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지난 5월 20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천안함 침몰 시뮬레이션 결과 “수심 6~9m,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대략 좌현 3m의 위치에서 총 폭발량 200~300㎏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기체계는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 폭약 250㎏규모의 중어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합조단 정보분석팀장인 황원동 공군중장은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 잠수함의 침투 경로와 관련해 “수중으로 서해 외곽을 우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치명적인 공격을 위해 야간에 목표를 식별하고 근접해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리고 황 중장은 “사용된 어뢰의 종류와 작전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어급 잠수함이 운영됐을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도발한 이후 신속히 현장을 이탈해서 침투한 경로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황 중장은 연어급 잠수함은 상어급 잠수함과 유사하며, 최근 수출용으로 건조해 야간투시장비 등 고성능 장비를 구비했고, 선체 은밀성을 위해 특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부연설명하면서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기 위해 사전 정찰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침몰 해상과 유사한 북한의 해저에서 사전훈련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황 중장은 북한 수출용 무기 소개 책자에 연어급 잠수함 제원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출처 보호와 보안상 입수 경위를 소상히 설명할 수 없지만, 제원과 특성, 상세한 설계도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손으로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어뢰에 적힌 ‘1번’ 글씨에 대한 필적 감정과 관련해 윤종성 합조단 과학수사분석팀장은 “필적 감정은 글씨가 같거나 자음·모음이 같을 때 가능하다”면서 “1번, 4호라는 글씨가 있기 때문에, (감정은) 어렵지만 잉크는 장시간에 걸쳐 분석하면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황원동 중장은 “현재 생산되는 어뢰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부품이 상이할 수 있다. 어뢰를 조립하고 정비와 관리를 쉽게 하도록 부호를 1번이라고 쓴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나라는 한글로 1번을 표시하는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과 영국·호주 등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조사결과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박정이 합조단 공동단장은 “오늘 발표된 모든 사실은 이번에 참석한 외국 조사단 모두가 완전하게 일치를 봤고 견해를 일치했다”며 “조사단이 구성되고 단계별로 조사활동을 진행하면서 모든 분과에서는 외국 조사단도 동참해 일치된 공감대를 형성했고 마지막 결론은 모두 공감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철저한 사전훈련 했을 것” 북한이 합조단 조사결과에 반발하며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한 주장과 관련해 박정이 공동단장은 “우리나라는 정전상태에 있어 정전관리를 위해 유엔사 정전위가 편성되어 있다”며 “이번 사건이 북한과 어떻게 연루됐는지에 대해 정전위에서 판단하고 그 결과를 북측에 통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합조단은 이날 백령도 해저에서 쌍끌이 어선에 의해 수거된 어뢰 뒷부분 추진기를 실물 공개했다. 프로펠러 2개가 온전하게 달린 이 어뢰 추진기는 길이 1.2m 규모이다. 폭발하기 전 실물 어뢰는 길이 7.3m, 직경 53㎝, 폭약은 250㎏, 중량은 1700㎏이다. 북한이 수출용으로 제작한 ‘CHT-02D’ 중어뢰와 같은 것으로 합조단은 추정했다. 이 어뢰 추진기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물증’(스모킹 건)이라고 합조단 관계자는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뒤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국제조사단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군사도발이란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북한에 대해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며, 강력한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북한이 과거에도 대남 군사도발이나 테러를 자행한 뒤 이를 부인해왔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물증이 드러난 만큼 그 같은 억지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5월 21일 오전 취임 이후 네 번째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관심을 끌었다. 이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 이후 북한의 군사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향후 대북 제재조치와 국제사회와의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망사건과 일본 독도 영유권 왜곡 기도에 따른 종합대책을 논의하고자 처음으로 NSC가 소집됐으며, 지난해 4월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당시 두 번째로 소집됐고, 이어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세 번째 NSC를 소집한 바 있다. 한편,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군 당국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 내용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초당적 대처와 국론통일을 강조하는 등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안보 부실에 따른 정권책임론을 강력 제기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6.2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면서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여야, 엇갈린 반응 속에 사태 파장 예의주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5월 2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살려라 경제 희망캠프’ 회의에서 “북한의 소행이 명백한 만큼 하나가 돼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반민족적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주장하면서, 그동안 북한 연루 가능성을 경계해온 야당에 국회 대북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시킬 것을 제안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이와 함께 정 대표는 조사결과 발표가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과 겹친 것을 빌미로 한 야권의 공세를 겨냥 “이 문제만큼은 정쟁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며 발빠르게 차단막을 쳤다. 반면, 사태 대응을 둘러싸고 북한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민주당 등 야권은 당혹감 속에서 북한발(發) 선거 변수인 북풍 확산을 막고자 대대적인 역공을 취하고 나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46명의 우리 장병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주력 전함이 침몰하도록 안보 허점을 만든 이 정권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정운찬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는 논란의 초점을 조사의 신뢰성 문제에서 정권의 안보무능으로 돌리는 등 국면 전환에 총력전을 폈다. 또한 정 대표는 “여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초당적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할 뜻을 분명히 하는 한편, 여권이 이번 사건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거당적인 홍보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