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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후반기, 李 대통령 어떤 카드 꺼낼까

선거패배 국면전환 고심…黨政靑 인적쇄신, 세종시·4대강 사업 조정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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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73-174호 심원섭⁄ 2010.06.14 16:23:14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하면서 민심수습 대책에 대한 요구가 분출되는 등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패배 이후 침묵으로 일관해왔으나, 일주일이 지난 6월 10일 오전에야 청와대에서 예정됐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11일로 하루 늦추면서 장소를 청와대가 아닌 민생 현장으로 정하는 등 특유의 현장 방문을 통한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 구현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정부 정책의 집행 효과를 직접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인적개편을 포함한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6월 11일까지도 간간이 “초선 의원들이 정치를 잘못 배웠다”는 탄식 섞인 목소리만 흘러나올 뿐 공식적으로는 이렇다 할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은 50%대의 높은 국정지지도를 바탕으로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세종시 수정안을 비롯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그리고 행정구역 개편과 개헌 등 역점 국정과제들을 힘 있게 추진하려고 했으나, 선거 패배로 인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당분간 각계의 의견을 두루 경청하면서 후반기 국정운영의 틀을 다시 가다듬기 위한 다각도의 방법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여 만에 ‘현장 속으로’를 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말은 최대한 아끼되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는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 올해 초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 핵심과제로 제시한 교육개혁을 위해서, 또 취임 2주년을 맞아서도 현장 행보를 이어갔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자제해왔다. 오는 2012년까지는 전국단위의 선거가 없어 취임 초에 세웠던 각종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기라고 밝힌 바 있는 이 대통령의 이러한 현장 행보 기조는 앞으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권,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인적쇄신 촉구 나서 하지만 당초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집권 후반기를 맞아 재임 2년 이상 된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들을 일부 교체함으로써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고 흐트러지기 쉬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계획 아래 당·정·청 지도부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만큼 국정의 연속성을 기하기 위해 수요가 있는 일부 자리에 국한하는 ‘보완인사’의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으나, 지방선거 참패에 따라 가깝게는 7.28 재보선, 멀게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하여 상당 폭의 쇄신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일기 시작하면서 이 대통령의 인적개편 구상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는 초·재선 의원들 중심의 소장파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거나 그동안 각종 문제점이 지적됐던 인사들을 이번 기회에 대거 교체하여 당·정·청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은 8일에 이어 9일에도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 개편을 ‘국정쇄신의 첫 신호탄’으로 지목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참모진을 직언형·소통형 참모로 즉각 개편하고 국정운영 방식과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청와대 일각에서도 집권 중반기의 새로운 틀을 짠다는 차원에서 중폭 이상의 인적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사의설이 돌았던 정운찬 국무총리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시스템을 개편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패배 문제도 겹쳤으니 큰 틀의 차원에서 인적개편도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며 “그러나 단순하게 선거에 패배했으니 바꾼다, 이런 차원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주요 관심사인 인적개편의 순서도 현재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일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즉, 당장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단기적 인사가 아니라, 한두 달 시간을 두고 후반기 국정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장기적 차원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신빙성 있게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7월 초에 열린다면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7월 중에 먼저 단행되고, 인사청문회가 수반되는 내각 개편은 7.28 재보선 이후, 즉 8월 중에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민주당 등 야권이 지방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내각 총사퇴 등 대대적인 인적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인적개편의 모양새 역시 중요한데, 마치 야권의 요구에 떠밀리는 듯한 형식이 됨으로써 향후 정국 주도권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에 이 대통령의 고민이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세대교체’ 요구가 확인된 만큼 여권 내 소장·신진 인사의 과감한 등용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 등 ‘486 인사’들이 주요 단체장에 당선돼 어느 정도 세대교체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여권에서도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 소신과 비전을 갖춘 새로운 지도자의 양성이 필요하다”며 “그 출발점은 바로 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야권 등 소통에 문제 있었다는 비판 대두 실제로 이번 한나라당 전대에서는 초·재선 및 40대 인사들의 지도부 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와 같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대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한나라당 지지도 역시 30%대로 20%대인 민주당에 비해 높은데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까닭이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점에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는 정권에 대한 견제투표의 성격이 있어 여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이번 패배를 