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22분 북한 땅을 코앞에 둔 접적지역 서해안 백령도 해상에서 104명의 장병을 태운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로 희생된 고 ‘천안함 46용사’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영결식과 안장식이 4월 29일 해군 평택 2함대사령부 내 안보공원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해군장으로 엄숙히 거행됐다. 이날 오전 10시 평택 2함대에서 거행된 영결식은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비롯하여 이용훈 대법원장, 김형오 국회의장 등 3부 요인과 전두환 전 대통령, 국무위원, 전군 주요 지휘관 및 유가족 등 2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이 영결식에서 이 대통령은 고귀한 젊음을 국가를 위해 바친 고 이창기 준위를 비롯한 46명의 희생 장병 모두에게 일일이 화랑무공 훈장을 추서했으며, 장례위원장인 김성찬 해군 참모총장은 조사를 통해 “당신들이 남긴 살신보국의 참군인 정신은 모든 국민이 자자손손 이어 누릴 자유와 번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애도하면서 “우리 국민에게 고통을 준 세력들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찾아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보복의지’를 천명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 총장은 불과 취임 일주일 만에 함정 침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수색 구조현장을 철야 지휘하는 등 수습에 매진하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말을 아껴왔으나, 김 총장의 이날 발언에 따라 앞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해군의 작전개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NLL을 지키는 해군 장병들의 ‘정신무장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군합동조사단으로부터 ‘어떤 국가’의 수중무기로 추정되는 외부폭발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당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 이후, 처음으로 군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이처럼 강한 ‘보복의지’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 내외와 군 수뇌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유가족, 후배 장병들 앞에서 결연한 의지를 다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천안함 생존 장병을 대표해 김현래 중사(27, 해군 부사관 196기)는 애끊는 심정을 담은 ‘눈물의 추도사’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46명의 동료를 뒤로 한 채 살아남은 절절한 심경과 미안함을 추도사에 고스란히 담았다. “2010년 3월 26일 밤 경비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우리의 일상은 끔찍한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 났습니다”라며 김 중사가 사고 당시 상황을 시작으로 추도사의 운을 떼자, ‘천안함 46용사’의 영정을 안고 앉아 있던 생존 장병들은 그때의 끔찍한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듯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김 중사가 “우리의 모든 것인 천안함은 순식간에 침몰되었고, 정겹던 전우들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라고 추모사를 이어가자, 생존 장병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천안함이 반으로 갈라진 처참한 몰골로 변하고 가족 같던 동료 46명이 세상을 떠난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어 김 중사가 “몸과 정신이 마비되는 가운데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한 명 두 명 구조선에 올랐지만, 당신들의 애끓는 영혼에는 미처 닿지 못했습니다”라고 울먹이자, 생존 장병들도 슬픔에 복받쳐 어깨를 들썩였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또 미안합니다. 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합니다. 그대들과 함께 끝까지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김 중사는 모든 생존자를 대표하여, 동료를 차디찬 바다에 두고 떠나야 했던 미안함을 사죄하고 또 사죄했다. 이처럼 동료 장병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애통 속에 대형 태극기와 해군기를 앞세운 46인의 영현과 영정은 군항에 정박 중인 함정에서 울리는 5초 간의 기적 소리와 함께 해군 정모와 정복을 상징하며 하늘로 높이 떠오르는 흰색과 검은색 풍선 3000개를 뒤로 한 채 2함대 정문을 거쳐 모든 함정의 승조원들이 함정에 도열하여 갖추는 ‘대함 경례’로 최고의 예우를 받으며, 이날 낮 3시경 유가족들의 오열 속에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서해안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사건은 그 참상만큼이나 아픈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함정 침몰에 대처하는 군의 위기대응 시스템뿐 아니라 군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지휘보고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으며, 특히 침몰사고가 발생한 후 50분이 지날 때까지 군 최고 지휘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등 초기 대응에도 우왕좌왕한 정황이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따라서 ‘천안함 46용사’가 던진 4가지 교훈과 개선 방안들을 짚어본다. 1. 