해 국립의료원 성형외과 과장으로 재직 중인 홍인표 박사를 만나게 된 것도 행운이라 생각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나 자신보다 남을 위하는 홍 박사의 열정은 자신을 항상 겸손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 대표 역시 “봉사활동을 통해 타인의 삶을 돌봐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며 지칠 줄 모르는 삶과 20대 못지 않은 열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