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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 소리만 요란, 이번엔 도움될까

‘5년 간 10조 원 푼다’…새 대책에 제2금융권 “우리만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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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5호 김진성⁄ 2010.04.12 14:26:38

향후 5년 간 200만 명에게 최대 10조 원의 서민대출 확대가 기대되는 서민금융정책이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됐다. 한나라당과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농림식품수산부·금융위원회 및 중소기업청은 지난 7일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 한나라당 측 참가자 6명과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정부 측 관계자 5명 등 총 11명이 모인 가운데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에 대한 당정협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이달 초 개최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금융분야 대책에 대해 당·정 간에 긴밀한 협의를 이루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마련된 자리로, 당정은 이 자리에서 보증 재원으로 향후 5년 간 최대 10조 원을 공급하는 한편, 대부업의 최고이자율을 지금보다 10%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민들의 금융경색 해소가 최대 과제 이번 당정협의를 통해 제시된 정책은 서민금융 공급이 축소돼 서민들이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금융회사인 저축은행·신협 등이 2003년 가계신용위기를 겪은 이후 서민 대출을 축소시키고 부동산이나 기업 관련 여신을 주로 취급하면서 서민들을 향한 금융권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인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기관의 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대부업이 91%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저축은행(87%)·상호금융(36%) 등이 잇고 있으며, 은행은 21%에 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의 일환인 서민 특례보증도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해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마저도 보증기관이 대출 위험 전부를 부담하거나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금융회사가 대출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에 출범시킨 ‘미소금융’도 아직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4일까지 미소금융을 이용하려고 상담을 받은 사람은 1만9000여 명에 이르지만, 이 중 실제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58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상담자의 3%, 미소금융 대출 자격을 확보한 6086명의 9.5%에 달하는 수준으로, 정부 측의 기대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다. 미소금융의 실적이 이렇듯 부진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높은 대출 기준’을 지적하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미소금융에 대해 “점포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수요자 대부분의 경제 형편과 미소금융의 대출 자격 기준 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며 “대출 자금의 쓰임새가 다소 제한된 것도 미소금융이 활발하게 이용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미소금융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게만 대출을 해주는데, 특히 창업 자금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이에게만 대출해주는 기준은 지나치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게다가 사업자 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유지하고 있어야 운영 및 시설자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1년 이상으로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서민금융의 실정이 이렇다 보니, 서민들의 발길은 자연히 대부업체 등 사금융으로 옮겨가게 됐다. 이는 2007년 4조1000억 원 규모였던 대부업 시장규모가 2009년에는 5조9000억 원대로 급성장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부업 특유의 고금리 부담이 계속 서민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실정이다. 보증부 대출 공급은 확대하고 대부업 이자율은 낮추고 7일 열린 당정협의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민 계층에 대한 보증부 대출 공급 확대’ ‘신용회복 대상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대부업의 최고이자율 인하’ ‘미소금융 운영 개선’ ‘신용정보관리 시스템 개선’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특히 ‘보증부 대출 공급 확대’는 대부업체의 대출 규모가 총 10조 원 가량임을 감안해 대출공급의 목표를 5년 간 최대 10조 원으로 설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재원을 출연하여 보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이다. 금융위원회 측 관계자는 “저신용자 또는 저소득자, 영세 자영업자 등이 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계획대로 되면 서민대출의 부실률을 10%로 가정할 때 보증부 서민대출을 통해 지금보다 5배 이내의 보증 배수 적용이 가능하며, 보증 재원으로 5년 간 2조 원 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정협의에서 논의된 내용에 의하면, 보증 재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가 5년 간 1조 원씩 총 2조 원을 출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우선 민간에서는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이 ‘40:10’으로 분담 출연을 하게 되는데, 이는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간의 여신규모 차이와 상호금융 회사에 대한 비과세 예금 혜택 등이 감안된 내용이다. 