계기로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서민 민생과 개혁을 중시하는 중도실용주의의 기본 방향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방법론에는 수정해야 할 점이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특히 국민·야권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등 핵심 국정과제들의 당위성을 확신하면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국민의 눈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득 작업이 미진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비춰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 패배하면서 당장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의 추진 과정이 상당한 애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은 세종시 수정안 반대와 4대강 사업 철회 등 국정과제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고, 모두 야당 후보가 당선된 대전시장과 충남지사·충북지사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 3인은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위한 연대에 착수했다. 더구나 1차 관문인 한나라당 내 당론 수정 작업 역시 만만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갈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어, 벌써부터 6월 임시국회 세종시 수정안 추진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청와대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 문제는 일단 한나라당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6월 임시국회 때 수정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무리하게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국회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과 관련한 특단책을 마련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4대강 사업 역시, 아직 시작도 못한 세종시 수정 작업에 비해서는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매년 예산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고 야당 지방의원들이 대거 진출한 자치단체의 협조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야권이 강하게 반대하면 진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이 두 가지 사안 외에도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 행정구역 개편, 개헌 등 주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對)국민, 대야권은 물론 여권 내 소통 강화 방안을 깊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달라진 국정운영 여건에 맞춰 여권 내 정무·홍보 기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선거 때마다 참패를 거듭해오던 야권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실체’를 가진 견제세력으로 면모를 일신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야(對野)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진보세력이 결집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상황에서 보수 세력 재결집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친이계와 친박계로 갈려 있는 한나라당 내 계파구도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점도 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부담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므로 여권 일각에서는 같은 보수 세력인 자유선진당과의 연대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 총리 ‘MB 독대 인적개편 건의 불발설’ 파문 뿐만 아니라, 정운찬 국무총리가 6월 9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이 대통령에게 여권 인적쇄신에 대한 건의를 하려다 불발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놓고 여권 내 권력 투쟁 조짐이 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 모두가 이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바람에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발설의 진원지가 친이계 의원의 측근 인사로 알려지고 일각에서는 배후설까지 등장하면서, 현 청와대 참모진과 인적쇄신을 주장하는 당·정 핵심 인사들 간에 권력 쟁탈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정 총리가 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 대해 의견을 밝히려 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여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한 상황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도전 내지는 ‘마이웨이’식 독자적 정치 행보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정국운영 방향에 서로 다른 견해를 노출하고 갈등 요소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칫 대통령의 권력 누수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여권 내부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한때 총리 주변에서 이 같은 정보를 흘린 게 아니냐는 억측이 나돌았지만, 진원지는 친이 측근 출신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 고위 인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9일 낮 기자들과 가진 비공식 오찬에서, 정 총리가 주례보고 독대에서 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국정쇄신안을 준비했으나 독대가 불발되면서 보고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가 준비한 국정쇄신안은 ‘선(先) 청와대 개편, 후(後) 대폭 개각’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개각에는 인사검증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은 이미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한 만큼 먼저 교체하는 게 정국 수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이날 정 총리의 주례보고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던 만큼, 이 사실을 전해 들은 기자들은 오후부터 두 곳을 대상으로 취재에 들어갔고, 이 바람에 밤부터는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정 총리의 주례보고는 9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돼 오찬까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 총리는 나로호 발사 진행,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와 관련된 선수 및 교민 안전대책, 하계 홍수 및 재해 안전대책에 대해 보고했다. 총리의 청와대 주례보고 때는 대통령실장과 수석들이 배석하고 이후 대통령과의 독대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이날은 독대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 참모들이 정 총리의 이 대통령 독대를 ‘블로킹’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주례보고 때 이 대통령과 정 총리가 차까지 마시면서 환담도 했는데, 정 총리가 정말 인적쇄신에 대해 건의할 생각이 있었다면 독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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