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사이에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의 상장이 금융권의 화제로 떠오르면서 투자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중순의 ‘삼성생명 상장’은 생보사 상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생보사에 투자할 때 기존의 재무제표 기반 평가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보험 업종의 특성상 보험계약의 장기 현금흐름 특성 및 보험부채(계약적립금)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내재가치’를 더욱 중요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신승현 연구원은 지난달 18일 한국거래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재가치의 재구성을 통해, 상장된 생보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재가치를 새로이 구성했을 때 상장된 생보사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신승현 연구원을 통해 들어봤다. ‘내재가치’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내재가치를 쉽게 생각하면 ‘기업이 장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을 할인한 가치’로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보험사들이 기업공개(IPO)나 기업합병(M&A)을 진행할 때 주로 사용되는 기준으로, 회사 내부 성과 및 전략 지표로도 사용된다. 실제로 올해 국내 생보사들의 상장이 이어질 때도, 공모가 산정 및 기업가치 예측에 가장 크게 작용한 변수는 각 회사들이 제시한 내재가치였을 정도로 가장 합리적인 평가기준 중 하나다. 하지만, 생보사마다 내재가치의 산출 과정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형성과 통일성이 다른 기준에 비해 다소 낮다는 한계가 있다. 즉, 생보사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제시한 내재가치를 근거로 가격이나 상대적 투자 매력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회사 측이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다른 금융회사와 보험회사의 가치 산정에 차이가 있는가?
“보험회사의 기업가치는 평가시점에서 과거 영업활동을 통해 쌓아온 순자산가치와 앞으로 발생할 추가적인 가치를 합산하여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험사의 판매 상품 중 일반보험(단기보험)과 장기보험에 따라 산정 방법에 차이가 있는데, 일반보험은 재무제표에 이미 판매한 보유계약과 관련된 가치 대부분이 포함되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는 조정순자산가치와 미래신계약가치만의 합으로 측정된다. 반면, 장기보험은 보유계약과 관련하여 재무제표상의 가치 외에 평가 기준시점 이후 발생할 현금흐름에 대한 추가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보유계약의 추가적인 가치를 고려하고 미래신계약 가치를 합산해 산정한다.” 보험회사의 가치 산정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보험회사의 가치 산정은 기본적으로 현금흐름할인법(현금흐름에 할인율을 적용한 개념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시킨 것)과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산출 방법은 매우 정교하다. 일단 조정순자산가치는 장부상의 순자산에 일부 조정 사항을 반영해 산출한다. 또한, 보유계약가치 및 미래신계약가치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예상되는 보험계약으로부터 발행할 현금흐름을 추정해 현재가치를 분석해낸다. 아울러 접근 방법은 현금흐름할인법과 같지만, 세부 현금흐름을 추정하기 위한 가정치 적용 등이 실무 현장에서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게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현금흐름을 산출하는 데는 계리평가법인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만, 경험자료 등 원시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내재가치를 재산출하는 방식은 사실 무의미하다.” 내재가치의 산출 과정을 통일시킬 수는 없나? “생보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는 내재가치를 직접 산출해 공신력 있는 계리평가법인에게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내재가치 산출은 일반적인 개념에 불과하고, 산출 방법도 규정화돼 있지 않다. 심지어는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회사별로 다른 산출 과정과 방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객관성을 보장하기는 쉽지 않다. 보험사의 내재가치 평가가 가장 활성화돼 있는 유럽에서는 내재가치가 갖는 불완전성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한 산출 방식을 통일시킨 EEV(European Embedded Value)를 사용하고 있다.” 