군 초기대응, 지휘보고 시스템 ‘우왕좌왕’ 합참의장 49분 후, 국방장관 52분 후 보고받아 사고발생 시각도 1주일 지나서야 ‘오후 9시22분’ 북한 땅을 코앞에 둔 접적지역인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인해 군의 대응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22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누구에게 공격을 받았는지도 모른 채 1200t급 초계함이 침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현역 군인으로는 최선임자인 이상의 합참의장은 사고 발생 49분 만인 오후 10시11분에, 그리고 군을 통솔하는 수장인 김태영 국방장관은 그 3분 뒤에 첫 보고를 받았으며, 늑장 보고도 모자라 합참 지휘통제반장이 보고를 ‘깜빡했다’고 군이 실토하는 등 군의 초기대응 체계가 엉망이었다. 바로 이것이 (예정대로라면) 향후 2년 뒤 독자적인 전쟁기획 능력을 갖추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을 우리 군의 자화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조그마한 어선도 아닌 1200t급 대형 군함인 천안함이 졸지에 두 동강이 나 침몰했지만, 당초 군은 사고발생 시각을 오후 9시45분이라고 했다가 세 차례나 정정한 끝에 사고발생 1주일이 지나서야 오후 9시22분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는가 하면, 적의 공격이 있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 하다가 사고발생 한 달이 지난 다음에야 북한의 소행이라는 심증과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군 안팎에서는 “이것이 우리 군의 현주소”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초기에는 외부폭발인지, 내부폭발인지, 암초에 의한 좌초인지, 피로파괴인지, 그 어느 의문 하나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으며, 그러다 보니 긴급 북상하던 속초함이 ‘새떼’에 엄청난 화력의 76㎜ 함포를 130여 발이나 발사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물론 사고발생 직후 군은 북한 소행이라고 ‘직감’했지만, 사고 해역에 급파된 대잠헬기 링스는 대잠작전이 아니라 침몰하는 천안함을 라이트로 비추기만 한 뒤 기지로 되돌아갔다 재출격하면서 뒤늦게 대잠작전을 펼쳤지만, 시간은 한없이 흐른 뒤였다. 또한 A급 비상경계령인 ‘서풍-1’을 발령하고도 사고 37분이 지나서야 공군 탐색, 구조전력 지원을 요청했고, 합참은 사고발생 1시간18분 뒤에야 전투기 출격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군은 더 이상은 없다고 장담했던 천안함 침몰 장면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지만, 폭발 당시의 장면은 못 찍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접적 지역에서 감시의 사각 지역이 생겼다는 의미여서 군의 감시망에 큰 구멍이 생겼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처럼 사고 초기 군의 위기대응이나 보고 시스템은 엉망이었고, 이는 이 대통령의 질타처럼 군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이 60여 년 간 젖어 있던 매너리즘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뼈아픈 자성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 사고 원인의 규명과는 별개로 군의 작전·보고·행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예고하고 있다. 제대로 된 위기대응 태세를 갖추기 위한 전제조건이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인 만큼, 지금까지의 보고 라인 전반을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참여정부 당시 국가 위기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청와대에 상설조직으로 신설되었다가 부처 자율성 훼손 등의 이유로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부는 남북관계, 외교부는 국제관계, 국방부는 대적관계를 담당하는 등 모든 걸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통일·외교·안보를 총괄하는 NSC 사무처 같은 조직 재건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 접적해역 작전개념 재정립해야 서해 교전수칙, 현행 3단계에서 2단계로 수상 대함작전도 수중 대잠작전으로 수정 그동안 NLL 등 접적지역에 대한 우리 군의 작전개념이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고 확전을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너무 ‘수비형’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NLL 인근 해상에서 초유의 함정 침몰사고가 난 것을 계기로 접적지역에 대한 우리 군의 작전개념이 변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999년과 2002년에 발발한 제1, 2연평해전은 해군 고속정의 기동이 수비형 작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서, 제1연평해전 당시에는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선체로 밀어내는 작전에 치중하다 기습공격을 받았고, 제2연평해전에서는 차단기동을 위해 근접했다가 선제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당시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에게 퇴각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가했으나, 북한 경비정이 이를 무시하고 발포하자, 즉각 고속정과 인근 초계함에서 대응 포격을 가해 북한 경비정은 반파되고 2명 정도 숨진 채 퇴각하기도 했다. 