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응원도 좋지만, 만성질환자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큰 경기 때 증상 악화 또는 돌연사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가장 조심해야 할 질환이 심장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이상철 교수는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월드컵 기간에 각별히 응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월드컵 기간에 심장질환자 중 돌연사가 급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심장질환자에게 돌연사가 잦은 까닭은 응원에 따른 극도의 흥분과 긴장 상태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킴에 따라 맥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면서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새벽은 심장질환에 치명적 시간대 = 전문가들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심장질환 돌연사가 늘어나기 쉬운 복병으로 새벽시간대 경기가 많다는 점을 꼽는다. 신체리듬상 새벽 2~3시 사이에 깨어 있으면 특히 심장 건강에 해로운데,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전체 경기 중 84%가 밤 11시와 새벽 3시30분에 열리기 때문에 ‘꼭 자야 할’ 시간대에 흥분한 상태로 TV 앞에 앉아 있게 되기가 십상이다. 이번 월드컵에선 6월 23일 새벽 3시30분에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이상철 교수는 “심혈관계질환이 새벽에 잘 발생하기 때문에 새벽에 경기를 관전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체리듬상 보통 때도 새벽에는 심장이 가장 불안정한 상태인데, 밤샘이나 수면부족으로 피곤이 겹치면 심장에 더 큰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에 집착해 흥분과 분노 같은 강한 정신적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난다. 이러면 혈관은 수축되고 피 속의 혈소판은 자극을 받아 응집력이 증가된다. 혈전(피떡)이 만들어지기 쉽고, 혈관 내의 동맥경화반(동맥경화가 생기면서 동맥벽이 약해진 부분)은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와 동시에 혈압이 상승하며 맥박이 높아져 심장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모든 현상은 심장 근육에 산소 부족을 유발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 상태로 발전할 수 있다. 갑작스레 가슴 통증 느끼면 바로 병원 찾아야 = 평소 심장질환 요인이 있는 사람은 흥분을 자제해야 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 응원하는 곳을 피하고, 가족 단위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전반전이 끝나면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바로 TV를 끄고 휴식을 취하는 등 TV 장시간 시청을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흡연자는 돌연사 위험이 더 크다. 한국 50세 미만 남자의 흡연율은 60%를 넘으며,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대부분이 심한 흡연 경력을 갖고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월드컵 축구를 시청하다가 ▲갑자기 숨이 가쁘다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갑자기 쓰러진다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이상철 교수는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응급처치가 없으므로 병원으로 빨리 이송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