회사가 제시하는 내재가치를 그대로 사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내재가치 산출 방법의 특성상 내재가치를 재산정하거나 해석 과정을 통해 산출기준을 완벽히 일치시키는 것은 실제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산출기준이 일치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가치가 중요한 주식 시장에서 단순히 회사가 제시한 내재가치 금액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생보사별로 산출 방법과 가정치 도출 과정이 다르므로 투자의사를 결정하는데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치평가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법인이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현혹될 수도 있다. 이러한 오류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각 회사의 내재가치 산출 과정을 검토하고 최대한 같은 기준을 사용해 평가한 것처럼 재구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다. 이를 위해 계리평가법인의 보고서에 포함된 민감도 분석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해 보험회사들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내재가치의 재구성을 통해 상장 생보사의 가치를 재평가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방법을 사용했나? 내재가치를 구성할 때 검토하는 항목은 분석적 검토·조정순자산가치 전반·계약자 지분조정·최저요구자본·위험할인율·투자수익률 등 약 20여 가지에 달한다. 이 외에, 이번 재구성에 적용한 기준은 내재가치 산출의 세계적인 기준과 국내 보험계리 및 회계실무, 보험업계의 일반적인 시각, 회사별 비교 가능성 등이다. 거기에 각 생보사가 공시한 자료들을 통해 산출 가정별로 검토를 비교·수행하여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이에 대한 재구성을 시행했다. 이번에 동양생명·대한생명·삼성생명 등 상장 생보사 3곳을 대상으로 내재가치를 재구성할 때 가장 크게 역점을 둔 것은 ‘비보험 영업’과 ‘할인율’의 적용이었다. 특히 할인율 적용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 이유는 회사별로 상황이 다 달라서 이에 대한 할인율도 다르게 적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회사별로 10%, 11%, 12%의 할인율을 각각 적용한 보고서를 제시하면, 평균에 해당하는 11%의 할인율이 적용된 내재가치가 발표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사의 상황을 고려해 동양생명은 11.55%, 대한생명은 11.25%, 삼성생명은 10.21%의 할인율을 각각 적용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가장 최근에 상장된 삼성생명의 경우, 조정순자산 가치는 0.3%에 해당하는 342억 원이 감소했지만, 보유계약의 가치가 30.6%나 오른 1조1571억 원이나 상승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종합해볼 때, 삼성생명의 내재가치는 기존에 발표된 자료보다 6.7% 상승한 1조1229억 원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생명도 내재가치를 재구성했을 때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내재가치의 재구성에서 조정순자산가치는 0.7%에 달하는 306억 원 감소했다. 하지만, 보유계약가치가 2464억 원이나 증가했으며, 결과적으로 내재가치도 3.8% 증가한 2159억 원이 늘어났다. 반면, 동양생명은 내재가치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내재가치의 재구성 결과 조정순자산가치는 344억 원(4.7%) 감소했고, 다른 회사들이 상승세를 보였던 보유계약가치도 28억 원이 줄어들었다. 결국, 내재가치는 372억 원이나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은 자사의 내재가치에 대해 보수적으로 평가했지만, 동양생명은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요소가 변화에 영향을 미쳤는가? “삼성생명은 순자산가치조정세율의 조정 때문에 조정순자산가치는 소폭 감소했으나, 금리연동형부리이율의 감소와 비보험 부문의 가치평가 증가 때문에 보유계약가치가 많이 늘어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1년 신계약가치가 할인율 변경 등의 영향으로 1502억 원 증가한 것도 내재가치의 평가를 더욱 높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대한생명은 파생상품 평가손실 제거 등으로 조정순자산가치는 감소했으나, 펀드·퇴직연금 등 비보험 부문의 가치평가 증가로 보유계약가치가 소폭 증가한 것이 내재가치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무형자산 추가상각 및 할인율 변경 등 때문에 조정순자산가치 및 보유계약가치가 모두 감소했다.” 내재가치 재평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보험사의 평가지표 중 하나인 시가총액 대비 내재가치비율(P/EV)에 큰 영향을 미친다. P/EV가 1보다 밑이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이기는 하지만, P/EV의 감소를 곧바로 보험주의 저평가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일단 삼성생명의 P/EV는 이번 내재가치 재구성을 통해 1.29배에서 1.21배로 크게 하향조정됐으며, 대한생명도 1.05배에서 1.02배로 감소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0.96배에서 0.98배로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구성된 내재가치는 회사가 제시한 P/EV만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보험사 평가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