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발(發) ‘북풍’(北風)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점점 격화되는 등 상호 ‘네거티브전’ 혼탁 양상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풍’이 선거 막판까지 판세를 뒤흔들 최대 변수라는 인식 아래 여당인 한나라당은 ‘북풍확산’을, 민주당 등 야당은 ‘북풍저지’에 각각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이었다. 사안의 성격상 여당이 주도권을 쥔 모양새에 야당의 반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북풍이 민심 특히 약 20%로 추정되는 부동층의 표심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여야는 13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반환점을 돈 26일 기점으로 북풍 영향과 판세를 중간 점검하며 필승을 위한 ‘7일 혈투’에 본격 나섰으며, 실제로 선거 판세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요동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수도권 빅3 광역단체장 수성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선전이 가능하다는 분석 아래 북한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북풍효과의 극대화를 시도했으며, 반면에 야권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자칫 완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 속에 ‘전쟁세력 대(對) 평화세력’ 대결구도를 설정하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대대적인 역공에 나섰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조금이라도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집단이라면 하루속히 우리 민족, 전 세계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면서 “국가 위기 앞에서 대통령의 조치를 ‘안보장사’, ‘선거방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정권의 이익을 위해 나라와 국민을 망치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천안함 희생 장병을 선거에 이용하는 비겁한 술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은 27일부터, 정부의 잇따른 대북 강경책에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로 응수하여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평가하고, 현 정권을 ‘무책임한 호전세력’으로 규정해 ‘전쟁이냐 평화냐’의 구도로 역공에 나서는 등 ‘반전론’과 ‘경제위기론’으로 반격을 시도하였다. 특히 민주당은 ‘코리아 리스크’의 급부상으로 주가와 환율까지 요동치자 ‘평화가 깨지면 경제도 흔들린다’는 논리로 중산층은 물론 여당 지지층까지 겨냥하였다. 당 지도부는 27일 접경 지역인 강원도로 총출동해 “전쟁이 나면 강원도는 초토화된다”(손학규), “6.25세대가 피땀 흘려 이룬 경제가 초토화되고 흔들리게 된다”(정동영)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민심을 자극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대표는 “민주정부 10년 간 평화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명박 정권은 만들어진 평화도 관리할 능력이 없어 국민을 걱정과 불안에 몰아넣고 있다”며 “평화관리 능력을 가진 정치세력은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는 전쟁이냐 평화냐, 혼란이냐 안정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으로 하루 만에 국민의 돈 29조 원이 날아갔다. 대통령은 극단적 강경 대응보다 평화를 지키는, 그래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따라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부 여당의 과도한 북풍몰이가 역풍을 맞으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정권심판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대북 결의안 채택 놓고 치열한 논란 벌여 그러자 이번에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27일 대전에서 개최한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당을 향해 “우리가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북한이 현 상황을 오판하게 되면 정치인들이 크게 잘못하는 것”이라면서 “천안함 사태를 정쟁거리로 전락시키는 행위를 중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눈길이 모아졌다. 이어 정 대표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인정하면서 ‘1차적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말해 큰 틀에서 여야 간 입장차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어제 바로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공격하며 국가 안보를 정쟁의 소재로 삼았는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정 대표의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1주일 이상 민주당을 공격하고 실컷 때려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는 모습에 조금 어이가 없다”며 “그동안 그렇게 민주당을 공격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공격하지 않겠다는 모습에 배신감마저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유세 기간 내내 ‘민주당의 북한 비호론’까지 거론하며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의 날을 세웠던 만큼, “천안함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지 말자”고 제안한 발언이 이례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야 공세의 실익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실’(失)이 많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정부가 제시한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한 초당적 협력 필요성 및 지방선거에서의 역풍 가능성이다. 미국 하원도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한 마당에, 정작 당사국인 한국 국회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점이 한나라당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등장한 것이다. 여당으로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야권과 무한대치를 하는 바람에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책임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북 간 비대칭 전력 시정을 위한 예산 문제 등 정치권이 함께 다뤄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정부의 후속 조치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야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대북 결의안 채택 여부를 놓고 6.2 지방선거에서 안보 이슈에 따른 각 당의 이해관계가 걸려 논란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국가 안보위기에 국회가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결의안 처리를 압박했지만,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며 천안함 특위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결의안 채택을 마냥 유보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미경 사무총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의안에 대해 “협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7일 천안함 사태 이후 조성된 한반도 긴장과 관련해 “이 모든 시련은 새로운 남북관계와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병목현상”이라며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 동안 햇볕정책 등으로 인해 잘못됐던 남북관계는 반드시 첫 단추부터 다시 꿰야 하고,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당근만이 아니라 매서운 채찍도 써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리고 이 대표는 정치권의 북풍 공방과 관련해 “국민 모두의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어진 채 두동강 난 천안함이 서해 바다 밑에서 건져 올려지고 우리 수병들이 시신으로 수습됐는데 천안함 사고가 어떻게 북풍이냐”며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선거가 코앞에 닥쳐왔다고 정부 여당이 국가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면 훗날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표가 떨어지더라도 안보 구멍과 사고 수습 및 대책이 미흡했던 점에 사과하고 전면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 대표는 “국가 안보 앞에 여야와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국민 모두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