따라서 군 일각에서는, 우리 군이 ‘NLL은 영토’라는 확고한 인식을 하는 이상, 우리 영토를 침범한 적의 함정에 대해 공세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도발 의지를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라도 NLL 인접지역에서의 해군 작전개념을 전면적으로 바꿔, 현행 ‘경고방송-경고사격-격파사격’의 3단계인 NLL 교전규칙을 ‘경고사격-격파사격’ 2단계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공세적 작전개념이 확전 가능성 등 더한 비극을 가져올 위험성을 떠안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가 발전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군이 힘으로 뒷받침한다는 국방전략과도 상충하는 부분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NLL 해상에서 우리 해군은 북한보다 우위인 수상함의 전력을 바탕으로 주로 ‘대함작전’에 주력해왔던 작전개념을 이번에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나진(1500t)과 서호(1640t)급을 제외하고는 1500t이 넘는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대부분 402t급 소형 구축함, 82~215t급 유도탄정, 22t급 어뢰정 등 소형 함정을 전방에 배치해놓고 있으나, 소형 함정은 파도에 견디는 내파성이 취약하고 수동 재래식 무기를 탑재하여 원양·야간 작전 능력이 제한된다는 것이 합참의 설명이다. 반면, 대형 수상함이 많은 우리 해군은 총톤수 면에서 북한보다 1.7배 우세하고 첨단장비들을 탑재하여 원해작전과 원거리 공격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한국형 구축함(4500t급)과 이지스 구축함(7600t급), 최신예 유도탄 고속함(PKG.440t급) 등 월등한 수상함 전력만 믿고 잠수함전에는 소홀히 대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안기석 전 해군 작전사령관은 “대함작전을 위주로 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잠수함 탐지장비 보강을 비롯한 대잠(對潛)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다양한 위협을 감안한 작전개념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 전력증강계획 재조정 불가피 북한 비대칭전력에 대한 대응책 시급 ‘대양해군’ ‘항공우주군’ 지향, 아직은 비현실적 천안함 침몰사고로 우리 군 전력 일부가 여과 없이 공개된데다, 현재 진행 중인 군 전력증강사업 방향의 적절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에, 우리 군의 전력증강 계획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번 사고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확정적인 물증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크고, 군 당국 역시 심증을 굳혀가는 분위기여서, 그동안 국방부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입안한 국방정책은 ‘현존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개념과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제기되는 문제가 ‘국방개혁 2020’으로 불리는 국방정책의 방향성이다. 우리 군은 한반도를 뛰어넘어 동북아, 나아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그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력증강도 거기에 맞출 것을 요구해왔으나, 해군과 공군이 각각 내건 ‘대양해군’ ‘항공우주군’이라는 모토가 이번 천안함 사건 이후 상당한 비판에 직면했다. 한마디로,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정전상태인 한반도에서, 그것도 사실상 ‘주적’ 북한을 바로 코앞에 둔 가운데 접적해역에서 군함이 ‘외부충격’으로 침몰한 마당에, 대양과 우주를 내세우는 개념은 구호에 불과하므로 우주로 대양으로 나가기 전에 대북 방어태세부터 정비하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비판은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민 여론에 따라 군에 소요되는 무기체계 등 군사전력의 우선순위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곧 우리 군의 세부 전력증강 계획 수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군의 전력증강에 대비해서는 참여정부 당시 완성한 ‘국방개혁 2020’을 이명박 정부 들어 일부 메스를 가하면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즉, 이번 침몰사고 때문에 국방개혁의 큰 틀을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번에 드러난 북한의 잠수함 등 비대칭전력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잠수함을 비롯한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충실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본 국방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해군뿐 아니라 각 군이 이에 대한 준비를 완벽히 해서 억제력을 기르고 새롭게 안보태세를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군은 지난 2월 최신예 이지스함과 세종대왕함을 주축으로 제7기동전단을 창설하는 등 대양해군을 지향하면서 연안방어 전력 확충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군은 4월 넷째 주부터 해군의 단·중기 전력보완 및 소요조정 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황에서, 첫 단계로 북한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음탐장비(소나)와 초계함의 레이더 성능 개선, 소해(기뢰탐색·제거) 헬기인 MH60 도입 등에 무게를 두고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잠수함 등의 수중무기 체계 탐지를 기본으로 하는 