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선 가천의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여름철이 되면서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게 되고 나도 모르게 불어난 살 때문에 체중 감량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어난다. 어떤 지인이 요즘 막걸리 다이어트가 유행이라고 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깜짝 놀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매일 저녁 막걸리 1잔에 고구마 1개씩을 먹고 살을 뺐다는 체험담이 자랑스럽게 블로그를 장식하고 있었다. 물론 이론적으로 안주 없이 술만 마신다면 체중이 감량될 수 있다. 알코올은 1g당 7kcal의 열량을 내 단백질이나 탄수화물(1g당 4kcal)보다 고열량이지만, 인체에 저장되지 않고 다른 영양소에 우선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명 ‘빈 칼로리(empty calory)’라고 부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심한 알코올 중독자들은 거의 저체중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매일 끼니를 다른 음식 없이 막걸리로만 때운다면 살은 빠지겠지만, 이러면 영양학적으로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알코올이 가진 중독성이다. 막걸리 도수는 상대적으로 낮으나, 빈속에 마시면 막걸리에 포함된 탄산가스 때문에 알코올 분해효소가 작용하기 전에 위에서 빨리 흡수돼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이러면 특히 간과 뇌가 악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막걸리에 포함된 알코올이 신체의 정상적인 지방 사용을 줄여 오히려 체지방을 늘릴 수 있다. 표면적인 몸무게는 줄어들 수 있지만, 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결과다.
결론적으로, 막걸리 1잔에 고구마 1개를 먹는 다이어트를 포함해서 ‘한 음식(one food)’ 다이어트는 모두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구마(중간 크기) 1/2개, 쌀밥 1/3공기, 감자(큰 것) 1개는 각각 100kcal 정도의 열량을 낸다. 고구마 2개만 먹었을 때나, 밥 1/3공기에 맑은장국과 5첩 반상의 식사를 한 경우, 섭취 칼로리는 200kcal로 비슷하다. 그러나 영양학적으로는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있다. 고구마는 섬유질이 다량 함유돼 당지수(어떤 음식이 혈당을 얼마만큼 빨리 올리는지를 수치로 표시한 것)가 낮아 혈당을 빨리 높이지 않는 특성이 있고, 그 밖에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구마만 먹어서는 영향 균형을 맞출 수 없다.