또한 당정은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시행령을 개정해 서민금융회사의 출연을 의무화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는데, 이르면 올해 상반기를 넘기지 않고 본격적으로 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측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민신용보증의 공공성, 지역주민의 수혜, 부담능력을 감안해 분담비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부 대출 공급 확대’를 관리하는 보증기관의 경우 유사기관 간 기능 중복, 보증 경쟁에 의한 부작용 등을 감안해 현재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이하 지역신보)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신보는 지난해 4월 법개정을 통해 소기업·소상공인은 물론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개인에 대해서도 보증이 가능해져 해당 업무에 적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아울러 지역신보가 보증기관으로 낙점될 경우 금융위와 중기청이 지역신보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게 되며, 보증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지역신보 중앙회의 역량을 확충시킬 계획이다. 대출 취급 기관은 농협과 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및 저축은행 등이며, 보증비율은 대출금액의 80~85% 수준 정도이고, 나머지는 서민금융회사가 자기 책임 하에 대출을 해줄 예정이다. 대출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금리는 금리 상한을 설정하되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하는 경쟁 방식을 도입해 서민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이를 운용하도록 하며, 용도별 대출자금은 긴급 생계자금 500만 원 이내, 사업자금은 최대 5000만 원 이내 등이다. 아울러 기존 고금리 대출의 상환자금 대출도 가능하다. 금융위 측은 ‘보증부 대출’에 대한 통합 브랜드를 사용해 이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법령 개정 등의 과정을 거쳐 올해 하반기에 이를 활용한 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보증부 대출로 대출금리 부담이 지금의 30%대 중반에서 평균 20%대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당정은 신용회복 대상자에 대한 금융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이 채무 조정기간 중 금융거래가 안 돼 생활자금조차 조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회복기금(자산관리공사)이 여유자금을 활용해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을 신규로 개시하며, 신용회복위원회는 재원을 확충해 기존 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5년 간 5만 명에게 15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그동안 높은 금리로 주 고객인 서민들에게 불만을 샀던 대부업의 최고이자율을 낮추자는 논의도 이번 당정회의에서 진행됐다. 대부업체가 적용하는 최고 이자율은 49%이며, 이는 2007년 10월 당시 66%였던 최고이자율을 낮춘 이후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으나, 같은 기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5%에서 2%로, 시장금리는 6.7%에서 5.9%로 각각 인하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대부업체의 최고이자율도 낮춰야 한다는 것이 당정회의에서 내린 결론이다. 이에 당정회의는 최고이자율 인하로 대부업체가 음성화하고 서민대출이 위축되는 등의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일 안에 이자율을 5% 인하하고 1년 내에 추가로 5%를 인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기존의 서민금융인 미소금융의 운영에 대한 개선도 함께 언급됐다. 특히 상담을 위해 지점을 방문했으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지역신보·자산관리공사·신용회복위 등의 직원을 미소금융 창구에 배치하여 현장에서 대면상담 및 신청을 접수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한 상반기 중 미소금융 지점을 지방에 20개 이상 더 설립하여 지방에 거주하는 서민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쉽게 미소금융에 대해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서민층이 왕래하는 지자체·고용지원센터 등에 미소금융 홍보 전단을 중점적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공공기관 내에 미소금융 설치를 지원해 사무실 운영비용의 절감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저축은행의 개인신용평가 역량을 제고하는 한편, 대부업체 간에 대출 신청자의 정확한 신용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방침을 갖고 있다. 서민들 ‘숨통 트이나’…제2금융권 ‘죽을 맛’ 일단 당정협의대로 진행된다면 서민들은 상당 부분 숨통이 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 간 최대 200만 명에게 10조 원의 서민대출이 확대된다는 방안은 당장 생활비 조달마저 어려운 신용불량자들을 비롯한 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오래간만에 듣는 시원한 소식이다. 반면, 이번 발표로 골칫거리를 떠안은 곳은 보증부 대출의 출연을 요청받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이른바 ‘제2금융권’에 속한 업체들이다.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저축은행의 상당수가 건설경기 위축과 건전성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보증재원 출연까지 요구한다” “5년 간의 보증기간이 끝난 뒤 저축은행의 영업이 어려울 수 있다” “과거에도 소액신용대출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또다시 부실운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저마다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저축은행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별 저축은행과 정부가 논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지급준비 예치금 중 중앙은행에 적립하는 부분을 가지고 서민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개별 저축은행이 아닌 저축은행 전체 개념으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 곳은 바로 대부업체들이다. 당장 이자율을 10% 가까이 낮추면 수익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대부업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사들의 경우 정부의 방침대로 이자율을 낮춰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지만 나머지 소형사들은 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에는 양성화된 대형사와 음성화된 소형사로 시장이 양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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