초계함이 사전에 위협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실제로 우리 초계함은 구형 장비를 장착해 대잠 능력이 제한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 잠수함의 공격을 수심이 얕은 서해에서도 탐지하지 못하는 터에, 수심이 500~1000m에 이르는 동해에서는 그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군 당국은 이미 올해 초에 북한 잠수함 공격 등 게릴라식 도발 유형을 상정해놓고도 허를 찔린 셈이 됐기 때문에, 북한의 재래식 및 비대칭 군사능력 재평가와 함께 우리 군 수뇌부의 작전기획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도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 합참 합동군 체제의 문제점 육·해·공 2:1:1 구성 비효율적 ‘육군중심주의’ 편성으로 함정사고에 ‘까막눈’ 대처 사상 초유의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해 사태 수습의 주축이 되어야 할 합참이 우왕좌왕하며 초기부터 사태 수습 과정을 장악하지 못했다면서 군의 대응 체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현재의 합동군 체제를 정비하는 방안을 심층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안함이 NLL 인근에서 초계작전 중이다가 선체 바로 밑에서 발생한 강한 폭발로 가라앉은 이번 사건은 작전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합참이 주축이 되어 사태를 수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육·해(해병대)·공군을 ‘2:1:1’의 비율로 섞어 만든 합참의 특성상 함정 침몰사태에 적극 대비하지 못한 채 초기 단계부터 사태 수습과정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3월 26일 오후 9시22분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29분 뒤인 오후 9시51분께 합참의 한 해군 출신 간부가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 근무하는 해군 상관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사고를 통고, 청와대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보다 먼저 인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역으로 보면, 합참에 근무하더라도 모군(母軍)에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서, 항상 모군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습성이 몸에 밴 데서 기인한 결과이다. 합참의장이 군령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합참을 구성하는 각 군 장교들의 인사권은 모두 각 군 총장이 행사하고 있는 게 현 합동군 체제의 현실이다. 따라서 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인사권 보장이 없는 군령권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국헌 전 국방부 군비통제관은 “현재 진급인사는 각 군 총장이 결재 단계에서 합참의장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면서 “국방부의 재청심사위원회도 이미 판이 다 짜인 상태에서 형식적인 요식절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합참의 의장을 비롯한 편성이 ‘육군중심주의’로 치우치다 보니 해군 함정사고에 대해서는 거의 ‘까막눈’ 수준이었다는 주장도 신빙성 있게 들리고 있다. 현재까지 35대째 합참의장 가운데 제25대(93년 5월~94년 12월) 이양호 공군 대장을 제외하곤 모두 육군 대장이 맡았으며, 특히 이상의 현 의장은 합참과 국방부 정책부서 근무 경험이 없는 전형적인 야전형으로 알려져 있고, 합참 소속 육군 및 공군 출신 장교와 장성들은 함정을 타본 경험이 거의 없어 이번 침몰사건에서 아예 입을 다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천안함이 두 동강 나 침몰하는 영상을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해병대가 합참에 전달하면서 함수와 절단된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했는데도, 육군 장교가 함수와 절단면을 거꾸로 설명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천안함 사고로 인해 저하된 사기를 북돋아주고 합동군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해군 출신에게 합참의장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또한 군 수뇌부가 모든 대외 브리핑을 해군 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에게 떠맡긴 것은 초유의 함정 침몰사고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 작전처장은 합동작전사령관(육군 중장)을 포함한 40여 명의 합참 장군 가운데 유일하게 브리핑을 맡아, 준장급이 답변할 내용과 소장급 이상이 답변할 내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브리핑 전반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받지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3군 참모총장이 국방장관과 떨어져 계룡대에 모여 있는 현실부터 되짚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3군 참모총장이 국방장관과 함께 합동군의 최고지휘부가 되어 한 건물에서 한 몸이 되어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예비역 장성은 “합참이 군령을, 각 군 본부가 군정을 각각 담당하기로 책임과 기능을 나눈 합동군 체제의 큰 틀을 바꾸지 않는다 해도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국방개혁선진화추진위원회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화두”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