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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이기나, 주님이 이기나, 한 번 볼까요?”

월드컵 기간에 뮤지컬 <소냐의 마리아 마리아>로 공연하는 겁 없는 배우 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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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73-174호 이우인⁄ 2010.06.14 15:34:11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소냐(본명 김손희·30)가 자신의 이름을 건 무대에 오르고 있다. 5월 18일부터 서울 명보아트홀 가온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소냐의 마리아 마리아>(이하 <마리아 마리아>)에서다. 그녀는 올해 마리아로서 고별무대를 가진 뮤지컬 배우 강효성의 바통을 이어받아 7월 4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마리아의 삶을 살 예정이다. 소냐와 <마리아 마리아>는 인연이 깊다. 2006년 뉴욕과 예술의전당, 2008년 나루아트센터 공연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마리아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 것. 1999년 가수로 데뷔했지만 <지킬 앤 하이드> <마리아 마리아> <렌트> <카르멘> <갓스펠> <더 라이프> <영웅> 등 굵직한 작품에서 주인공을 도맡아온 그녀에겐 뮤지컬 배우 직함이 더 잘 어울린다. 이토록 화려한 뮤지컬 경력을 가졌지만 <마리아 마리아>는 소냐에게 특별한 작품이란다. 화려한 조명도 무대도 없는 데다 남성 배우들에게 맞고 패대기쳐져서 온몸이 멍투성인데도 말이다. “위로를 많이 받은 작품이 <마리아 마리아>거든요. 이번까지 세 번째 공연인데 제게 <마리아 마리아>가 찾아온 시기가 항상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였어요. 그래서 힘들 때마다 <마리아 마리아>가 생각이 나요. 그리고 여배우로서 마리아만큼 큰 에너지를 뿜을 역할이 얼마 없어서이기도 해요. <마리아 마리아>를 하다가 다른 작품을 하면 심심할 정도예요. 다른 작품은 내 끼를 맘껏 발산하지 못하니까 성에 안 차더라고요.” <마리아 마리아>는 성경을 모티브로, 예수를 유혹해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길 갈망하는 창녀 마리아와 그를 구원하고자 하는 예수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소냐는 1막에서는 화려하고 야심이 가득한 마리아를, 2막에서는 예수에게 깨달음을 얻어 순수한 여인으로 변화하는 마리아를 연기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 배우들의 얼굴은 물론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소극장 공연이 처음인 소냐에게 있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 조건이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어요. 공연 제목에 소냐라는 이름이 붙어서 부담스러운 것보다 소극장 공연 자체에 두려움이 있어서요. 덜덜덜 떨리더라고요. 처음에만 그럴 줄 알았는데 무대에 올라가 있는 내내 떨리는 거예요. 더욱이 마리아가 퇴장할 수 없게 대본이 수정돼서 쉴 시간도 없고 헷갈려요. 물론 극복해야죠.” 공연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 공연장에 마련된 카페에서 소냐를 만났다. 머리를 양 갈래로 발랄하게 묶은 그녀의 모습이 무대 위에서 보여준 처절한 창녀 마리아와 180도 달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작품 이야기를 하는 열정적인 모습은 영락없는 마리아였다. -마리아로서 2주 정도 무대에 올랐는데요, 관객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마리아로서 마지막 무대라고 선언한 강효성 선생님 공연을 바로 이어서 하니까 얄밉게 보는 관객도 있더군요. 후기를 보면 가슴이 아플 때도 있지만, 제가 열심히 해야 저의 마리아를 봐줄 것 같아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공연 후기도 찾아서 보는 편인가요? “관객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느낌으로 찾아봅니다. 물론 좋은 말씀이 더 많지만, 간혹 한두 분씩 ‘소냐는 마리아 치고 뚱뚱해요’ ‘가슴이 너무 커요’ ‘발목이 너무 두꺼워요’ ‘혼자 노래자랑 하는 것 같아요’ 등의 불만을 드러내곤 해요.” -안 좋은 소감이 공연에 지장을 줄 것 같은데요. “지금보다 두세 살 어렸을 때 그런(혹평하는) 글을 봤으면 상처가 컸을 텐데, 전에 했던 작품 때문에 혹평을 많이 받아서 괜찮답니다(웃음). 어떤 작품인지 말씀 안 드려도 아실 거예요. 그 배역은 제가 생각해도 미스 캐스팅이었으니까요.” -2006년, 2008년에 이어 또다시 마리아가 됐는데, 공연을 새롭게 할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점은 뭔가요? “이번 공연을 제외하고는 배우들만 바뀌고 대본은 항상 같았어요. 그러다 보니, 2008년 공연 때까진 여기(<마리아 마리아>)에 안주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힘을 더 주고 싶은데 나 스스로 공연에 안 섞이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곤 했죠. 그런데 2010년 공연 연출님이 예전에 ‘예수’ 역을 했던 박상우 연출이어서 그런지 배우에 맞게 대본을 수정하셨더군요. 박 연출님의 대본이 저의 에너지와 잘 맞아요. 온몸에 멍이 들고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거 있죠? 마리아가 진짜로 밑바닥까지 처참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야 마리아가 변화할 때 과거와의 차이가 확연히 보일 테고요. 밑바닥까지 안 내려간 느낌에서 마리아를 변화시키려고 할 땐 겉도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이리저리 두들겨 맞고 그러다 보니까 제 마음도 저 밑까지 내려가 서러움도 생기고, 2막 때 예수를 볼 때는 정말 예수가 큰 분처럼 느껴지고 따뜻하더라고요.”

