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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시대’ 맞아 초대형 계획 발표만 이어져

가입자 이탈 막으려 큰 계획 발표부터 해놓고 “알맹이는 아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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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0호 양지윤⁄ 2010.05.18 11:58:31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이동통신 3사가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와이파이 존 설치 경쟁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와이파이 설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와이파이 존 설치와 관련된 거대 프로젝트를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막상 구체적 내용은 거의 없는 상태여서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29일 “올해 안에 공항·영화관 등을 중심으로 전국 1만 곳에 무료 와이파이 존 ‘티스팟’을 설치해, 이를 가입 통신사에 상관없이 누구든 이용하도록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 1만 곳을 새로 만들어 모든 이용자에게 개방하겠다는 파격적 내용이었다. SK텔레콤 내부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SK텔레콤이 구축을 완료한 와이파이 ‘T스팟 존’은 750여 곳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9250개 정도의 T스팟 존을 ‘언제까지, 어느 지역에 설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1만 개 완료 시점을 정해 두지는 않았지만 설치에 오랜 시일이 걸리지는 않는다”며 “1만 개 T스팟 존 구축을 위한 투자비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SK텔레콤이 ‘무료 존 1만 곳을 구축해 무료 개방’한다는 큰 프로젝트를 개봉한 데 이어, 이번에는 3위 업체인 LG텔레콤이 더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LG텔레콤은 지난 4월 14일 “전국에 170만 개 정도가 깔린 MyLG070 개인용 와이파이 공유기를 상호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전국 1만 개 존 모두에게 공개” LG텔레콤 “개인 와이파이망 170만 개를 공유” 초대형 프로젝트 뒤질세라 발표하고 흘리지만 실제 추진계획은 빈약하고, 문의하면 “계속 검토 중” 전국의 주택·사무실 밀집 지역에 170만 개나 깔린 개인용 와이파이 존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사실상 ‘사람들이 모여 살거나 활동하는 곳’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엄청난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과 KT라는 양강 체제로 구축돼 있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적어도 무선 인터넷만큼은 LG텔레콤이 가장 앞서 나갈 수 있게 되므로, 상대적 약세 이미지를 털어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보도가 나간 지 한 달이 지나도록 LG텔레콤은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의 취재에 대해 LG텔레콤 관계자는 5월12일 “MyLG070의 공용 전환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개방형이 될지, 아니면 LG 가입자끼리만 이용하는 그룹맺기 형식이 될지를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MyLG070 와이파이 단말기가 가입자 개인 소유이고, 따라서 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각 가입자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고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개인용 와이파이 단말기를 공유한다’는 아이디어를 발설하려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이 ‘각 개인 사용자가 이에 동의할 것인가, 동의하게 하려면 어떤 유인책을 써야 할 것인가’인데, 발설 뒤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검토 중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은 꼴이다. 실제로 주무부서인 방통통신위원회에 확인한 결과도 LG텔레콤이 언론에 내놓은 내용과는 일부 차이가 있다. 각 이동통신 사업자로부터 와이파이 존 구축에 관한 사업계획을 받은 방통위의 관계자는 “LG텔레콤은 공중 와이파이 접속지점(AP, 액세스 포인트)을 1만~2만 곳 설치하겠다고 알려왔다”고 확인해줬다. 이 관계자는 “개인용 와이파이 공유기를 공용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보안과 인증 문제 때문에 실현이 불투명하다”며 “방통위 입장은 각 이동통신사가 공중용 와이파이 존을 구축하도록 유도한다는 정책을 세워 놓고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LG텔레콤이 밝힌 ‘개인용 와이파이 공유기 170만 개의 공용 전환’ 계획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주무부서 관계자의 지적이다. LG텔레콤이 발표만 해놓고 미적거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외국에선 다 하고 있는 것을 왜 한국에서는 안 된다, 힘들다고만 하는지 답답하다’는 비판의 목소를 내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폰(fon.com)이라는 업체가 전 세계의 와이파이 사용자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여, 회원들의 개인용 와이파이를 서로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폰’ 공유기를 설치한 뉴욕의 회원은 런던으로 출장을 가서도 폰 회원의 집·오피스 근처에만 가면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회원제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이미 폰 회원 가입자가 2만 명이 넘어, 서울 도심 등에서는 회원제 공유가 부분적이지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권영선 카이스트 교수 “외국에선 다 하고 우리도 당장 할 수 있지만, 국내 업체들 수익성 낮아 뭉기적 거릴 뿐” 지적

권영선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폰 사례에서 보듯, 공유기를 쓰더라도 보안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고, 공유에 따른 이익을 회원들에게 주면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회원제 공유를 당장 시작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공용 와이파이 존 설치에 들어갈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와이파이를 활성화시키려면 기존 초고속 인터넷망을 활용해 무선공유기를 달도록 유도하고, 와이파이가 설치된 지역의 위치 정보를 만들어 생태계를 구축해야 이용자가 늘지 않겠느냐”며 “민간이 못 한다면 정부가 와이파이 정보 제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외에서는 fon.com이 개인용 와이파이 망을 회원제로 공유시키고 있는데, 왜 LG텔레콤은 자사 고객의 와이파이망을 공유화하겠다고 계획을 흘리면서도 구체적 사업계획을 밝히지 않고 뭉기적거리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fon.com 같은 제3의 사업자가 진입한다고 했을 때 국내 통신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고, ‘사업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보안상의 문제점 등을 언급하며 분명치 않은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며, 궁극적인 이유는 수익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동양종금의 최남곤 연구원은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놨다. “와이파이 후발 주자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가진 차이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두 회사가 유선망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은 전국적으로 유선망이 깔려 있기 때문에 공유기를 달면 바로 거의 전국을 커버하는 와이파이 공유기 구축이 가능하다. 반면, SK텔레콤은 올해 1만 개 와이파이 존을 구축하려면 대형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입장이다. 유선망에서는 LG텔레콤이 앞선 상태이지만, 반대로 SK텔레콤은 휴대전화 가입자의 숫자나 충성도에서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SK텔레콤·LG텔레콤 두 회사는 우량고객을 상대방에게서 빼앗아 오기 위해 와이파이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 연구원은 “규모가 작은 LG텔레콤이 SK텔레콤의 가입자를 빼오기 위해서는 와이파이 확대를 주요한 전략으로 펼칠 것”이라며 “개인용 와이파이 존의 공용 전환 추진과 공중 와이파이 존 구축 두 가지가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7월에 발표될 CEO 전략에서 이 같은 전략을 공식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의 선전문구대로 ‘와이파이 시대’를 맞아 준비가 가장 탄탄한 KT가 단독질주 체제를 갖춘 가운데, SK텔레콤·LG텔레콤 두 회사는 열세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 와중에서 가입 회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알맹이 없는 대형 계획부터 띄우고 보기’ 역시 난무하고 있는 게 현재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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