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정국 속에서도 오는 6월부터 시작될 18대 후반기 국회에서는 4대강 사업과 개헌 논의, 2012년에 벌어질 19대 총선과 대통령 선거 등 첨예한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야의 원내 사령탑이 누가 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각 당의 원내대표 자리를 겨냥하고 중진 의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5월 3일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친이계인 4선의 정의화 의원과 3선의 이병석·고흥길·안경률 의원, 그리고 중립 성향의 4선 황우여, 3선 이주영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원내대표 경선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리고 한때 친박계 좌장 역할을 담당했던 4선의 김무성 의원도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5월 7일로 예정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는 4선의 이석현, 3선의 강봉균·김부겸·박병석, 재선의 박지원 의원이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김부겸·박지원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나 박 의원이 다소 앞서고 있다는 게 민주당 내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나라당> 친이 정의화·이병석·고흥길·안경률, 중립 황우여·이주영 도전 속 ‘김무성 카드’ 변수 뿐만 아니라, 나머지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들을 선두로 하여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치열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오는 5월 3일 치러질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계기로 18대 국회 후반기 여당 원내 사령탑 경선전이 본격 점화됐다. 친이계 핵심으로 통하는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도실용주의 정권 창출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국민과 당원에 무한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강한 한나라당, 강한 국회를 만드는 데 주류 정통 그룹이 책임의식을 갖고 국정을 뒷받침할 때가 됐다”고 밝히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이 의원은 “대통령 임기 3년차를 맞아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권력 운용이나 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분명하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주류에서 정치적 소임을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3선 중립의 이주영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이 핵심보다는 중립 위치에서 당을 아울러 나가는 원내 사령탑이 필요하다”면서 “제가 계파를 초월해 민주 의정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게 됐다”며 사실상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또한 그동안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는 친이계 4선의 정의화 최고위원의 경우는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의원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계 온건파로 분류되는 정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알면서 계파 간 갈등에 매몰되지 않고 화합을 이끌어낼 화합형 리더이자, 야당과 대화할 수 있는 합리적 원내 사령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4선의 중립 성향인 황우여 의원과 3선의 친이 고흥길 의원도 조만간 경선전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 의원은 “국회가 몇 십 년 간 과거의 악습을 되풀이하면서 전혀 진전이 없다”며 “국회를 개혁하고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황 의원은 “당의 통합과 여야의 새로운 위상 정립을 위해 일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다 한때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4선의 김무성 의원과 친이 최대 모임 ‘함께 내일로’ 대표인 3선의 안경률 의원도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친이계 일부 핵심 의원들은 “현재의 당내 역학구도상,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에 김무성 의원이 적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별적으로 찾아가 경선 출마 의사를 타진하는 등 ‘삼고초려’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물론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관련하여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김 의원을 따르는 친박계 의원들도 아직은 일부나마 남아 있어 당내 화합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이계 일각에서는, 한때 친박계의 좌장으로까지 불릴 만큼 아직도 친박의 색채가 강하고, 앞으로 친이계 주류와 ‘코드’를 함께하며 각종 국정 과제에 총대를 메줄지 여부가 불투명하며, 친이계와 친박계 입장이 상충될 때 과연 친이계 입장을 감안해줄지도 의문이라는 점 때문에 화끈하게 밀어주지 못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더구나 차기 원내대표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는 세종시와 개헌 문제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론 세종시 문제는 절충안으로 친이계의 수정안과 접점을 찾았다고 볼 수 있지만, 개헌에 대한 김 의원의 견해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친박계의 반발 여부가 최대 변수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김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았다. 아예 “대답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는 게 주변의 주장이다. 즉, 김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묻어난 묘한 분위기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박 전 대표는 김 의원이 지난해 입각설에 휩싸였을 때 “친박 대표로 가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고, 세종시 절충안을 제시했을 때에는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말해 정치적 결별설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만약 김 의원이 친이계 핵심 의원들에 의해 원내대표로 추대받거나 경선에 출마하게 되면 친박 의원들의 반발과 비난은 극에 달할 게 뻔하다. 오히려 이로 인해 당내 화합은커녕 분란만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김 의원을 미는 배후에 현 정부의 실세가 개입돼 있다는 소문까지 파다한 터라 후유증이 더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미 ‘친박계 좌장’이라는 계급장이 떨어진 김 의원에게 친이계가 세를 몰아줄수록 친박계의 원심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벌써부터 일부 친박 의원들은 “김무성의 원내대표 추대는 ‘친이계발(發) 박근혜 죽이기’이며, 친박계와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면서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계파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만큼, 김 의원도 자신이 원내대표로서 제대로 일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리를 강조해온 그의 정치철학을 감안할 때 결국은 출마의 꿈을 접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높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집권 3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와 개헌 문제 등 향후 최대 현안을 소신 있고 강단 있게 추진하기 위해선 이병석·안경률 의원 등 정통파 친이계가 원내대표직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가 여전히 팽배한 것으로 복수의 친이계 의원들은 전했다. 특히 안 의원이 출사표를 던질 경우 친이계 내부의 교통정리가 필요해지는 점이 관전 포인트로서, 50명이 넘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의 표심이 관건으로 등장한다. 친박계 의원들은 친이계 후보보다는 중립 성향의 황우여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특히 친이계 의원 가운데서는 이병석 의원보다는 정의화 의원이 친박표를 더 가져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 이석현·강봉균·김부겸·박병석·박지원 5파전 김부겸·박지원 양강구도 속 박지원 다소 우세 5월 7일로 예정된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4선의 이석현, 3선의 강봉균·김부겸·박병석, 재선의 박지원 의원 등 5파전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김부겸·박지원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나 박 의원이 다소 앞서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리고 나머지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들을 선두로 하여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지역이나 계파별 쏠림 현상이 분명하지 않아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과거 1, 2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원혜영·이강래 의원이 승리했을 정도로 단일화가 영향력을 발휘한 바 있어,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강봉균·김부겸 의원의 후보 단일화 협상이 타결되면 판세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두 의원의 지지기반이나 이념 성향이 비슷해 단일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 의원은 출신·계파와 상관없이 인물로 승부하겠다는 인물론을 내세우면서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강조했다. 개별 의원의 의정 활동을 돕는 ‘비서실장’으로 원내에서 당의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공약이다. 그러나 통상 원내대표는 3선 이상의 중진 의원이 맡는 것이 관례로 돼 있어 재선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고, 나머지 후보들은 박 의원의 당선이 지역당 이미지를 고착시킬 것이라고 공격하는데다, 김 전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경선의 핵심 변수다. 영남 출신으로서 수도권이 지역구인 김부겸 의원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경선에서 민주당이 영남 출신 의원을 원내 사령탑으로 뽑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줘야 당의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동진(東進)론’을 적극 주장하면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강봉균 의원은 ‘개헌론’으로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는 지방선거 이후 진행될 개헌 논의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관철, 여야가 정책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공약이다. 또한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은 ‘중도개혁과 정책역량’을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일관된 중도개혁의 입장을 견지해 당 정체성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란 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 밖으로 얼마나 외연을 확대하느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와 함께, 비주류 협의체인 ‘쇄신모임’의 공동대표인 이석현 의원은 ‘비당권파 연대론’을 내세우고 있다. 당이 정세균 대표 측근의 소수 당권파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고 당내 힘의 균형을 되찾아 투쟁력을 높이겠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