-공연 기간이 하필 2010 남아공 월드컵 기간과 맞물려서 티켓 판매에 악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부담이 크죠? “다들 우리더러 ‘간이 배 밖에 나왔다’고 하데요. 무슨 마음으로 월드컵에 덤비느냐면서요. 대학로는 월드컵 개막식 날 공연을 쉰다는데, 우리는 공연을 하거든요. 그런데 월드컵이 이기나, 주님이 이기나, 한 번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웃음)?” -올해로 뮤지컬 데뷔 11년째를 맞으셨는데요, 자신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모험도 해본 것 같고, 욕심도 부려본 것 같고, 욕심을 놓을 줄도 알게 됐어요. 큰 자산이죠. 뮤지컬을 시작할 때가 가수 활동을 병행할 때였는데요, 가수는 새 음반이 나오면 자신의 가장 화려한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잖아요. 저는 뮤지컬 무대 위에서도 화려하고 예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뮤지컬 무대 위에서는 내가 보이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 사실을 깨달은 뒤론 마음이 편해지면서 두려움도 없어지고, 몇 년 전부터는 쫓기는 기분도 없어졌어요. 또 더블 캐스팅에 대한 경쟁심도 없어지는 등 연기 일 자체를 즐기게 된 것 같아요. 뮤지컬 바닥에서 많이 굴렀기 때문에 깨달은 거죠.” -서른을 넘기면서 뮤지컬에 임하는 각오는 어떻게 다른가요? “20대 때는 모험을 많이 해본 것 같아요. 솔직히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마리아만 해도 제게 안 어울리는 역할이었거든요. 성악 창법을 쓸 줄 알아야 했고요. 그런데 그때는 이런저런 생각도 안 하고 ‘이 역할 할래?’하면 ‘예, 할게요’하는 소위 ‘깡’이 있었어요. 그리고 <하드락 카페>의 세리처럼 망가지는 역할도 해봤고요. 그런데 30대가 되니까 좀 신중해진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할 때 내가 푹 빠져서 다 보여줄 만한 역할인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됐거든요. 20대 때 ‘‘삑사리’(노래 또는 말하다 목소리의 옥타브가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버리는 현상)만 안 내면 되지’였다면, 지금은 ‘관객이 이해하는 삑사리만 괜찮아’로 바뀌었고요. 자만심에 빠져 있다가 내는 삑사리는 맞아야 돼요(웃음).” -<렌트> <지킬 앤 하이드> <마리아 마리아> 등의 작품에서 순탄치 못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셨는데요, 다문화 가정, 부모의 부재 등 힘든 성장기가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속에 있는 뭔가를 뱉어낼 때는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죠. 경험은 무시할 게 못 되거든요. 서른이 되기 전에는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느냐면서 원망도 많이 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좋은 배우가 되라고 제게 그런 고통을 준 것 같아요. 지금은 아픔이나 고통이 모두 저의 소중한 자산이랍니다.” -가수 소냐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2007년 12월에 소속사에서 나와, 지금은 소속사 없이 혼자 지내는데요, 당분간은 이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요. 그리고 오라는 곳은 많지만, 그냥 뮤지컬에만 묻혀 있을래요. 그래도 언젠가 한 번쯤은 음반을 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해온 작품에서 부른 노래들을 모아서 낼 수도 있고요.” -결혼 계획은 없나요? “지금은 없어요. 깊게 만난 분이 있었고, 그분과 결혼할 줄 알았는데 한 번 틀어지고 나니까 사람을 만나는 일에 두려움이 많이 생겼어요. 인연이 아니어서 틀어진 거겠지만, 상처가 작지 않았거든요. 옛날처럼 마음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마리아 마리아>를 제외하고, 그동안 연기한 작품 중 또다시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이 있나요? “<하드락카페>의 세리입니다. 정말 ‘비호감’ 분장으로 관객의 웃음을 산 역할이었죠. 그래도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하루는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하러 왔는데요, 제가 등장할 때마다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거예요. 예쁜 배우들이 나올 때와 반응이 극과 극이었어요. 그런데 세리가 성공했을 때는 ‘세리가 너무 귀엽다’면서 저를 귀엽게 봐주더라고요. 그때 기분을 또 만끽하고 싶어요.” -<마리아 마리아>가 끝나면 무얼 할 생각인가요? “뮤지컬 <잭더리퍼>로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청순한 여인 ‘글로리아’ 역에 캐스팅된 점이 의왼데요. “초연 때의 글로리아와 다른 캐릭터라고 들었어요. 폴리의 동생으로 설정됐고,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발랄한 느낌의 창녀라는군요. 솔직히 어떤 작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어요. 엠뮤지컬컴퍼니 작품이라고 하기에 <삼총사>의 밀라디 역인 줄 알고 갔는데, 다행히 합격했어요(웃음).”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노래보다 연기를 더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저를 원할지가 관건이지만, 정극(정통연극)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노래를 벗어나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습니다.” -끝으로, 독자와 뮤지컬 관객에게 한 말씀…. “심적으로 힘든 분들이 꼭 와서 <소냐의 마리아 마리아>를 보고 큰 위안을 받길 바랍니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일 거예요. 그리고 많이 모자라지만 저 소냐에게도 많은 응원 바랍니다. 모든 공연에서 소냐의 또 다른 모습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후기>…소냐는 정말 솔직한 배우다. 마음속에 있는 전부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배우였다. 혹평을 받은 역할에 대해서 쓰라린 표정을 짓거나 오디션에서 불이익을 받은 작품 이야기를 할 때는 ‘이래선 안 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소냐를 보면서 진정한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깨끗한 뮤지컬 세상이 왔으면 좋겠고, 더불어 무대 위에서 모든 걸 던지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소냐가 정극에서 노래가 아닌 연기로 관객의 가슴에 감동을 울리는 배우가 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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